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모빌리티·메타버스·자원순환…대기업의 이유 있는 스타트업 '식탐'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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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AI와 콘텐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은 기존 모빌리티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다. ‘넥스트 플랫폼’으로 부상한 커넥티드카 시장에는 완성차·통신·금융 분야 대기업부터 빅테크 플랫폼,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경쟁사들이 한 기업에 함께 투자하거나 이종 산업끼리 연합군을 결성해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과거처럼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 변화를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C, 모바일에 이은 미래형 모빌리티와 메타버스 플랫폼에선 AI 기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서비스와 제품간 융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3사는 AI, 콘텐츠,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스타트업 투자 보폭을 넓히며 ‘식탐’을 내고 있다. 단순한 통신 서비스를 넘어 AI와 클라우드, 빅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10월 AI 솔루션 기업 코난테크놀로지의 지분 20.77%를 확보(2대 주주)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올 3월엔 AI 로봇비전 스타트업 씨메스에 1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SK스퀘어와 함께 AI 반도체 업체 사피온도 설립했다. 지난해 7월 내놓은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출시 1년여 만에 다운로드 870만 건을 기록했다.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을 내건 KT는 올 7월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했다. 클라우드 기반 AI 반도체 분야에서 인프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경쟁력을 모두 갖춘 ‘풀스택’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다.
KT는 지난해 3월 디지털 물류 자회사 롤랩을 설립한 데 이어 올 6월에는 냉장탑차 스타트업 팀프레시에 553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AI 서빙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 클라우드업체 메가존클라우드 등에도 투자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인터넷TV(IPTV) 사업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자금난에 빠진 OTT 플랫폼 왓챠 인수를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만든 OTT 플랫폼 웨이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박을 터뜨린 KT스튜디오지니의 사례처럼 콘텐츠를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는 키즈 콘텐츠를 겨냥해 캐치티니핑 제작사 에스에이엠지엔터, 교육 앱 에누마, 호두랩스 등에도 투자했다.
커넥티드카 시장은 통신사, 완성차업체, 금융사 등 대기업부터 다양한 스타트업까지 뛰어든 격전지다. 자동차에 인터넷을 연결한 커넥티드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달리는 미디어플랫폼’이다.
SK텔레콤은 OTT 플랫폼 웨이브와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를 앞세워 차량용 OTT 개발에 나선다. 글로벌용 통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KT는 14개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에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AI 서비스 기가지니를 통해 음성으로 콘텐츠를 제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오비고의 지분 5%를 72억원에 인수해 커넥티드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종 산업 간 협력도 활발하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8월 국민은행에서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2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출범 2년이 채 되지 않아 몸값을 두 배로 높였다.
유니콘기업이 된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스타트업 캐롯손해보험은 금융과 통신, 모빌리티 등 이종 산업이 협업한 대표 사례다. 캐롯손해보험은 최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을 비롯해 SK텔레콤, 현대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합작해 2019년 설립했다.
커넥티드카 인포테인먼트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지도 시장의 관심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빌리티 운영체제(OS)는 아직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영역”이라며 “현대차가 오토에버를 통해 인포테인먼트까지 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기술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4277억원에 인수하며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커넥티드카 솔루션 스타트업 에어플러그를 인수했다. 현대차는 또 비전 AI 기술기업 스트라드비젼,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보스반도체, 소프트웨어(SW) 안전성을 검사하는 슈어소프트테크 등에도 투자했다.
삼성그룹 CVC인 삼성벤처투자는 각 사업부의 하드웨어 연구개발(R&D)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가 발굴해 삼성SDI가 2대 주주인 2차전지 소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은 올 7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우미건설은 콘테크(건설기술) 스타트업의 기술을 건설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3차원(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 설계 자동화 솔루션을 보유한 창소프트I&I 등 콘테크기업뿐만 아니라 직방, 카사 등 부동산 중개 및 조각투자 플랫폼에도 투자했다.
최근 설립된 CVC는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 될 만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GS벤처스는 마이셀(친환경 대체 가죽), 어썸레이(탄소나노튜브), 레브잇(공동구매 플랫폼), 에스와이솔루션(대체육), 메이크어스(영상 콘텐츠)에 투자하며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 계열 프롤로그벤처스는 글로벌 비건치즈 시장을 겨냥하는 아머드프레시에 투자했다. 호반설의 플랜에이치벤처스는 스마트시티, 효성벤처스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LF인베스트먼트는 라이프스타일, F&F파트너스는 패션 및 콘텐츠, 세아기술투자는 로봇 자동화, 비저닝, 친환경 기술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신사업 투자가 당장 모회사 실적엔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퀵커머스(요기요·부릉), 반려동물 쇼핑몰(어바웃펫·펫프렌즈), 간편식(쿠캣) 분야에서 신사업 발굴에 나선 GS리테일은 투자하거나 인수한 스타트업의 적자 폭이 늘면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모빌리티, 메타버스, 헬스케어 분야 신사업을 추진하는 롯데정보통신도 3분기 영업이익이 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 줄었다. 미래 신사업 공략을 위해 지난해 7월 메타버스 스타트업 칼리버스를 인수한 데 이어 올 1월엔 전기차 충전 기업 중앙제어를 인수한 영향이다.
