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전반 10분 메시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갔으나 사우디아라비아에 후반 연속골을 내주면서 1-2로 패했다. 메시가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으면 팀이 승리한다는 공식도 이번 경기에서 깨졌다.사진=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전반 10분 메시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갔으나 사우디아라비아에 후반 연속골을 내주면서 1-2로 패했다. 메시가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으면 팀이 승리한다는 공식도 이번 경기에서 깨졌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밤 카타르 월드컵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호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역전패를 당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아르헨티나가 넣은 4골 중 3개가 '월드컵 90년 역사상 가장 엄격한 심판'이 등장해 무효 처리됐기 때문이다.

"오심은 없다"…센서 달린 공으로 정밀 심판

2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의 수비에 막혀 고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2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의 수비에 막혀 고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월드컵이 '라스트 댄스'가 되는 리오넬 메시는 전반 10분 가볍게 선제골을 넣었다. 이어 전반 22분에도 메시의 슈팅이 사우디 골망을 흔들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27분과 35분에도 잇따라 추가골을 넣었다. 문제는 이 3골이 모두 무효 처리된 것.

2022 카타르 월드컵부터 적용된 최첨단 기술인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SAOT)'이 잡아냈다. 이 시스템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처음 선보인 것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포츠연구소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와 손을 잡고 3년간 개발한 최첨단 기술이다.
메시도 속수무책…단언컨대 월드컵 사상 '가장 엄격한 심판'이 떴다
SAOT는 경기장 지붕 아래 12개의 추적 카메라를 통해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초당 50회 빈도로 읽어낸다. 여기에 월드컵 공식 축구공 '알릴라' 안에 관성측정센서(IMU)가 장착돼 초당 500회 빈도로 공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최첨단 기술로 선수와 공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해 판정을 내린다. '사람'에 의존하던 비디오 판독(VAR)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하다. 기술의 발달로 90년 넘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엄격하고 무서운 심판이 등장한 셈이다.

그간 월드컵에선 오프사이드 판정 시비가 빈번하게 벌어졌는데 이번 SAOT 도입으로 판정의 정확성이 대폭 올라갔다. 앞서 도입된 VAR은 판정에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경기 흐름을 끊는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지만, SAOT는 판정 시간을 최대 25초까지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메시도 속수무책…단언컨대 월드컵 사상 '가장 엄격한 심판'이 떴다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SAOT는 다음달 19일 월드컵 결승전까지 한 달간 심판으로 활동한다. 이날 오후 10시 우루과이전을 앞둔 태극전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직전 대회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첫 도입된 VAR에 더해 이번에 적용된 SAOT로 출전 선수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심판을 받게됐다. 엄격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외계인 심판'이란 별칭을 얻은 피에루이자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매우 긴박한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VAR 심판이 상황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감안할 때 SAOT 기술을 통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40도 무더위에도 경기장은 '쌀쌀'

사진=FIFA 유튜브
사진=FIFA 유튜브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안팎 곳곳에는 숨은 과학 기술이 엿보인다. 카타르는 11월에도 한낮 기온이섭씨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덥다. 사실상 정상적인 축구 경기가 어렵지만 경기장 안은 시원해 무리없이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기장 전체를 둘러싼 송풍구에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나오기 때문이다. 전기를 이용해 물을 시원하게 만들고 물로 공기를 차갑게 식혀 경기장 안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경기장 전체가 '초대형 에어컨'인 셈.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냉방장치를 총괄하는 사우드 압둘 가니 카타르대 박사는 FIFA와의 인터뷰에서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은 한 시간에 약 70g의 땀을 흘리고, 축구 선수는 한 경기 동안 10km 이상을 달리고 3L 정도 땀을 흘린다"며 "더운 사막 기후인 카타르에서는 선수의 건강과 관중의 만족을 위해 온도 조절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기장 전체를 냉방하는 공조시스템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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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 아래에도 차가운 공기가 나와 경기를 관람하기에 손색없는 온도를 만들어준다. 적외선 카메라 등으로 관객과 선수들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그때그때 냉방 수준을 조절하기도 한다.

인파 밀집을 실시간으로 관측해 사고를 방지하는 AI 기술도 적용됐다. 월드컵 경기장 전체에 설치된 2만2000개의 보안카메라를 통해 보안 사항을 점검한다. AI 기술을 통해 군중 흐름을 관리할 수 있어 특정 구역의 병목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