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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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었다는 것도 몰랐어요."

최근 전국을 들썩이게 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연령대가 있다. 바로 10대다. 이들은 다른 연령대가 흔히 쓰는 카카오톡이나 라인, 텔레그램 등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하면서 "카톡 먹통 사태에 별 영향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현재 10대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는 카카오톡 대신 인스타그램이 주 메신저가 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카톡은 부모님이나 선생님하고만"

20세 미만 인스타그램 일 활성 사용자 수.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20세 미만 인스타그램 일 활성 사용자 수.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출처=한국갤럽
출처=한국갤럽
21일 빅데이터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5일 카카오톡 먹통 사태 후 20세 미만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가 전날 대비 2만3000여명 늘어나 106만명을 넘었다.

20세 미만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는 지난해 1월 70만 명선에서 꾸준히 늘어 최근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2월부터 6월까지 전국 만 13세 이상 5155명에게 미디어·콘텐츠·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18종 각각에 대한 이용 경험을 물은 결과, '1년 내 인스타그램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13~18세 남성과 여성 비율은 각각 56%와 61%로 나타날 정도로 10대들에게 인기다. 이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에 이어 2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 후 17세 남학생 김 모 씨는 같은 반 친구에게서 "카톡 이상해. 오 이건 보내지네"라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받았다. 평소 친구들과 소통할 때 인스타그램 DM을 사용한다는 김 씨는 "인스타그램이 친구들과 소통하기에 카카오톡보다 더 재미있는 기능들이 많고 소통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서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은 장면. /사진=독자 제공
지난 15일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서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은 장면. /사진=독자 제공
10대들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매력이 너무 많다.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해 친구들의 현황을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채팅 기능도 가진다. 또 '인스타그램 스토리'라는 일상의 순간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24시간 동안 내가 올린 게시물이 지속된다. 쉽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어 보통 실시간으로 자신의 위치나 상태를 공유하는 데 사용된다. 이를 본 사람들은 스토리를 보고 DM을 보낼 수도 있다.

지난해 새로 출시된 '릴스'라는 기능을 통해선 다른 인스타그램 이용자들과 함께 재미있는 동영상을 쉽게 제작해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보통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구성돼 유튜브 '쇼츠'나 '틱톡'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프로필에서 원하는 게시물을 고정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걸 좋아하는 10대들에게 특히 인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기능을 통해 이용자는 게시물 위 점 세 개 아이콘을 누른 뒤 '프로필 고정'을 선택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자신을 대표하는 사진 세 장을 프로필처럼 설정할 수 있게 됐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보는 재미와 더불어 재밌는 숏폼(짧은 형식) 동영상도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10대들에게 특히 더 인기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세대에도 메신저 앱 중 카카오톡 사용 비율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대부분 학교나 부모님과의 소통 수단으로 쓰일 뿐이라는 게 10대들의 설명이다. 19세 여학생 정 모 씨는 "페이스북 메신져도 요즘 잘 안 쓰고 카카오톡은 주로 부모님이나 반 단체 톡 때문에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청소년들은 기성 세대와 다르게 자신을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메신저를 선호한다"면서 "지금 10대들이 어른이 되면 인스타그램이 주 메신저가 되고 카카오톡은 주로 업무용으로만 사용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신현보/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