한 VC 대표는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메타(옛 페이스북) 같은 사례를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기업 투자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은 꽤 있지만 반대로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결과를 내놓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경쟁사들이 한 기업에 함께 투자하거나 이종 산업끼리 연합군을 결성해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과거처럼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 변화를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C, 모바일에 이은 미래형 모빌리티와 메타버스 플랫폼에선 AI 기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서비스와 제품간 융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3사, AI·콘텐츠 주목
이동통신 3사는 AI, 콘텐츠,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스타트업 투자 보폭을 넓히며 ‘식탐’을 내고 있다. 단순한 통신 서비스를 넘어 AI와 클라우드, 빅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10월 AI 솔루션 기업 코난테크놀로지의 지분 20.77%를 확보(2대 주주)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올 3월엔 AI 로봇비전 스타트업 씨메스에 1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SK스퀘어와 함께 AI 반도체 업체 사피온도 설립했다. 지난해 7월 내놓은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출시 1년여 만에 다운로드 870만 건을 기록했다.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을 내건 KT는 올 7월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했다. 클라우드 기반 AI 반도체 분야에서 인프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경쟁력을 모두 갖춘 ‘풀스택’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다.
KT는 지난해 3월 디지털 물류 자회사 롤랩을 설립한 데 이어 올 6월에는 냉장탑차 스타트업 팀프레시에 553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AI 서빙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 클라우드업체 메가존클라우드 등에도 투자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인터넷TV(IPTV) 사업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자금난에 빠진 OTT 플랫폼 왓챠 인수를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만든 OTT 플랫폼 웨이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박을 터뜨린 KT스튜디오지니의 사례처럼 콘텐츠를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는 키즈 콘텐츠를 겨냥해 캐치티니핑 제작사 에스에이엠지엔터, 교육 앱 에누마, 호두랩스 등에도 투자했다.
격전지 된 커넥티드카 시장
커넥티드카 시장은 통신사, 완성차업체, 금융사 등 대기업부터 다양한 스타트업까지 뛰어든 격전지다. 자동차에 인터넷을 연결한 커넥티드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달리는 미디어플랫폼’이다.
SK텔레콤은 OTT 플랫폼 웨이브와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를 앞세워 차량용 OTT 개발에 나선다. 글로벌용 통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KT는 14개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에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AI 서비스 기가지니를 통해 음성으로 콘텐츠를 제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오비고의 지분 5%를 72억원에 인수해 커넥티드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종 산업 간 협력도 활발하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8월 국민은행에서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2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출범 2년이 채 되지 않아 몸값을 두 배로 높였다.
유니콘기업이 된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스타트업 캐롯손해보험은 금융과 통신, 모빌리티 등 이종 산업이 협업한 대표 사례다. 캐롯손해보험은 최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을 비롯해 SK텔레콤, 현대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합작해 2019년 설립했다.
커넥티드카 인포테인먼트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지도 시장의 관심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빌리티 운영체제(OS)는 아직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영역”이라며 “현대차가 오토에버를 통해 인포테인먼트까지 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기술 스타트업 모시기 나선 대기업
주요 대기업들은 기술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4277억원에 인수하며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커넥티드카 솔루션 스타트업 에어플러그를 인수했다. 현대차는 또 비전 AI 기술기업 스트라드비젼,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보스반도체, 소프트웨어(SW) 안전성을 검사하는 슈어소프트테크 등에도 투자했다.
삼성그룹 CVC인 삼성벤처투자는 각 사업부의 하드웨어 연구개발(R&D)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가 발굴해 삼성SDI가 2대 주주인 2차전지 소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은 올 7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우미건설은 콘테크(건설기술) 스타트업의 기술을 건설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3차원(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 설계 자동화 솔루션을 보유한 창소프트I&I 등 콘테크기업뿐만 아니라 직방, 카사 등 부동산 중개 및 조각투자 플랫폼에도 투자했다.
최근 설립된 CVC는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 될 만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GS벤처스는 마이셀(친환경 대체 가죽), 어썸레이(탄소나노튜브), 레브잇(공동구매 플랫폼), 에스와이솔루션(대체육), 메이크어스(영상 콘텐츠)에 투자하며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 계열 프롤로그벤처스는 글로벌 비건치즈 시장을 겨냥하는 아머드프레시에 투자했다. 호반설의 플랜에이치벤처스는 스마트시티, 효성벤처스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LF인베스트먼트는 라이프스타일, F&F파트너스는 패션 및 콘텐츠, 세아기술투자는 로봇 자동화, 비저닝, 친환경 기술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사업 투자로 모기업 실적 타격도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신사업 투자가 당장 모회사 실적엔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퀵커머스(요기요·부릉), 반려동물 쇼핑몰(어바웃펫·펫프렌즈), 간편식(쿠캣) 분야에서 신사업 발굴에 나선 GS리테일은 투자하거나 인수한 스타트업의 적자 폭이 늘면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모빌리티, 메타버스, 헬스케어 분야 신사업을 추진하는 롯데정보통신도 3분기 영업이익이 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 줄었다. 미래 신사업 공략을 위해 지난해 7월 메타버스 스타트업 칼리버스를 인수한 데 이어 올 1월엔 전기차 충전 기업 중앙제어를 인수한 영향이다.
한 VC 대표는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메타(옛 페이스북) 같은 사례를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기업 투자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은 꽤 있지만 반대로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결과를 내놓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