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 패션 플랫폼 이어 '중금리 대출' 혁신 나섰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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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인터뷰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시기입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했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 P2P 대출 상품을 찾기도 합니다. 제1금융권(은행)과 저축은행 사이 중금리 시장에서 P2P 대출 사업을 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등록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회사만 49개 사에 이릅니다. 이들 업체 가운데 누적 대출액 1위(약 1조5100억원, 올해 6월 말 기준)인 피플펀드의 김대윤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최근 만났습니다. 고금리 시대에 업계 현황과 회사의 전략 등을 들어보기 위해서입니다. 김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심사역을 거쳐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크로키닷컴)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41)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서울 오피스에 있다가 미국 보스턴에서 1년 정도 있었습니다. 사실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 이전부터 있었는데 컨설팅 회사에 가면 경영 전반을 배울 수 있을 거 같아 선택했던 거죠."
당시 2008~2009년은 금융 위기가 닥친 시기다. 이후 2010년부터 미국에서는 '제2의 창업 붐'이 일고 있었다. "리먼 사태가 끝나고 두 번째 닷컴 붐이 나타났죠. 1년 반 만에 엄청난 회사들이 막 나오고 그럴 때였어요. 보스턴은 미국 동부잖아요. 실리콘밸리도 아닌데 난리더라고요. 저희 팀 6명 중에서 4명이 주니어 1, 2년 차였는데 그중 3명이 제가 있던 1년 동안 다 퇴사하는 거예요. 창업하거나 다른 곳 제안받았다고 나간 거죠."
김 대표는 글로벌 투자금이 스타트업에 몰리고 있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 친구는 스톡옵션을 이미 꽤 받았다고 하길래 회사 직원이 몇 명이냐고 물어보니까 네 명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곳이 돈이 있느냐고 했더니 이미 20억원 정도를 창업 전부터 투자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죠. 그래서 좀 살펴봤는데 세상이 좀 달라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제 한국에 가서 무조건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김 대표는 이 같은 인연으로 2011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한다. "당시 펀드 운용 규모가 2000억원도 안될 때였어요. 입사와 동시에 투자 검토한 회사가 VCNC(비트윈)이었죠. 박재욱 대표(현 쏘카 대표 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를 처음 만났고요. 박 대표도 당시에 4명이서 뭘 만들지 고민할 때였고, '커플 앱'이 과연 좋을지 그런 생각을 할 때였거든요. 사실 커플 앱 비트윈에는 엄청난 기회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투자를 했던 심사역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숫자가 좋았는지 다 기억하거든요. 그러다 저도 이제 몸이 좀 근질근질하고, 빨리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김 대표는 이후 비트윈 앱을 개선하기 위해 서정훈 대표(현 카카오스타일 대표)를 만나러 간다. 서 대표는 과거 디지털아리아(현 HLB테라퓨틱스)에서 스마트폰과 3차원(3D) 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유명해진 인물이다.
"제가 비트윈 앱을 보여줬죠. 서 대표가 앱에 대한 피드백은 안 주고 자꾸 저한테 왜 이 회사에 10억원을 투자했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설명도 해주고 그랬죠. 나중에 서 대표랑 친해져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본인도 창업을 너무 하고 싶다는 거예요. 또 아주 훌륭한 윤상민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있었고요. 결국 두 분이 창업을 하셨죠. 그러다가 '비스킷'이라는 툴팁 사전을 만들었는데, 이용자가 6개월 만에 거의 100만 명이 나왔어요. 영어 교육 쪽으로 성장시킬 계획이었고, 그때 저도 합류하게 된 거죠." 이 회사가 지그재그를 만든 크로키닷컴이다. "당시 서 대표 등과 함께 매주 3~4개씩 사업 아이템을 찾았어요. 아이디어가 한 50~60개까지 쌓였죠. 그러다 결국 세 가지로 줄였어요. 하나는 커머스 쪽으로 해보자는 아이디어였고, 두 번째는 규제가 많긴 한데 금융을 하면 뭔가 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고, 세 번째는 '카피 모델'로 미국에서 된 것 중 한국에서 안 된 걸 해보자는 것이었죠."
