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홈런볼' 같은 나노입자 구조를 활용해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비싼 백금 촉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료전지는 현대자동차의 넥쏘 등 수소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동력원이다.

KAIST는 물리학과 양용수 교수·화학과 한상우 교수·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 연구팀이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영국 버밍엄대와 함께 팔라듐-백금 코어쉘 모양 나노입자의 3차원 계면 구조와 특성을 처음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코어쉘은 서로 다른 물질로 이뤄진 코어(알맹이)와 쉘(껍데기)이 붙은 형태로 합성된 나노물질이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홈런볼 모양을 연상하면 된다. 코어쉘은 코어 구성물질과 쉘 구성물질 간 원자 간격 차이로 코어와 쉘 경계면 구조 변형이 일어나는데, 이 변형을 제어하면 원하는 광학적 자기적 성질 등을 얻을 수 있다.

백금은 수소연료전지에서 수소를 양성자(수소 이온)와 전자로 분리하는 촉매다. 이 때 분리된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를 만들고, 양성자는 산소와 결합해 물을 내보낸다. 코어쉘 구조로 백금 촉매를 설계하면 연료전지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은 알려져 있다. 다만 코어쉘 내부에 묻힌 3차원 경계면(홈런볼 내부 초코렛과 과자 사이 3차원 경계) 특성은 베일에 싸여있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원자 분해능 전자토모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팔라듐과 백금으로 이뤄진 코어쉘 나노입자의 3차원 계면 원자 구조를 처음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전자토모그래피는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물질에 대한 초고분해능 CT(컴퓨터단층촬영)를 얻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전자토모그래피의 3차원 분해능을 끌어롤려 코어쉘 3차원 원자 구조를 24피코미터의 정밀도로 관찰했다. 피코미터는 1조분의 1미터를 말한다.
실험으로 얻은 팔라듐 백금 코어쉘 나노입자 3차원 이미지(a,b,c)와 나노입자 중심 부근 원자 좌표를 부여하는 전자토모그래피 이미지(d,e,f,g). KAIST 제공
실험으로 얻은 팔라듐 백금 코어쉘 나노입자 3차원 이미지(a,b,c)와 나노입자 중심 부근 원자 좌표를 부여하는 전자토모그래피 이미지(d,e,f,g). KAIST 제공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계면에서 나타나는 원자들의 변형 모양을 그린 3차원 지도를 작성했다. 이론적으로만 예측됐던 계면과 표면 변형에 대한 상관성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를 해석했다. 이 때 양자역학적 계산법인 밀도범함수이론(DFT)을 썼다. DFT는 분자 내부에 전자가 존재하는 확률과 에너지를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기법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표면 구조 변형도를 밀도범함수 계산 결과와 대응시키면서, 촉매 활성도를 나타내는 표면 산소환원 반응을 각각 표면 원자에 대해 계산했다"며 "코어쉘 구조와 촉매 특성 간 관계를 단일 원자 수준에서 규명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코어쉘 구조를 최적화해 백금 원자구조 변형을 제어할 수 있다면, 극소량의 백금을 갖고도 수소연료전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