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혈제 신기술로 FDA 문턱 넘은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내년 IPO 재도전
“국내와 유럽을 합쳐 이미 1만5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사용했는데 미국 승인에 2년 가까이 걸릴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27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이돈행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표정이 밝았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내시경용 지혈제 ‘넥스파우더’는 지난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2020년 9월 FDA 허가 신청 후 2년 만이다.

이 대표는 “이 대표는 “기존 지혈제 소재가 아닌 신물질로 만들면서 인체 안전성을 검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업무로 FDA 업무가 과부하 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넥스파우더는 인하대병원 소하기 내과 이돈행 교수가 내시경지혈술을 하던 중 지혈제 소재와 방법에 대한 미충족 수요를 느껴 직접 회사를 창업하고 개발한 내시경용 지혈제다. 수술 부위 등에 뿌리면 그 위로 ‘껌딱지’처럼 엉겨붙어 환부에서 피가 나는 걸 막아준다.

내시경 수술에서 내시경용 지혈제가 필요한 까닭은 외과수술과 달리 직접 환부를 손으로 막거나 꿰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전까지는 클립으로 상처 부위를 집는 방법, 전기로 환부를 지지는 방법, 피가 나지 않도록 혈관수축제를 쓰는 방법 중 한 가지를 쓰거나 혼합해 피를 지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부의 특성이나 위치에 따라 기존 방법을 쓰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서도 결과에 편차가 났다. 특히 재출혈 문제가 컸다. 그는 “넥스파우더는 의료진 숙련도나 환부 위치 등과 관계없이 균일한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우리 제품을 사용한 환자들의 예후를 확인한 결과, 재출혈률을 기존의 10~15%에서 3.7%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넥스파우더는 제품명처럼 가루형의 지혈제다. FDA의 심사가 오래 걸린 까닭도 넥스파우더가 경쟁 제품과는 다른 소재를 썼기 때문이다. 혈액과 만났을 때 응고되는 물질 대신 물과 만나면 응고되는 물질을 사용했다. 이 대표는 “분사 장치에서 나와 지혈제가 관을 타고 환부에 도착하기 전에 응고되면 안 되기 때문에 습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파우더 가루 하나하나를 코팅하는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FDA에서 승인 받은 내시경 수술용 지혈제는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넥스파우더를 포함해 3개다. 미국 의료기기 업체 쿡메디칼의 파우더형 지혈제 ‘헤모스프레이’와 미국 벤처기업 엔도클롯(Endoclot)의 제품이 각각 2019년과 2021년에 FDA 승인을 받았다. 시장 점유율은 헤모스프레이가 더 높다.

이 대표는 “경쟁 제품은 혈액과 맞닿아야만 환부 위로 응고되는 성질이 있어 예방 목적으로 도포하기 어렵고 분사 압력이 높아 천공문제, 지혈제 비산으로 인한 시야확보 문제 등이 보고되고 있다”며 “넥스파우더는 피 없이도 응고되며 분사 압력도 경쟁사 대비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넥스파우더의 유럽과 국내 매출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억원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엔 18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선 기존 지혈제로 지혈에 실패했을 때만 급여가 적용된다”며 “재출혈률을 낮출 수 있는 임상 결과를 토대로 급여 범위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스파우더의 FDA 승인이 늦어지면서 한 차례 보류했던 기업공개(IPO)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 중 기술성평가를 다시 받아 내년 하반기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지난해 기술성평가에서 A, A 등급을 받았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