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의 ‘자가 수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소비자 권리 보장과 환경 보호를 위해 자가 수리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을 감안한 행보다.

‘자가 수리 도우미’ 상표권 출원

삼성, 국내서도 '셀프수리 서비스' 선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특허청에 ‘자가 수리 도우미’라는 명칭의 안드로이드 앱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미국 특허청에 동일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자가 수리 도우미 앱은 갤럭시 기기의 자가 수리에 필요한 설명과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 정품 수리 부품 키트를 구매한 고객이 앱을 설명서처럼 활용할 수 있다. 특허 출원서에 나와 있는 자가 수리 기기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태블릿 PC, 무선 이어폰 등이다.

‘스스로 수리할 권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후변화 대응 등과 맥을 같이한다. 수리를 통해 기기 수명을 늘리면 제품을 더 오래 쓸 수 있어 전자 폐기물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제조사들의 수리 권한 제한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유럽연합(EU) 의회는 2020년 11월 수리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의를 채택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전자업체가 지난해부터 자가 수리 서비스를 선보인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부터 미국에서 온라인 수리 업체 ‘아이픽스잇(I fix it)’과 손잡고 자가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갤럭시S20·21과 갤럭시탭 7+에 이어 최근엔 갤럭시S22 시리즈, 갤럭시 북 프로 15 시리즈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아이픽스잇 기준 갤럭시S22 울트라 기준 액정과 배터리 교체 부품 판매 비용은 약 239.99달러, 후면 유리와 USB-C 충전 포트는 69.99달러다.

도입 실효성 놓고 갑론을박

삼성전자는 자가 수리 서비스의 국내 도입과 관련해 “소비자 수요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을 보고 국내 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까지 이 회사는 자가 수리 서비스의 국내 도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전국에서 180여 개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인 만큼 해외와 달리 수리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훨씬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가 수리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도입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자가 수리 서비스의 국내 도입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올해 말까지 전자제품 수리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자가 수리 서비스가 실효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엔 고온의 열을 가해야 분리되는 부품이 많이 들어간다. 설명서를 본다고 해도 혼자 수리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경제적 효용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9월 애플의 자가 수리 서비스로 아낄 수 있는 비용이 약 3달러(아이폰12 미니 기준)에 불과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