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은 사진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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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씨(32)는 명절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만난 조카가 보여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영상에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집안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가 보여준 틱톡의 영상에 깜짝 놀랐다. 재밌어서 친구들끼리 공유했다는 영상이었는데 선정적인 장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카에게 이런 앱은 쓰지 말라고 얘기하고, 조카의 엄마인 언니에게 가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일러줬다"고 전했다. 언니는 해당 영상을 보고 "요즘 애들이 이런 걸 보고 놀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는 후문이다.

김씨의 사례처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학부모들 사이 '경계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틱톡에서 '숨 참기' 챌린지를 하다 숨진 10대 소녀의 소식 등이 알려지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될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틱톡서 '챌린지' 하다 숨진 10대만 수십명"

1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매체 파히나 12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산타페주에서 12세 소녀 밀라그로스 소토가 일명 '숨 참기 챌린지', '블랙아웃 챌린지'를 시도하다 사망했다.

이 챌린지는 목을 조르는 방법으로 의식을 잃을 때까지 숨을 참는 게임이다. 소토의 이모인 랄리 루케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장난 같은 도전으로 조카를 잃었고 그 누구에게도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영국 가디언지는 아치 배터스비라는 12세 소년이 같은 챌린지에 동참하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 틱톡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이 챌린지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서 10대 이하 틱톡 사용자 60만명 넘어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틱톡의 인기는 뜨겁다. 10대들이 길이가 긴 영상보다 '숏폼'(Short-Form, 짧은 동영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0대 이하 틱톡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 합산·중복포함)는 60만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약 69만명을 기록하면서 70만명 가까이 MAU가 늘어나기도 했다. 국내 전체 MAU에서 10대 이하 MAU는 15~17% 사이를 오가면서 각각 20%대 초반 정도인 20대와 30대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이 틱톡은 10대 청소년에게 인기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부적절하거나 위험성이 있는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 김모씨(39)는 "틱톡에는 이상한 영상들이 너무 많아 보이고, 짧고 중독성이 큰지 한번 빠지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돌려줄 생각을 않는다"면서 "틱톡과 같은 유형의 앱은 전면 (자녀 스마트폰에서) 차단 중"이라고 말했다.

美 다수 주에서 틱톡 금지…3월부턴 정신 건강 관련 연구도 착수

나아가 틱톡은 정신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AP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토드 로키타 인디애나주 법무장관은 지난해 12월 "틱톡이 12세 이상 이용 등급을 설정했지만 마약과 성 관련 콘텐츠를 노출해 미성년자인 사용자들과 부모를 기만했다"며 틱톡을 고소했다. 틱톡이 사용자들의 데이터에 무단으로 접근하고, 어린이 안전을 침해한 혐의다.

이미 미국에서는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텍사스 등 다수의 주에서 주정부가 소유하거나 임대한 기기에 틱톡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됐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9일 미국에서 지난 3월부터 틱톡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틱톡이 깊어지는 의심 속에서 2023년을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