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애 스타일이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개팅 같은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인공지능(AI)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은 ‘알만추’(알고리즘에 의한 만남 추구)의 시대다. AI 알고리즘이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선호도를 세밀히 파악해 상대방을 골라주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이 같은 AI 매칭은 다량의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실패’ 가능성을 크게 줄여준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히 교제 상대를 찾는 수준을 넘어 구인·구직, 과외 선생님, 돌보미 등을 찾는 데도 AI 매칭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미래의 남편, AI 통해 만난다"…결혼·채용도 '알고리즘 매칭'

AI와 인간이 협력해 ‘커플’ 만든다

“비혼·비연애 풍조는 정확히 보면 ‘내게 정말 맞는 사람’만 만나겠다는 의미예요. 이성 매칭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신민호 테키 대표)

결혼정보 플랫폼 모두의지인을 운영하는 테키는 “결혼정보업계 세대를 교체하겠다”는 포부를 지닌 4년 차 스타트업이다. 국내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해 결혼 상대를 추천·매칭하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고, 1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데이팅 앱과 달리 결혼정보회사 주요 고객들은 큰 비용을 지급하며 진지한 만남을 원한다. 일반적으로 결혼정보회사는 직업, 외모, 자산 등을 기준으로 사람 등급을 나누거나 커플 매니저가 자신의 회원 가운데 ‘감’으로 매칭해 왔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모든 항목을 관리하고 살펴보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모두의지인은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 100여 개에 이르는 항목을 기반으로 한 AI 맞춤형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회원을 분석하고 매니저와 협력해 매칭 확률을 높여준다. “사람이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항목을 매트릭스 구조로 만들어 꼭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용자가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하면 대략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대 프로필 몇 개를 제안한다. 이용자는 상대와 만날지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대면 만남을 한다. 이 과정에서 매칭 만족도, 추가 만남 성사율 등을 포함해 이용자의 세부적 피드백을 데이터화해 AI에 학습시킨다. 이를 세 번 이상 반복하면 AI는 갈수록 이용자의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찾아주게 된다.

물론 AI가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심리 상담, 외모 컨설팅 등을 통해 자신감을 높여주고 “한번 만나보라”고 이끌어주는 건 사람의 영역이다. 신 대표는 “처음에는 기술적으로만 접근했더니 고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잘 모르기도 하고, 상대방을 고르지 못했다”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만큼 AI 기술뿐 아니라 ‘휴먼 터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AI와 매칭 매니저의 절묘한 협력으로 매칭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모두의지인 회원들이 6개월 안에 교제를 시작하는 비율은 62% 이상이고, 평균 성혼까지 걸리는 기간은 10개월 정도다. 이 같은 성과가 알려지며 기존 결혼정보회사들에도 자극을 주고 있다. 대형 결혼정보업체 중 한 곳인 가연도 올 하반기 매칭에 AI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진화하는 ‘인력 매칭’

채용 시장에서도 AI 매칭 서비스가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국내 채용 시장 최초로 AI 매칭 기술을 도입한 원티드랩은 단순 매칭을 넘어 구직자에게 다양한 조언까지 하고 있다. 엄영은 원티드랩 채용사업총괄 이사는 “자기소개서 글자 수가 안 맞거나 오류가 있으면 지원자에게 안내하고, 직무에 맞는 이력서 작성법 등을 코칭한다”며 “앞으로 면접 연습 서비스도 고도화해 서류뿐만 아니라 채용 전 과정을 AI로 효율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세대 채용 플랫폼 사람인도 지난 10월 ‘AI 매칭 리포트’를 선보였다. 채용공고와 이력서의 주요 키워드가 일치하는지 여부, 구직자가 보유한 기술과 채용공고 요구 조건이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따져 기업을 추천해 준다.

긱(gig·임시직) 근로자가 늘면서 관련 분야에서도 AI 매칭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 연결 플랫폼 탤런트뱅크는 경영전략·신사업·인사·재무·정보기술(IT)·디자인 등 영역별 역량을 갖춘 1만5000여 명의 전문가를 기업·개인들의 요구에 따라 매칭해 준다.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크라우드웍스의 사내벤처 긱플래너는 회원들이 선호하는 일거리를 설정해두면 맞춤형 알림을 제공해주는 앱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플랫폼 업체 니더(급구)도 69만 명의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매칭을 하고 있다. 케이엘큐브가 운영하는 위프는 IT 업종에 특화한 프리랜서 인력을 매칭하기도 한다. 채용업계 관계자는 “AI 매칭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기업으로선 허수 지원자를 줄이고, 구직자는 취업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돌봄 선생님도 AI로 찾는다

육아 분야 역시 AI 매칭으로 서비스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아 매칭 스타트업인 째깍악어와 자란다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 모두 AI를 기반으로 아이 성향에 맞는 돌봄 선생님을 연결해준다.

째깍악어는 2020년 AI 매칭 기술로 특허를 등록한 이후 고객 데이터와 돌봄 데이터를 지속 확보하며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있다. 선생님이 방문해 아이를 돌보는 자란다는 방문 일지를 데이터로 축적해 매칭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시니어 돌봄 분야 역시 AI 매칭으로 간병인과 이용자를 적절히 이어주고 있다. 우선 경증 환자를 잘 다루는 사람, 암 환자 돌봄 경력이 있는 사람 등 간병인을 경력에 따라 분류한다. 이어 돌봄이 필요한 분의 나이, 신장, 체중, 질환, 성별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매칭을 한다. 케어닥, 좋은케어(유니메오), 케어네이션 등이 대표적 회사다.

학생 수준에 따라 난도를 달리해야 하는 사교육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매스프레소가 운영하는 ‘콴다과외’는 학생의 성적, 목표 등에 맞춰 선생님을 연결해 준다. 맞춤형 외국어 화상회화 플랫폼 리스픽 역시 자체 개발한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 학생 수준에 따라 적합한 선생님을 실시간으로 추천한다.

최근엔 특정 분야에서 동업자를 찾는 매칭 서비스도 생겨났다. 라인업은 웹소설, 게임 등과 잘 어울리는 그림 작가를 연결해주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약 23만 명의 그림작가를 장르, 취향 코드, 그림체 등으로 분류해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마콘컴퍼니는 최근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 매칭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유튜브 영상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플루언서를 매칭해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