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 부스. 사진=조아라 기자
TCL 부스. 사진=조아라 기자
"어?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3'이 개막한 5일(현지시간) 중국 가전업체 TCL 부스를 둘러보던 LG 직원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LG전자 의류관리기 'LG 스타일러'와 꼭 닮은 카피캣 제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TCL이 선보인 스타일러(C32SL)는 전신 거울로 활용할 수 있는 짙은 색상의 외관을 문짝에 적용했다.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의 디자인과 거의 똑같다.

내부를 열자 상단에는 옷을 걸어둘 수 있는 옷걸이 3개, 하단에는 선반과 급수통, 배수통이 보였다. 거의 '빼다 박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모양이었다. LG전자의 무빙행어(옷을 흔들어 먼지를 제거하는 기술) 특허 기술을 구현한 점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 있던 TCL 직원에게 "한국의 LG 스타일러랑 많이 비슷한 것 같다"고 하자 그는 "LG 제품은 본적이 없다. 디자인이 비슷한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제품은 내년에 출시될 전망이다.
TCL CES 부스. 영상=조아라 기자
TCL CES 부스. 영상=조아라 기자
TCL 부스. 사진=조아라 기자
TCL 부스. 사진=조아라 기자
스타일러 좌측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직렬로 놓여있었다. 삼성 비스포크 세탁기, 건조기 세트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이라며 "해외 출시 여부는 아직 검토 단계"라고 전했다.

개막날 TCL 부스를 구경하러 온 국내 가전업체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년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중국 업체의 '노골적 베끼기'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스타일러·워시타워 등 LG의 혁신적 신가전을 교묘히 베껴온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중국 내수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허 때문에 카피 제품을 판매하진 못하고 전시만 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TCL CES 부스. 영상=조아라 기자
TCL CES 부스. 영상=조아라 기자
TCL 부스. 사진=조아라 기자
TCL 부스. 사진=조아라 기자
인근에 차린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 부스의 상황도 비슷했다. 하이센스 부스 전면에는 독자 개발했다는 'ULED' 110인치 초대형 TV가 공개됐다. 좌측에는 명화 감상 등 액자 갤러리로 활용이 가능한 TV 제품(M1)이 자리했다. 원하는 베젤(테두리)을 선택해 맞춤형 상품 주문이 가능하다고 직원은 설명했다. 수년 전부터 삼성과 LG가 내놓기 시작한 TV '갤러리 모드' 상품을 모방한 신제품인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ULED 4K 화질을 지원하는 갤러리 TV는 조만간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해외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하이센스 CES 부스. 영상=조아라 기자
하이센스 CES 부스. 영상=조아라 기자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CES 참가율은 여전히 저조하지만, 글로벌 TV 시장에서 국내 기업을 바짝 뒤쫓는 TCL과 하이센스는 대규모 부스를 차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TV 판매량에서 삼성전자(점유율 20.2%)와 LG전자(12.0%)가 1·2위를 차지했지만 TCL(11.7%)과 하이센스(10.1%)는 각각 3·4위로 바짝 추격했다. 이들 기업이 노골적 '베끼기'부터 자체 기술 확보까지 이뤄내면서 국내 기업들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하이센스 CES 2023 부스. 사진=조아라 기자
하이센스 CES 2023 부스. 사진=조아라 기자
삼성전자는 이번 CES 부스에서 처음으로 주력 제품인 마이크로LED TV를 전시하지 않았다. 별도 마련 공간에서 미디어와 현지 거래처에게만 제품을 공개했다. 마이크로LED TV는 삼성 최고의 기술력이 탑재된 초고가 TV로 110인치 출고가가 1억7000만원에 달한다. 고급화 전략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별도 전시 공간을 조성한 것은 다분히 중국 업체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TCL 부스에 있는 TV 제품들. 사진=조아라 기자
TCL 부스에 있는 TV 제품들. 사진=조아라 기자
불필요한 노출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제품 베끼기는 관례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CES 부스는 초연결 경험 콘셉트를 위주로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영상=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