김 대표는 당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와도 대화를 나누곤 했다고 했다. "제가 당시 토스 알파 버전을 본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죠. 송금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말씀도 드렸고요. 저는 사실 지그재그 여성 쇼핑몰 사업에 그리 열정이 많은 거 같지도 않았고, 평생 할 자신도 없고 해서 핀테크 쪽을 좀 주장하다가 결국 나오게 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천송이 코트' 논란이 일 때였거든요. 창조경제 핵심 중의 하나가 핀테크였고, 액티브엑스가 없어지면 큰 기회라고 봤죠. 저 말고도 이효진(8퍼센트 대표), 김성준(렌딧 대표) 이런 분들도 다 그런 시각에서 사업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최근 대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슈퍼) 프라임 고객들', 즉 고신용자들은 대출을 줄여요. 그런데 중신용자들은 원리금 부담을 어떻게 해서든 줄이려고 대환을 많이 찾죠. 좀 더 금리가 낮은 상품이나 만기가 긴 상품으로 갈아탄다든지, 현금 서비스 같은 거 상환한다든지 하는 거죠. 요즘 대출 수요는 중신용자 위주로 크게 늘었어요."
김 대표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월평균 600억원 정도씩 대출이 이뤄졌다"며 "최근에는 월 300억원 정도 대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대출이 줄어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글로벌 투자시장이 냉각되면서 연계투자금(대출을 위해 개인·기업 등으로부터 모집하는 투자금)이 줄어들었고, 대출자 신용평가도 좀 더 강화하고 있어서다. 현재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10.73%(수수료 포함 13.13%) 정도다. 피플펀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대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마치 생산 라인에서 결함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죠. 예를 들면 삼성전자에서 20년 근무하신 분이고, 신용도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피플펀드에 와서 연 금리 11%짜리 대출을 신청하신 거예요. 그건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이잖아요. 그럼 저희 딥러닝(기계학습) 모델이 위험 신호를 보내는 거죠. 이 같은 이상 징후 점수를 높게 측정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게 되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은행 등에서는 대출이 어려운데 피플펀드에서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예컨대 보험판매원들은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김 대표는 "단순한 신용등급보다는 실제 상환 능력을 정확히 검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신용등급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대출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 초창기 사업이 다소 더디게 진행됐다고 했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대부업 라이선스' 갖고는 절대 좋은 고객을 받을 수 없다는 거였어요. 은행들과 뭔가 협업 모델을 만들려고 했죠. 은행 뚫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결국 그것이 지금의 성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부실률도 경쟁사보다 크게 낮고요."
피플펀드는 제1금융권 협력 은행과 공동으로 구축한 통합 시스템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며 이용자들을 늘릴 수 있었다. 대출 손실률(취급한 대출액 중 원금 손실 비율, 2019년 이후)은 1.13% 수준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처음에는 잘 진행되다가 결국 상담사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게 돼 있다"며 "피플펀드는 주택담보대출에 필요한 서류가 27개를 모두 모바일로 낼 수 있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최종 등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고객이 주택을 담보로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새로운 상품도 나올 수 있다"며 "예컨대 한 1000만원어치만 설정해서 현금 서비스 같이 연 6%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플펀드는 앞으로 신용평가모델 고도화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글로벌 금융사인 베인캐피탈, 골드만삭스, CLSA렌딩아크, 500글로벌 등으로부터 759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와 CLSA렌딩아크는 피플펀드의 기관투자 유치 자문도 맡았다. 피플펀드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1014억원 수준이다.
[영상] 피플펀드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 한가지 더
피플펀드 대출 자금은 어디서 나올까
피플펀드는 개인이나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는 구조다. 이런 개인이나 기업들의 투자 금액을 '연계투자금'이라고 부른다. 개인들은 지금까지 43만5000명가량이 피플펀드에 투자했다.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7% 정도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많이 투자한다. 김 대표는 "기업들은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에 관심이 높다"며 "많이 투자하는 회사들은 20억~30억원 정도 투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피플펀드 등 온투업계는 현재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온투업법에서는 금융기관의 연계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상호저축은행법 등 관련 업권법상 이런 연계투자는 대출로 규정돼 금융기관이 자체 심사를 해야 하는데, 온투업법은 특정 금융사에 대출 신청인의 개인 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이 상충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명확한 법적 해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런 이유들로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개인신용대출 시장 규모는 158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 캐피털, 신용카드사, 보험사, 상호금융사 등 제2금융권이 취급하는 대출액은 90조원가량이다. 제1금융권 대출 취급액(63조원)의 약 1.5배다. 김 대표는 "피플펀드가 비은행권 시장에서 대출자들에게 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당시 2008~2009년은 금융 위기가 닥친 시기다. 이후 2010년부터 미국에서는 '제2의 창업 붐'이 일고 있었다. "리먼 사태가 끝나고 두 번째 닷컴 붐이 나타났죠. 1년 반 만에 엄청난 회사들이 막 나오고 그럴 때였어요. 보스턴은 미국 동부잖아요. 실리콘밸리도 아닌데 난리더라고요. 저희 팀 6명 중에서 4명이 주니어 1, 2년 차였는데 그중 3명이 제가 있던 1년 동안 다 퇴사하는 거예요. 창업하거나 다른 곳 제안받았다고 나간 거죠."
