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맨드레이크' 진짜였나…"스트레스 받아!" 식물도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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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과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맨드레이크(사진)’는 뽑히면 괴성을 지르는 약초다. 영화 <해리포터>에서는 주인공이 약초학 수업 중 맨드레이크를 화분에 옮겨 심는 실습을 한다. 함께 수업을 듣던 학생 한 명은 귀마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괴성에 놀라 기절하기도 한다.
맨드레이크처럼 토마토 같은 식물이 실제로 줄기가 잘리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주파의 소음을 낸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식물이 내는 소리를 감지해 물을 주는 센서 등 농업용 신제품이 개발될 가능성이 열렸다. 31일 과학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릴라크 하다니 교수 연구팀은 토마토, 담배, 밀, 옥수수, 선인장, 광대나물 등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해 구분하는 데 성공하고 관련 연구성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셀>을 통해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주변 환경과 고립돼 배경 소음이 전혀 없는 지하실에 대형 음향 상자를 설치했다. 토마토와 담배 모종 등을 화분에 담아 음향 상자에 넣었다. 약 10㎝ 떨어진 곳에 20~250㎑(킬로헤르츠)의 고주파를 녹음할 수 있는 초음파 마이크를 설치했다. 연구팀은 해당 식물 일부에 5일간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줬다. 온전한 식물과 차이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식물들은 40~80㎑의 고주파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대 주파수(16㎑) 이상이다. 연구팀은 해당 소리가 ‘딸깍’하는 소리나 포장용 에어캡(일명 뽁뽁이) 터지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소리를 내는 빈도는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늘어났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식물은 1시간에 한 번 미만의 소리를 냈지만, 줄기가 잘린 식물은 1시간에 최대 50차례 소리를 냈다.
연구팀은 녹음된 소리를 자체 개발한 기계학습(ML)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식물이 내는 소리가 식물 종류와 가해진 스트레스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토마토와 담배가 각각 물이 부족할 때 내는 소리가 다르고, 물이 부족할 때와 줄기가 잘렸을 때 내는 소리도 다르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배경 소음이 많은 온실 속에서 개별 식물이 내는 소리를 확인하고 구분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식물이 소리를 내는 정확한 원리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만 식물 줄기 내부 관다발(뿌리에서 잎으로 물이 이동하는 통로) 안에 기포가 형성됐다가 터지는 현상 때문에 소리가 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다니 교수는 “식물이 다른 생물체와 소통을 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인지는 명확지 않지만,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생태학적, 진화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한다”며 “다른 동식물이 이 소리를 듣고 반응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쥐나 설치류, 곤충, 다른 식물들이 이러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다니 교수는 “꽃밭은 사람이 듣지 못할 뿐 다소 시끄러운 곳일 수 있다”며 “식물이 내는 소리를 듣고 물을 줘야 할 때를 알려주는 센서 같은 적절한 도구만 있으면 사람들도 식물 소리 정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맨드레이크처럼 토마토 같은 식물이 실제로 줄기가 잘리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주파의 소음을 낸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식물이 내는 소리를 감지해 물을 주는 센서 등 농업용 신제품이 개발될 가능성이 열렸다. 31일 과학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릴라크 하다니 교수 연구팀은 토마토, 담배, 밀, 옥수수, 선인장, 광대나물 등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해 구분하는 데 성공하고 관련 연구성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셀>을 통해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주변 환경과 고립돼 배경 소음이 전혀 없는 지하실에 대형 음향 상자를 설치했다. 토마토와 담배 모종 등을 화분에 담아 음향 상자에 넣었다. 약 10㎝ 떨어진 곳에 20~250㎑(킬로헤르츠)의 고주파를 녹음할 수 있는 초음파 마이크를 설치했다. 연구팀은 해당 식물 일부에 5일간 물을 주지 않거나 줄기를 자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줬다. 온전한 식물과 차이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식물들은 40~80㎑의 고주파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대 주파수(16㎑) 이상이다. 연구팀은 해당 소리가 ‘딸깍’하는 소리나 포장용 에어캡(일명 뽁뽁이) 터지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소리를 내는 빈도는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늘어났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식물은 1시간에 한 번 미만의 소리를 냈지만, 줄기가 잘린 식물은 1시간에 최대 50차례 소리를 냈다.
연구팀은 녹음된 소리를 자체 개발한 기계학습(ML)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식물이 내는 소리가 식물 종류와 가해진 스트레스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토마토와 담배가 각각 물이 부족할 때 내는 소리가 다르고, 물이 부족할 때와 줄기가 잘렸을 때 내는 소리도 다르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배경 소음이 많은 온실 속에서 개별 식물이 내는 소리를 확인하고 구분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식물이 소리를 내는 정확한 원리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만 식물 줄기 내부 관다발(뿌리에서 잎으로 물이 이동하는 통로) 안에 기포가 형성됐다가 터지는 현상 때문에 소리가 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다니 교수는 “식물이 다른 생물체와 소통을 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인지는 명확지 않지만,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생태학적, 진화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한다”며 “다른 동식물이 이 소리를 듣고 반응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쥐나 설치류, 곤충, 다른 식물들이 이러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다니 교수는 “꽃밭은 사람이 듣지 못할 뿐 다소 시끄러운 곳일 수 있다”며 “식물이 내는 소리를 듣고 물을 줘야 할 때를 알려주는 센서 같은 적절한 도구만 있으면 사람들도 식물 소리 정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