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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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열린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 실적설명회의 화두는 짧은 동영상(쇼트폼) 서비스인 ‘릴스(reels)’였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은 한 시간 동안 47번이나 릴스를 언급했다. 간판 서비스인 인스타그램(20번)과 페이스북(18번), 신성장동력인 메타버스(10번)는 뒷전이었다.

틱톡, 쇼트폼으로 SNS 세계 1위

2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메타플랫폼 경영진이 릴스 홍보에 열을 올리는 배경엔 ‘틱톡(TikTok)’이 있다. 틱톡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2017년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출시한 쇼트폼 중심 SNS다. 15초 길이의 영상으로 전 세계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틱톡은 1분기에 전 세계 SNS 중 월평균 사용 시간 1위(23.6시간)를 기록했다. 유튜브(23.2시간), 페이스북(19.4시간) 등을 제쳤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내 10대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틱톡의 총 사용 시간은 19.4억 분으로 카카오톡(18.6억 분), 네이버(11.4억 분) 등을 앞질렀다.
"Z세대, 짧아야 본다"…치열해진 쇼트폼 경쟁

‘비리얼’ 등 신종 플랫폼 인기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앞세운 메타플랫폼 등은 틱톡과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 방어에 나섰다. 메타플랫폼은 지난해 2월 릴스를 출시하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순차적으로 이 서비스를 접목했다. 릴스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동영상 댓글 기능’을 도입하는 등 노골적으로 틱톡을 베끼기도 했다.

유튜브는 지난해 9월 최대 90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이 올라오는 ‘쇼츠’를 선보였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대표는 지난달 26일 실적설명회에서 “매일 300억 회 이상의 조회수와 함께 매달 15억 명이 넘는 로그인 사용자가 쇼츠를 시청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신종 쇼트폼 SNS도 경쟁에 가세했다. 프랑스의 ‘비리얼’이 대표적이다. 하루에 한 번 알람이 울리면 2분 안에 영상을 올리고 친구들끼리 공유하는 방식이다. 일상의 모습을 진솔하게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애플 앱스토어에서 200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했다. 전자 상거래업체 아마존도 쇼트폼을 통해 제품을 설명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Z세대 잡으려면 쇼트폼으로 가야”

쇼트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터넷 기업의 ‘돈줄’인 광고주들이 쇼트폼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올해 틱톡의 광고 매출은 116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38억8000만달러) 대비 200%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2분기 메타플랫폼의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틱톡 등 쇼트폼에 10~20대가 몰리면서 광고주들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쇼트폼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네이버는 쇼트폼 편집기인 ‘블로그 모먼트’를 서비스 중이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카카오는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을 개편하며 ‘오늘의 숏’ 메뉴를 넣었다. 뉴스, 경제·재테크, 정보기술(IT), 건강·푸드, 연예, 스포츠 등 분야별 파트너사 117곳이 제공하는 쇼트폼 영상을 볼 수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