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출신' 자매, 스타트업 대표 변신…MCM 김성주도 '찜'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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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서 630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듀자매'가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했다. 듀자매의 크리에이터 노하우를 발판삼아 멀티채널네트워크(MCN)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엔 패션 브랜드 MCM을 운영하는 성주그룹으로부터 투자금도 유치했다.
1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듀자매 허영주·허정주 대표가 운영하는 법인인 듀시스터즈는 MCM 브랜드를 보유한 성주디앤디로부터 프리 시드(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계약은 신주 인수 형태로 이뤄졌고 투자 금액은 비공개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단계인 만큼 투자 규모보다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이 회사를 '찜'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허영주·허정주 대표를 직접 만나 "우산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기업인을 살뜰히 챙기는 김 회장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1990년 성주그룹을 세우고 2005년 독일 뮌헨 브랜드인 MCM을 인수한 인물이다. 여성 차별이 있던 1970~1980년대에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소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말 설립된 듀시스터즈는 인플루언서 사업을 하는 회사다. 일종의 MCN 형태다. 듀자매의 크리에이터 역량으로 광고나 강연, 라이브커머스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크립토 아이돌'인 엑시시스터즈로 활동하는 등 블록체인 영역에 뛰어든 허영주 대표는 향후 듀시스터즈가 웹3.0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이끌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듀자매는 틱톡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다. 실제 자매인 허영주·허정주 대표가 주인공이다. 한국어·영어 계정을 합친 팔로워는 630만명에 달한다. 국내 '틱톡커' 중 팔로워 순위 상위 5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로 15초 이내 숏폼 형태의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성균관대에서 철학·연기예술학을 전공한 듀자매 '언니' 허영주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두루 경험해왔다. 티아라, 다비치, SG워너비 등이 소속돼 있던 MBK엔터테인먼트에서 2012~2015년 걸그룹 '더 씨야' 멤버로 활동했다. 이후엔 종편 채널 아이돌 육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연극 배우로 전향해 대학로를 누볐다. 동생 허정주 대표 역시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를 졸업한 뒤 연극 배우로 활동했다.
"애초에 저는 들러리였던 셈이었죠. 모든 게 '박살'난 기분이었습니다. 인간이 언제 무너지는지 그때 깨달았어요. 길을 걷는데 다리가 풀려 픽, 쓰러지기도 했어요.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만 뜰 수 있는 연예계의 현실, 중앙화된 시스템에서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어요. 주체적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절망의 터널을 걷던 2017년, 그를 꺼낸 건 누군가의 '대가 없는' 손길이었다. 지인 소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활고에 빠진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사업가를 만났다. 그는 대뜸 '1000만원이 생기면 뭘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다.
허 대표는 동생 정주가 써준 '뽕짝소녀'라는 곡을 발매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걸그룹 활동 시절 소속사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은 곡이었다. 그날 밤 '꿈을 이루시길'이라는 메세지와 함께 1000만원이 입금됐다.
"밤새 오열했어요. 지난 7년 간의 삶이 스쳐지나가면서요.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나를 아무런 대가 없이 믿어준 사람이 나타나니, 살아갈 희망이 생겼죠." (그를 지원해 준 사업가는 이후 40여 명의 아티스트를 대가 없이 도와줬다. 이 회사는 미국 기반 기획사인 12엔터테인먼트다. 가수 라디가 프로듀서로 합류했다.) 다만 1000만원은 곡을 내고 마케팅까지 하기엔 부족한 돈이었다. 이 때 주목한 플랫폼이 틱톡이었다. 틱톡이 제 2의 유튜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미 독일 쌍둥이 자매인 리사 맨틀러와 레나 맨틀러가 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게다가 모든 영상에 음악이 들어가 홍보에 최적이었다. '뽕짝소녀'로 시작된 듀자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팔로워는 금세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엔 음악 방송에도 출연했어요. 소속사 없이 틱톡이란 플랫폼만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틱톡으로 인지도를 쌓고 쇼호스트 활동도 했어요. MCN 트레져헌터에선 틱톡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TF팀장을 맡기도 했죠. 하지만 안주하긴 싫었어요. 법인을 세워 '우리만의 것'을 더 키워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엑시시스터즈는 1세대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게임인 엑시인피니티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이다. 엑시인피니티를 만든 베트남 게임 제작사 스카이마비스는 삼성전자 산하 투자 자회사인 삼성넥스트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엑시시스터즈는 엑시인피니티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이와 관련된 '밈'이나 문화를 노래와 춤으로 표현했다.