김 대표는 글로벌 투자금이 스타트업에 몰리고 있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 친구는 스톡옵션을 이미 꽤 받았다고 하길래 회사 직원이 몇 명이냐고 물어보니까 네 명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곳이 돈이 있느냐고 했더니 이미 20억원 정도를 창업 전부터 투자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죠. 그래서 좀 살펴봤는데 세상이 좀 달라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제 한국에 가서 무조건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했죠."
VC 심사역에서 핀테크 회사 대표로
김 대표는 귀국 후 당시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임지훈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심사역(이후 카카오 대표가 된다)을 찾아갔다. "지미(임지훈 영어 이름)도 컨설팅업체 출신인데, 제가 찾아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까 소프트뱅크에서 일해보는 건 어떠냐고 역제안을 하시더군요. 이후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님을 소개해 주셨고, 강 부사장님에게 다시 얘기를 하니까 무턱대고 창업하는 것보다는 일단 일 좀 배우라고 하시더라고요."김 대표는 이 같은 인연으로 2011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한다. "당시 펀드 운용 규모가 2000억원도 안될 때였어요. 입사와 동시에 투자 검토한 회사가 VCNC(비트윈)이었죠. 박재욱 대표(현 쏘카 대표 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를 처음 만났고요. 박 대표도 당시에 4명이서 뭘 만들지 고민할 때였고, '커플 앱'이 과연 좋을지 그런 생각을 할 때였거든요. 사실 커플 앱 비트윈에는 엄청난 기회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투자를 했던 심사역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숫자가 좋았는지 다 기억하거든요. 그러다 저도 이제 몸이 좀 근질근질하고, 빨리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김 대표는 이후 비트윈 앱을 개선하기 위해 서정훈 대표(현 카카오스타일 대표)를 만나러 간다. 서 대표는 과거 디지털아리아(현 HLB테라퓨틱스)에서 스마트폰과 3차원(3D) 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유명해진 인물이다.
"제가 비트윈 앱을 보여줬죠. 서 대표가 앱에 대한 피드백은 안 주고 자꾸 저한테 왜 이 회사에 10억원을 투자했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설명도 해주고 그랬죠. 나중에 서 대표랑 친해져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본인도 창업을 너무 하고 싶다는 거예요. 또 아주 훌륭한 윤상민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있었고요. 결국 두 분이 창업을 하셨죠. 그러다가 '비스킷'이라는 툴팁 사전을 만들었는데, 이용자가 6개월 만에 거의 100만 명이 나왔어요. 영어 교육 쪽으로 성장시킬 계획이었고, 그때 저도 합류하게 된 거죠." 이 회사가 지그재그를 만든 크로키닷컴이다. "당시 서 대표 등과 함께 매주 3~4개씩 사업 아이템을 찾았어요. 아이디어가 한 50~60개까지 쌓였죠. 그러다 결국 세 가지로 줄였어요. 하나는 커머스 쪽으로 해보자는 아이디어였고, 두 번째는 규제가 많긴 한데 금융을 하면 뭔가 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고, 세 번째는 '카피 모델'로 미국에서 된 것 중 한국에서 안 된 걸 해보자는 것이었죠."
김 대표는 당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와도 대화를 나누곤 했다고 했다. "제가 당시 토스 알파 버전을 본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죠. 송금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말씀도 드렸고요. 저는 사실 지그재그 여성 쇼핑몰 사업에 그리 열정이 많은 거 같지도 않았고, 평생 할 자신도 없고 해서 핀테크 쪽을 좀 주장하다가 결국 나오게 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천송이 코트' 논란이 일 때였거든요. 창조경제 핵심 중의 하나가 핀테크였고, 액티브엑스가 없어지면 큰 기회라고 봤죠. 저 말고도 이효진(8퍼센트 대표), 김성준(렌딧 대표) 이런 분들도 다 그런 시각에서 사업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 1위 온투업 회사로 '우뚝'
김 대표는 2015년 핀테크 스타트업 피플펀드를 세웠다. 피플펀드는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대출액이 1조5095억원에 이른다. 온투업 회사 가운데 누적 대출액 1조5000억원을 가장 먼저 돌파했다. 대출 잔액도 3416억원(개인신용대출 1242억원, 부동산담보대출 2164억원, 기타 10억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김 대표는 "최근 대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슈퍼) 프라임 고객들', 즉 고신용자들은 대출을 줄여요. 그런데 중신용자들은 원리금 부담을 어떻게 해서든 줄이려고 대환을 많이 찾죠. 좀 더 금리가 낮은 상품이나 만기가 긴 상품으로 갈아탄다든지, 현금 서비스 같은 거 상환한다든지 하는 거죠. 요즘 대출 수요는 중신용자 위주로 크게 늘었어요."
