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둘째주 목요일은 콩팥(신장)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예방하기 위해 세계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IFKF)이 정한 ‘세계 콩팥의 날’이다. 콩팥은 우리 몸속에서 각종 노폐물을 걸러내는 여과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콩팥에는 필터 기능을 담당하는 사구체가 있는데, 혈액이 이곳을 지나며 걸러진 노폐물은 세뇨관과 신우, 요관을 거쳐 방광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두 개의 콩팥이 하루에 걸러내는 혈액량은 성인은 약 180L로 소변량은 하루 1~2L에 달한다.

○회복이 어려운 만성 콩팥병

진행되면 회복 어려운 만성콩팥병…환자·진료비 10년간 두 배 증가
몸속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콩팥은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콩팥 관련 질환은 다양한데 크게 급성 콩팥 손상과 만성콩팥병으로 나눈다. 콩팥의 기능이 갑자기 나빠져 생기는 급성 콩팥병은 특정 약물을 복용하거나 탈수, 감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증상이 바로 나타나고, 제때 치료하면 기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만성콩팥병은 여러 이유로 콩팥이 지속적으로 손상을 받아서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진행된 후에는 회복이 어려워 문제가 된다. 보통 3개월 이상 콩팥이 손상되거나 콩팥의 기능이 60% 이하로 떨어졌을 때 만성콩팥병 진단을 내린다. 주요 원인으로 당뇨병과 고혈압이 꼽힌다. 고혈압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콩팥에 이상이 생긴다. 당뇨병으로 혈액 속에 당이 많으면 신장 조직에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17년 20만3978명이던 만성 콩팥병 환자는 2021년 27만7252명으로 5년 새 36%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만성콩팥병 진료환자 수 및 진료비 모두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849만원이었다.

○소변 체크가 조기 발견에 도움

소변의 상태와 소변 습관으로 체크하는 것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건강한 사람의 소변은 거품이 많지 않으며 소변을 볼 때 순간적으로 거품이 일지만 곧 사라진다. 만약 거품이 지나치게 많거나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또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면 콩팥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밤에 다리에 쥐가 잘 나는 것도 이상 징후일 수 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우리 몸에 축적된 요독이 근육 대사에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센터장은 “신장 건강 상태는 쉽게 소변의 상태로 확인할 수 있다”며 “정상 소변은 노란색이나 연한 노란색이지만 소변 색이 짙은 갈색 또는 피와 비슷한 붉은색을 띠거나 거품이 많다면 콩팥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때 치료받고 평소 관리해야

만성 콩팥병을 예방하려면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원인 질환의 치료와 함께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유럽 임상 영양 및 대사학회(ESPEN)의 공식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이 콩팥 건강을 돕는다.

심장병이 있으면서 콩팥 기능이 약간 떨어져 있는 환자가 지중해식 식사를 지속한 경우, 저지방식 식사를 한 사람보다 5년 후 콩팥이 더 건강했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만성콩팥병 예방 및 관리 10대 생활수칙’을 발표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의 꾸준한 치료, 적정 체중 유지, 음식 싱겁게 먹기, 매일 30분 이상 운동,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 줄이기, 콩팥 상태에 따라 물 적당히 마시기, 정기적으로 단백뇨와 크레아티닌 검사받기, 단백질 권장량만 섭취, 칼륨이 많이 들어있는 과일이나 채소 적정량 섭취 등이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