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맞먹는 인기·동남아 '섭외 1순위'…평범했던 취준생의 반전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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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숏폼 경제' 흔드는 토종 Z세대

원정맨(본명 서원정)은 5440만 팔로어를 보유한 ‘틱톡커(틱톡 크리에이터)’다. 국내 1위 BTS(5850만 명) 다음이다. 10·20세대 숏폼 사용자 중에선 그의 ‘이어찍기(인기 영상을 패러디해 원본에 붙이는 기법)’를 모르는 이가 드물다. 케지민(본명 박지민)은 노래와 춤 영상으로 1020만 팔로어를 모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선 방송 프로그램 ‘섭외 1순위’다. 두 크리에이터는 최근 한경 긱스(Geeks)와의 인터뷰에서 “기성 기업이 잘 파악하지 못하는 숏폼 세상만의 영상 제작 문법이 실존한다”며 “20초 내외 영상도 1초마다 연출해야 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팔로어는 34세 이하가 90%다.
미국으로, 동남아로…숏폼이 넓힌 시야
원정맨은 1996년생, 케지민은 2001년생이다. 모두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중반 출생)’에 속한다. 구독자 80%는 외국인이다. 국가 분포 상위 10개국엔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이집트 이라크 등이 있다. 원정맨은 “말 없이 행동으로 영상을 표현해 글로벌 진출이 쉬웠다”고 말했다. 케지민은 반대로 각국 언어를 외운다. “유튜브나 해당 국가 틱톡 영상을 참고해 당시 인기가 많은 춤이나 노래를 직접 부른다”는 것이다. 케지민은 “아랍어나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 노래는 3시간씩 연습한다”며 “외국인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영상이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것과 같은 원리”라고 했다.
같은 기간 케지민은 말레이시아 라디오 방송사 ‘Era FM’에서 중국어, 영어, 말레이시아어로 진행된 4개 프로그램에 각각 참여했다. 팔로어 중 57%가 인도네시아인인 그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앨범을 내고, ‘D'Kopolo’ ‘Tonight Show Net’ 등 현지 버라이어티 쇼에서 초대받아 활동했다. 영향력이 커진 숏폼 플랫폼이 현지 연고가 없는 한국인을 주요 출연진으로 만든 셈이다.
경력 쌓으려 '틱톡' 했던 Z세대 취준생들

기업 협업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숏폼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1년 40조원을 넘어섰다. 비자(VISA) 네이버 하나카드 이니스프리 넷플릭스 등 각 분야 업체들이 두 크리에이터를 찾아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했다. 광고 협상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MCN 업체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이들은 2016년 설립된 MCN 스타트업 순이엔티 소속이다. 업체는 지난해 6월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8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케지민은 “주 사용자층인 10·20세대가 구매력을 갖출 5년 뒤는 숏폼 생태계의 분기점”이라며 “계속 화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정맨은 “어쩌면 지금의 문법이라는 것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며 “콘텐츠 흐름은 지금 이 시각에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