이런 커뮤니티 기반 아이돌은 '찐 팬'을 모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엑시시스터즈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엑시인피니티 파티나 뉴욕에서 개최된 삼성넥스트 파티에 초청돼 공연하기도 했다.
MCM 김성주 회장도 듀자매의 정체성에 지지를 보냈다. MCM은 NFT 플랫폼 '메타지'와 복합문화 체험형 매장을 열었고, 현대미술 작가와 협업해 NFT 전시를 선보이는 등 이 분야에 적극적이다.
"MCM도 원래 노마드족을 겨냥한 브랜드거든요. 그런데 웹3.0 생태계에선 이미 모두들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크립토 팬에게 심어줘서 '찐 팬'으로 만드는 거죠. 이런 식으로 MCM을 찐 팬들의 커뮤니티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허 대표가 갖고 있는 플랫폼에 대한 이론도 김 회장의 생각과 맞아떨어졌다. 각 플랫폼마다 소통하는 언어가 다르고 이용자층도 다른데 이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인플루언서로 도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은 글, 인스타그램은 사진, 틱톡은 숏폼 콘텐츠가 매개체다. 인스타그램은 2030이 주 타깃이라면, 페이스북은 이보다 높은 연령대가 이용한다는 식이다. MCM 역시 타깃을 MZ세대에 맞추자 몇 년째 감소하던 매출이 2021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2020년보다 5배 넘게 올랐다.
허 대표는 최근 MCM의 교육기관인 메테스(METES)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씩 창업 교육을 받고 있다. 요즘엔 인플루언서들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생성 AI와 가상 인플루언서 분야에 관심을 쏟는 중이다. 그는 "이제 막 스타트업 생태계 출발선에 선 상황"이라면서도 "스타트업 대표로, 틱톡커로, 크립토 아이돌로 모두 성공해 결승선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1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듀자매 허영주·허정주 대표가 운영하는 법인인 듀시스터즈는 MCM 브랜드를 보유한 성주디앤디로부터 프리 시드(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계약은 신주 인수 형태로 이뤄졌고 투자 금액은 비공개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단계인 만큼 투자 규모보다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이 회사를 '찜'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허영주·허정주 대표를 직접 만나 "우산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기업인을 살뜰히 챙기는 김 회장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1990년 성주그룹을 세우고 2005년 독일 뮌헨 브랜드인 MCM을 인수한 인물이다. 여성 차별이 있던 1970~1980년대에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소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말 설립된 듀시스터즈는 인플루언서 사업을 하는 회사다. 일종의 MCN 형태다. 듀자매의 크리에이터 역량으로 광고나 강연, 라이브커머스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크립토 아이돌'인 엑시시스터즈로 활동하는 등 블록체인 영역에 뛰어든 허영주 대표는 향후 듀시스터즈가 웹3.0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이끌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듀자매는 틱톡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다. 실제 자매인 허영주·허정주 대표가 주인공이다. 한국어·영어 계정을 합친 팔로워는 630만명에 달한다. 국내 '틱톡커' 중 팔로워 순위 상위 5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로 15초 이내 숏폼 형태의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성균관대에서 철학·연기예술학을 전공한 듀자매 '언니' 허영주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두루 경험해왔다. 티아라, 다비치, SG워너비 등이 소속돼 있던 MBK엔터테인먼트에서 2012~2015년 걸그룹 '더 씨야' 멤버로 활동했다. 이후엔 종편 채널 아이돌 육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연극 배우로 전향해 대학로를 누볐다. 동생 허정주 대표 역시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를 졸업한 뒤 연극 배우로 활동했다.
듀자매가 탄생하기까지
허영주 대표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걸그룹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0'에 가까웠다. 소속사가 설정한 금액 이상으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을'의 처지였던 멤버가 돈을 가져갈 수 없는 구조 탓이었다. 소속사를 나온 뒤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통편집'이었다."애초에 저는 들러리였던 셈이었죠. 모든 게 '박살'난 기분이었습니다. 인간이 언제 무너지는지 그때 깨달았어요. 길을 걷는데 다리가 풀려 픽, 쓰러지기도 했어요.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만 뜰 수 있는 연예계의 현실, 중앙화된 시스템에서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어요. 주체적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절망의 터널을 걷던 2017년, 그를 꺼낸 건 누군가의 '대가 없는' 손길이었다. 지인 소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활고에 빠진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사업가를 만났다. 그는 대뜸 '1000만원이 생기면 뭘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다.
