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췌도 이식해 당뇨 고친다…제넨바이오, 연내 첫 임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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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종장기 이식 '첫 발'
작년 12월 '삼수' 끝 임상허가
가천대 길병원과 손잡고 진행
면역거부반응·감염 우려
무균 돼지 안전성 통해 불식
"이종장기 연구 이정표 될 것"
작년 12월 '삼수' 끝 임상허가
가천대 길병원과 손잡고 진행
면역거부반응·감염 우려
무균 돼지 안전성 통해 불식
"이종장기 연구 이정표 될 것"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도가 국내에서 첫발을 뗐다. 바이오벤처 제넨바이오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를 돼지에서 얻어내 당뇨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을 시작하면서다.
동물 장기 이식 시도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면역거부반응과 동물 바이러스·세균 감염 등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면역억제 약물 개발과 유전자 조작, 감염 예방 스크리닝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물 장기 이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췌도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망가지면 혈액 내 당 조절에 문제가 생긴다. 제넨바이오는 무균 돼지의 췌장을 꺼내 내부 조직인 췌도 세포를 정제한 뒤 이를 사람의 간에 이식할 계획이다. 수액 주사 형태로, 간 문맥을 통해 약 두 시간에 걸쳐 이식한다.
현재 췌도 이식은 사람에게서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식 주체가 뇌사자로 한정돼 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장기 부족 문제로 환자의 0.1%만이 수혜를 본다”고 했다.
제넨바이오는 당뇨 환자 중에서도 저혈당으로 쇼크(일시적 의식불명)를 1년에 두 차례 이상 겪은 저혈당무감지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할 계획이다. 저혈당을 알아채지 못해 대응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1형 당뇨 환자의 12.5%가 저혈당무감지증 환자다. 제넨바이오는 다음달 임상 대상자를 최종 선별할 예정이다.
감염 가능성도 문제다. 동물에 있는 바이러스 세균이 사람에게 이식돼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지난해 1월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팀이 유전자 조작을 거친 돼지 심장을 말기 심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지만 두 달여 후 사망했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식 주체인 돼지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식약처와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돼지 췌도 이식 시도에 감염 가능성 등 안전성을 꼼꼼히 따졌다. 첫 임상 신청부터 실제 진행까지 3년이 넘게 걸린 이유다. 과거 중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뉴질랜드에서 돼지 췌도 이식이 이뤄졌다. 중국은 영장류 실험을 거치지 않았고 나머지는 췌도 세포를 캡슐로 감싸 복강에 넣는 방식이었다.
제넨바이오는 췌도 이식 주체인 무균 돼지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세균 146종이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종장기 이식 국내 최고 권위자인 박정규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장은 “이번 임상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종장기이식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동물 장기 이식 시도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면역거부반응과 동물 바이러스·세균 감염 등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면역억제 약물 개발과 유전자 조작, 감염 예방 스크리닝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물 장기 이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뇨환자 20명에게 돼지 췌도 이식
제넨바이오는 오는 10월 1형 당뇨 환자 두 명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한다고 8일 밝혔다.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최종적으로 약 20명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할 계획이다. 임상은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진행한다.췌도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망가지면 혈액 내 당 조절에 문제가 생긴다. 제넨바이오는 무균 돼지의 췌장을 꺼내 내부 조직인 췌도 세포를 정제한 뒤 이를 사람의 간에 이식할 계획이다. 수액 주사 형태로, 간 문맥을 통해 약 두 시간에 걸쳐 이식한다.
현재 췌도 이식은 사람에게서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식 주체가 뇌사자로 한정돼 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장기 부족 문제로 환자의 0.1%만이 수혜를 본다”고 했다.
제넨바이오는 당뇨 환자 중에서도 저혈당으로 쇼크(일시적 의식불명)를 1년에 두 차례 이상 겪은 저혈당무감지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할 계획이다. 저혈당을 알아채지 못해 대응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1형 당뇨 환자의 12.5%가 저혈당무감지증 환자다. 제넨바이오는 다음달 임상 대상자를 최종 선별할 예정이다.
면역거부·감염 허들 넘어야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건 여러 이유에서 간단치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면역거부반응이다. 돼지 장기의 경우 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을 사람의 면역체계가 ‘침입자(non-self)’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이식된 동물의 장기가 파괴된다. 김 대표는 “특정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사람의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기술이 발전했다”며 “동물 장기 이식을 위한 기술적 여건이 상당 부분 확보됐다”고 했다.감염 가능성도 문제다. 동물에 있는 바이러스 세균이 사람에게 이식돼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지난해 1월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팀이 유전자 조작을 거친 돼지 심장을 말기 심장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지만 두 달여 후 사망했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식 주체인 돼지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시도”
제넨바이오의 돼지 췌도 이식도 순탄치 않았다. 2020년 김광원 길병원 당뇨·내분비센터장 주도로 연구자 임상이 시도됐지만 1년 만에 자진 철회됐다. 그해 제넨바이오가 임상을 신청했지만 안전성 우려로 자진 취하했다. 이번 임상 승인은 ‘삼수’ 끝에 얻은 성과다. 김 교수가 임상 책임자로 참여한다.식약처와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돼지 췌도 이식 시도에 감염 가능성 등 안전성을 꼼꼼히 따졌다. 첫 임상 신청부터 실제 진행까지 3년이 넘게 걸린 이유다. 과거 중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뉴질랜드에서 돼지 췌도 이식이 이뤄졌다. 중국은 영장류 실험을 거치지 않았고 나머지는 췌도 세포를 캡슐로 감싸 복강에 넣는 방식이었다.
제넨바이오는 췌도 이식 주체인 무균 돼지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세균 146종이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종장기 이식 국내 최고 권위자인 박정규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장은 “이번 임상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종장기이식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