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급 게임 가격 10만원 육박…국산 신작 가격에도 반영 전망
[게임위드인] 디아블로4 가격 논란이 한국 게임에 던지는 숙제
PC·콘솔 패키지 게임 가격이 10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가 다가오자 게이머들이 술렁이고 있다.

블리자드는 최근 개발 중인 신작 게임 '디아블로 4'의 출시일을 6월로 확정하고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PC방 문화를 이끈 디아블로 시리즈의 귀환을 기다리던 게이머들은 가격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별다른 특전 없는 일반판 가격이 9만5천900원이고, 발매 전후로 제공되는 기타 특전까지 포함한 에디션은 10만 원대를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게이머들의 뇌리에 '트리플A'급 블록버스터 신작 게임 가격은 4만∼6만 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일례로 2000년 발매된 '디아블로2'는 4만2천 원, 2012년 나온 '디아블로3'는 5만5천 원에 발매됐다.

그러나 서구권 게임사들이 코로나19 유행 기간 60달러 선이던 콘솔 패키지 게임 가격을 70달러로 올리고, 원·달러 환율도 지속해서 상승하며 국내에서 유통되는 게임 가격도 7만∼8만 원대까지 올랐다.

일각에서는 과거보다 늘어난 게임 제작 비용,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수년간 답보 상태이던 게임 가격도 오를 때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모바일 게임 확률형 아이템에는 매달 수십∼수백만 원을 쓰면서 패키지 게임 가격 10만 원이 비싸다고 하느냐'고 핀잔을 준다.

[게임위드인] 디아블로4 가격 논란이 한국 게임에 던지는 숙제
하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게이머들의 심리적 저항감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8월 발간한 '2022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이용자 중 한 달에 유료 게임 다운로드·아이템 구매로 3만 원 이상을 쓰는 이용자는 전체의 32.6%에 불과했다.

PC 게임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한 달에 결제하는 비용이 5만 원 이상인 게이머 비율은 30.8%였다.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평범한 게이머에게는 10만 원에 육박하는 신작 게임 가격대가 한 달 치 '예산'을 세 배 이상 웃도는 셈이다.

이런 추세는 내년 글로벌 시장을 노린 콘솔·PC 게임 발매를 앞둔 국내 게임 업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장 이달 초 출시한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 가격은 PC판 기준 7만4천800원으로, 일반적인 서구권 콘솔 게임 타이틀의 가격 수준에 맞췄다.

내년 출시가 예정된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등도 적잖은 개발 기간과 인건비가 투입된 만큼, 개발사들도 BM(수익모델)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위드인] 디아블로4 가격 논란이 한국 게임에 던지는 숙제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패키지 게임이라도 소액결제 아이템이나 배틀 패스,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를 판매하는 식의 추가 수익모델을 붙이는 경우가 늘어나 게임사 입장에선 변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아블로처럼 마니아층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게임이라면 가격을 높게 책정해도 되겠지만, 보다 캐주얼한 게임성을 추구한다면 패키지 가격은 낮추되 추가 수익모델을 고도화하는 방안이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