허 대표는 동생 정주가 써준 '뽕짝소녀'라는 곡을 발매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걸그룹 활동 시절 소속사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은 곡이었다. 그날 밤 '꿈을 이루시길'이라는 메세지와 함께 1000만원이 입금됐다.
"밤새 오열했어요. 지난 7년 간의 삶이 스쳐지나가면서요.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나를 아무런 대가 없이 믿어준 사람이 나타나니, 살아갈 희망이 생겼죠." (그를 지원해 준 사업가는 이후 40여 명의 아티스트를 대가 없이 도와줬다. 이 회사는 미국 기반 기획사인 12엔터테인먼트다. 가수 라디가 프로듀서로 합류했다.) 다만 1000만원은 곡을 내고 마케팅까지 하기엔 부족한 돈이었다. 이 때 주목한 플랫폼이 틱톡이었다. 틱톡이 제 2의 유튜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미 독일 쌍둥이 자매인 리사 맨틀러와 레나 맨틀러가 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게다가 모든 영상에 음악이 들어가 홍보에 최적이었다. '뽕짝소녀'로 시작된 듀자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팔로워는 금세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엔 음악 방송에도 출연했어요. 소속사 없이 틱톡이란 플랫폼만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틱톡으로 인지도를 쌓고 쇼호스트 활동도 했어요. MCN 트레져헌터에선 틱톡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TF팀장을 맡기도 했죠. 하지만 안주하긴 싫었어요. 법인을 세워 '우리만의 것'을 더 키워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찐 팬' 만드는 커뮤니티 세계... MCM도 반했다
법인 설립 이후 듀시스터즈의 '넥스트 스텝'은 NFT와 웹3.0 생태계였다. 걸그룹 시절 극도로 중앙화된 생태계에서 벗어나려 했던 열망도 한몫했다. 국내 최초 '크립토 아이돌'인 엑시시스터즈를 만들었다. 듀자매의 '부캐'인 셈이다. 기존 아이돌이 대중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크립토 아이돌은 블록체인 생태계 커뮤니티의 문화에 집중한다.엑시시스터즈는 1세대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게임인 엑시인피니티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이다. 엑시인피니티를 만든 베트남 게임 제작사 스카이마비스는 삼성전자 산하 투자 자회사인 삼성넥스트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엑시시스터즈는 엑시인피니티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이와 관련된 '밈'이나 문화를 노래와 춤으로 표현했다.
이런 커뮤니티 기반 아이돌은 '찐 팬'을 모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엑시시스터즈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엑시인피니티 파티나 뉴욕에서 개최된 삼성넥스트 파티에 초청돼 공연하기도 했다.
MCM 김성주 회장도 듀자매의 정체성에 지지를 보냈다. MCM은 NFT 플랫폼 '메타지'와 복합문화 체험형 매장을 열었고, 현대미술 작가와 협업해 NFT 전시를 선보이는 등 이 분야에 적극적이다.
"MCM도 원래 노마드족을 겨냥한 브랜드거든요. 그런데 웹3.0 생태계에선 이미 모두들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어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크립토 팬에게 심어줘서 '찐 팬'으로 만드는 거죠. 이런 식으로 MCM을 찐 팬들의 커뮤니티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허 대표가 갖고 있는 플랫폼에 대한 이론도 김 회장의 생각과 맞아떨어졌다. 각 플랫폼마다 소통하는 언어가 다르고 이용자층도 다른데 이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인플루언서로 도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은 글, 인스타그램은 사진, 틱톡은 숏폼 콘텐츠가 매개체다. 인스타그램은 2030이 주 타깃이라면, 페이스북은 이보다 높은 연령대가 이용한다는 식이다. MCM 역시 타깃을 MZ세대에 맞추자 몇 년째 감소하던 매출이 2021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2020년보다 5배 넘게 올랐다.
허 대표는 최근 MCM의 교육기관인 메테스(METES)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씩 창업 교육을 받고 있다. 요즘엔 인플루언서들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생성 AI와 가상 인플루언서 분야에 관심을 쏟는 중이다. 그는 "이제 막 스타트업 생태계 출발선에 선 상황"이라면서도 "스타트업 대표로, 틱톡커로, 크립토 아이돌로 모두 성공해 결승선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