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문기업 젠큐릭스가 암 진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방암 예후진단과 폐암 동반진단 등 주력 제품 매출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로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글로벌 암 진단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유방암 예후진단 ‘국내 1위’ 목표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는 19일 기자와 만나 “유방암 예후진단 키트 ‘진스웰BCT’의 시판 후 연구(PMS)가 내년 1월 마무리된다”며 “국내 70여 개 병원에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료기기는 당국의 시판허가를 받더라도 일정 기간 임상연구 등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는 절차를 밟는다. 젠큐릭스는 병원 30곳에서 진스웰BCT 600개로 시판 후 연구를 진행해왔다.
젠큐릭스 "유방암 진단키트 내년 1위 목표"
예후진단이란 암 수술 후 10년 이내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진단법이다. 진스웰BCT를 사용해본 의료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조 대표는 “미국 지노믹헬스의 유방암 예후진단 제품 ‘온코타입DX’는 백인 환자에게만 유효성이 있다는 평가가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 의료계에선 진스웰BCT로 바꾸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유방암은 인종 간 차이가 뚜렷한 암이다. 미국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 환자인 반면 국내는 40~50대가 많다. 조 대표는 “온코타입DX는 아시아인 환자들에게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라며 “이 점을 내세워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큐릭스는 지난 11월부터 터키 종합병원인 아치바뎀 대학병원에 진스웰BCT를 납품 중이다. 국내 유방암 예후진단 건수는 매년 4000여 건이다. 젠큐릭스는 내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게 목표다.

젠큐릭스는 분변이 아니라 혈액으로 대장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기도 개발 중이다. 조 대표는 “임상을 거쳐 2024년 상반기께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진단전문기업 ‘러브콜’

동반진단 사업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동반진단이란 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알려주는 진단법이다. 돌연변이 유전자 유무와 함께 이에 맞는 치료제 선별까지 도와준다. 현재 자궁내막암, 대장암, 폐암 동반진단 제품에 대한 식약처 심사가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대표는 “허가 제품 수가 늘어나면 장비당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며 “대형 병원에는 장비를 직접 공급하고 검사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소형 병원은 수탁검사기관을 통해 검사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암 동반진단 제품은 신촌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등에 납품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동반진단 분야 글로벌 대표주자인 스위스 로슈 제품을 썼으나 지난 10월부터 젠큐릭스 제품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젠큐릭스는 글로벌 진단장비 기업 바이오라드와 동반진단 분야에서 협력 중이다. 바이오라드의 20여 개국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계약 체결도 논의하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