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를 붙잡을 수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제페토의 제작 도구 ‘빌드잇’을 활용해 이용자가 직접 만든 ‘한옥마을’.  /크리에이터 ‘곡’  제공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를 붙잡을 수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제페토의 제작 도구 ‘빌드잇’을 활용해 이용자가 직접 만든 ‘한옥마을’. /크리에이터 ‘곡’ 제공
SK텔레콤, 네이버 등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놀거리’를 도입하고 있다. 유명 가수가 출연하는 토크쇼를 여는가 하면 이용자가 직접 만든 게임을 다른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는 등 가상세계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6일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에서 뮤직 토크쇼 ‘함춘호쇼’를 열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와 실시간 영상중계를 통해 라이브 공연, 토크쇼 등을 선보였다. 단순히 전광판을 통해 영상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볼류매트릭 기술로 촬영한 360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볼류매트릭은 100대 이상의 카메라를 이용해 360도 전방위를 동시에 촬영해 실사 기반 입체 영상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이날 공연에는 최근 영화 ‘헤어질 결심’의 수록곡을 부른 송창식, 정훈희가 출연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2회에는 장필순, 다음달 3일에는 정훈희, 김태화 부부가 출연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공연을 비롯해 메타버스 라이브 연극, 아바타 노래자랑, 찬반 토론회, 전문가 강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매일 열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운영 중인 아바타 노래자랑은 참가 신청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일종의 ‘마중물’이다.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회사 측이 먼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추후에도 이용자들이 스스로 이프랜드를 활용할 방안을 제시하는 셈이다. 양맹석 SK텔레콤 메타버스CO장은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각종 콘텐츠와 모임을 자체적으로 선보이는 콘텐츠의 선순환 환경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선발주자인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이용자의 자발적인 생태계가 활성화됐다. 지난 6월 기준 제페토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들어 판매한 아이템 수는 1억5000만 개에 이른다. 거래액도 3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자체적인 경제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다.

K팝에 관심이 많은 글로벌 이용자들이 모여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도 제페토의 특징이다. 이달 15일 부산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는 제페토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가상 팬사인회에는 글로벌 팬 4600만 명이 참여했고, 제페토를 이용해 만든 뮤직비디오 역시 조회수가 1억3000만 건을 넘었다.

이 같은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으로는 네이버가 제공하는 제작 도구 ‘빌드잇’을 들 수 있다. 의상, 아이템은 물론 전문지식이 없어도 이 도구를 이용해 다른 이용자들이 접속할 수 있는 맵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제페토의 장점으로 꼽힌다. 제페토에서 한옥마을 맵, 점프 맵 등을 만든 크리에이터 ‘곡’은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