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뇌 분석해드려요" 뉴로게이저, MRI로 잠재 성향 알려주는 서비스 출시
아이의 잠재된 성향이나 학습 능력치 등을 알려주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분석 서비스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서비스다. 뇌 정밀 분석을 질병 진단이나 치료 목적이 아니라 서비스 산업 차원에서 접근한 독특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벤처 뉴로게이저는 만 10~15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뇌 분석 서비스 ‘앨사이어니’를 출시했다고 9일 밝혔다. 뉴로게이저는 뇌 과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이대열 미국 존스홉킨스대 특훈교수와 이 교수의 동생이자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이흥열 대표가 2014년 공동 창업했다.

뉴로게이저가 내놓은 뇌 분석 서비스는 아이의 뇌를 MRI로 촬영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성향을 분석해준다. 뉴로게이저의 인공지능(AI) 기반 뇌 분석 플랫폼은 MRI 결과를 아이의 다양한 성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167개 항목으로 나눠 수치화한다. 항목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 지금까지의 뇌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뉴로게이저는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2018년부터 4년간 성균관대 뇌과학이미징연구단에 있는 MRI 장비로 500여 명의 뇌를 직접 검사했다.

그 결과 공감 능력과 공격 성향은 물론 독해 능력, 사고 유연성, 수리 학습력, 예술 창의성 같은 개인의 잠재적 성향과 능력치를 수치화하는 데 성공했다. 예컨대 수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분석해 수치로 보여주는 식이다. 평균값을 ‘5’로 놓고 0~10 범위에서 숫자가 크고 작음으로 아이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적인 뇌 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플랫폼 개발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뇌는 유전자와 달리 나이가 들면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뇌 분석 결과를 참고해 부모가 적기에 아이의 진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뉴로게이저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MRI 촬영이 가능한 서울의 한 병원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해당 병원 의사의 처방을 받아 MRI 검사를 하고 그 결과는 부모 동의 하에 뉴로게이저로 보낸다. 검사 비용은 MRI 검사 비용을 포함해 150만원이고, 220쪽에 달하는 결과 책자는 10일 뒤에 받을 수 있다. 한 달 검사 건수는 100회로 제한했다. “정교한 서비스를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뉴로게이저는 분석 대상을 전 연령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뉴로게이저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의료 분야에만 뇌 연구가 집중돼 있다”며 “‘브레인 케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