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벤처가 자본준비금을 주주 환원에 쓰겠다며 잇달아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나섰다. 극심한 주가 부진 속에 잘 쓰지 않는 자본준비금 활용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사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12월 1일 임시 주총을 연다. 알테오젠은 같은 달 5일 주총을 소집했다.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펩트론은 이보다 앞선 다음달 28일 주총을 한다.

이들이 주총을 소집한 건 자본준비금 중 하나인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재무제표상 결손을 메우고 일부는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주식발행초과금은 증자나 전환사채(CB) 주식 전환 때 새로 발행한 주식 가격과 액면가의 차액이다. 이를 활용해 회계상 결손을 해소하고, 이익잉여금을 확보해야 추후 이익이 났을 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책을 펼 수 있다. 결손 상태에서 이익이 생기면 결손을 메우는 게 회계 처리상 우선순위여서다.

레고켐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자본준비금 3486억원을 보유했다. 이 중 2600억원을 활용해 누적 결손 1219억원을 전액 보전하고, 나머지는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주주환원에 대비해 재무구조를 선제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펩트론도 자본준비금 1325억원으로 결손금 877억원을 전부 보전한 뒤 나머지는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알테오젠은 자본준비금 1500억원 가운데 500억원을 이익잉여금 계정으로 옮긴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주주환원 가능성에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올해 회계장부 결산 처리를 하는 내년 3월 주총까지 결손을 메워야 그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

이 같은 바이오벤처의 자본준비금 활용 움직임은 최근 가라앉은 주식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주식발행초과금 활용 카드는 이익 없이 오랜 기간 투자금을 써가며 연구개발(R&D)하는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가 잘 쓰지 않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준비금을 활용해서라도 주가 방어에 나서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