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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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메가 블록버스터’ 탄생이 임박했다. 주인공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마운자로다.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모임인 대한당뇨병학회에선 아직 국내 시판 허가를 받지 않은 이 약을 진료지침에 새롭게 포함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고도비만 등 대사질환 치료 효과가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블록버스터’ 비만 신약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비만약 ‘게임 체인저’ 나온다

"주사만으로 20kg 뺀다"…비만신약 격전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라이일리는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를 비만 치료제로도 허가받기 위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팽창한 것은 ‘GLP-1’이라는 호르몬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주로 당뇨병 치료에 사용됐다. 하지만 GLP-1이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칼로리 소비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판 중인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 위고비도 모두 GLP-1에 작용하는 비만 치료제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마운자로는 GLP-1에 더해 ‘GIP’라는 호르몬에도 이중으로 작용하는 주사제다. GIP 역시 혈당수치를 조절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지난해 공개된 마운자로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15mg을 투여한 환자군의 72주차 체중감소율은 최대 22.5%인 것으로 확인됐다. 체중감소율이 15~20%인 위고비, 5~10%인 삭센다보다 뛰어난 효과다.

마운자로 임상시험에 참여한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부작용은 기존 치료제와 비슷하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월등해 의료계에서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K바이오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

비만 시장은 ‘초거대 시장’으로 불린다. 성인 비만 유병률은 미국에서만 42%에 달하고,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계속 높아지고 있는 만큼 마운자로가 세계 매출 1위 ‘휴미라’를 뛰어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비만 환자는 미국에만 1억 명, 세계적으로는 6억5000만 명 이상이다. 일각에선 마운자로가 비만 치료제로 허가될 경우 연매출이 휴미라의 207억달러(약 25조5400억원)를 넘어선 480억달러(약 59조2300억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빅파마들도 연달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암젠은 마운자로와 작용기전이 동일한 ‘AMG133’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화이자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냈다. 한미약품은 GLP-1, GIP에 이어 글루카곤에까지 작용하는 삼중 작용제를 개발 중이다. 글루카곤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켜 준다. 올 상반기 안에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YH34160’을 개발 중이다. 호르몬이 아니라 단백질(GDF15)에 작용하는 후보물질로 미국 임상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올해 후보물질 ‘LR19021’의 미국 임상 2상에 들어간다. 식욕조절단백질(MC4R) 유전자에 작용하는 경구용 치료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