김 대표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월평균 600억원 정도씩 대출이 이뤄졌다"며 "최근에는 월 300억원 정도 대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대출이 줄어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글로벌 투자시장이 냉각되면서 연계투자금(대출을 위해 개인·기업 등으로부터 모집하는 투자금)이 줄어들었고, 대출자 신용평가도 좀 더 강화하고 있어서다. 현재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10.73%(수수료 포함 13.13%) 정도다. 피플펀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대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마치 생산 라인에서 결함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죠. 예를 들면 삼성전자에서 20년 근무하신 분이고, 신용도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피플펀드에 와서 연 금리 11%짜리 대출을 신청하신 거예요. 그건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이잖아요. 그럼 저희 딥러닝(기계학습) 모델이 위험 신호를 보내는 거죠. 이 같은 이상 징후 점수를 높게 측정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게 되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은행 등에서는 대출이 어려운데 피플펀드에서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예컨대 보험판매원들은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김 대표는 "단순한 신용등급보다는 실제 상환 능력을 정확히 검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신용등급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대출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 초창기 사업이 다소 더디게 진행됐다고 했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대부업 라이선스' 갖고는 절대 좋은 고객을 받을 수 없다는 거였어요. 은행들과 뭔가 협업 모델을 만들려고 했죠. 은행 뚫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결국 그것이 지금의 성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부실률도 경쟁사보다 크게 낮고요."
피플펀드는 제1금융권 협력 은행과 공동으로 구축한 통합 시스템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며 이용자들을 늘릴 수 있었다. 대출 손실률(취급한 대출액 중 원금 손실 비율, 2019년 이후)은 1.13% 수준이다.
"100%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내놓는다"
피플펀드는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도 있다. 비은행권 최초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시스템을 오는 10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모바일 시스템으로 100% 구현해 나가고 있다. 대출 계약이 이뤄지는 시간을 기존 2주에서 2~3시간 정도로 단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으로 대출 조회 시 본인 인증 후 정보 추출, 자동화하는 기능까지 구현되면 10분 내로 계약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처음에는 잘 진행되다가 결국 상담사가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게 돼 있다"며 "피플펀드는 주택담보대출에 필요한 서류가 27개를 모두 모바일로 낼 수 있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최종 등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고객이 주택을 담보로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새로운 상품도 나올 수 있다"며 "예컨대 한 1000만원어치만 설정해서 현금 서비스 같이 연 6%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플펀드는 앞으로 신용평가모델 고도화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글로벌 금융사인 베인캐피탈, 골드만삭스, CLSA렌딩아크, 500글로벌 등으로부터 759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와 CLSA렌딩아크는 피플펀드의 기관투자 유치 자문도 맡았다. 피플펀드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1014억원 수준이다.
[영상] 피플펀드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 한가지 더
피플펀드 대출 자금은 어디서 나올까
피플펀드는 개인이나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는 구조다. 이런 개인이나 기업들의 투자 금액을 '연계투자금'이라고 부른다. 개인들은 지금까지 43만5000명가량이 피플펀드에 투자했다.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7% 정도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많이 투자한다. 김 대표는 "기업들은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에 관심이 높다"며 "많이 투자하는 회사들은 20억~30억원 정도 투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피플펀드 등 온투업계는 현재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온투업법에서는 금융기관의 연계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상호저축은행법 등 관련 업권법상 이런 연계투자는 대출로 규정돼 금융기관이 자체 심사를 해야 하는데, 온투업법은 특정 금융사에 대출 신청인의 개인 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이 상충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명확한 법적 해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런 이유들로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개인신용대출 시장 규모는 158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 캐피털, 신용카드사, 보험사, 상호금융사 등 제2금융권이 취급하는 대출액은 90조원가량이다. 제1금융권 대출 취급액(63조원)의 약 1.5배다. 김 대표는 "피플펀드가 비은행권 시장에서 대출자들에게 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