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LG 다 뛰어든 로보틱스…'챗GPT'로 로봇 진화 가속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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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립어린이과학관의 인기 코너는 바로 로봇쇼입니다. 최신 아이돌 노래에 맞춰 군무하는 로봇들이죠. 축구 로봇이 골대에 골을 넣으면 아이들의 환호가 터져 나옵니다. 서빙, 배달, 병간호까지 로봇이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두려움 대신 친숙함을 앞세워서 말입니다. 만능 로봇이 나오기까지 마지막 구멍은 '뇌' 영역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로봇의 '뇌'까지 완성될 날이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이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첨단기술의 융합체인 로봇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분석했습니다.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는 약 100년 전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새로운 연극을 하나 발표합니다. 지능을 가진 작업 기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작품 제목은 '로슘의 만능로봇'입니다. 강제노동이나 일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를 활용해 이 기계의 이름을 '로봇'이라고 명명한 것이죠. 로봇이 처음으로 등장한 순간입니다.
이름만 없었을 뿐이지 자동화된 기계에 대한 개념은 꽤 옛날부터 존재했습니다. 중세시대에는 ‘오토마타(automata)’라 부르는 자동기계가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그리스 신화에도 청동거인 ‘탈로스’가 등장하죠. 장영실이 만든 자동물시계 ‘자격루’도 어떻게 보면 로봇의 일종입니다.
로봇 기술을 뜻하는 ‘로보틱스’의 최종목적지는 첨단지능을 가진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죠. 인간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 로봇을 말합니다. 이 로봇이 극도로 발전하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이 순간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도 합니다. 최근 챗GPT의 등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줬습니다. 자연스럽게 로보틱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계에 불과했던 로봇이 이제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로봇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완전 자율로봇은 인간의 기능을 대다수 수행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 인간과 유사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신체와 같은 하드웨어가 필요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듯이 로봇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도 공급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요소마다 첨단기술들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이 기술들이 모여 로보틱스의 거대한 밸류체인을 형성합니다.
우선 신체 부분을 살펴보죠. 우리는 인지·판단·제어·동작의 단계로 움직입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물을 스스로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해서 신체를 제어하고 최종 동작에 이르러야 합니다. 로봇의 감각을 담당하는 인지기술은 센서를 통해 구현됩니다. 특히 시각이 중요합니다. 카메라를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입체적 정보를 담기 위해 레이더와 라이다 센서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판단에서 제어로 넘어가는 과정은 인간의 ‘두뇌’에 해당합니다. 인간의 뇌처럼 가장 복잡한 영역입니다. AI나 빅데이터는 물론이고 빠르게 연산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고도의 반도체 기술도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제어부터 동작의 단계는 주로 하드웨어 기술이 적용됩니다. 인간의 관절이나 근육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액추에이터(Actuator)라 불리는 구동기 기술이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손과 같이 최종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말단효과 장치(End effector)도 부드럽게 연동돼야 합니다.
로봇의 커뮤니케이션에도 필요한 기술들이 많습니다. 신체가 완벽하게 구현된다 하더라도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통신 기술’이 적용돼야 합니다. 사물인터넷(IoT)이나 5세대 이동통신(5G)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로보틱스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입니다. 로봇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배터리 기술도 중요합니다. 배터리가 오래가고 안전해야만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특이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모든 밸류체인의 기술들이 한꺼번에 고도화 돼야 합니다. 어느 한 분야라도 부족하면 완전 자율 로봇은 구현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사이 이 요소기술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산업들이 진보하면서 자연스럽게 로봇에 필요한 기술들이 채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산업입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면서 배터리 기술과 로봇의 시각을 담당하는 머신비전 기술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가 완전자율주행 단계에 이르면 그것이 바로 로봇입니다. 여기에 활용되는 배터리나 라이다 센서, 반도체 기술이 로봇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며, 상당 부분의 로보틱스 진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테슬라봇을 선보이는 등 로보틱스 기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연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의 신체의 핵심인 구동 부분 역시 기술이 상당 수준 올라왔습니다. 관절과 근육의 역할을 하는 이 부분은 주로 서보(Servo)모터, 감속기, 제어장치 등으로 구성됩니다. 서보모터는 모터와 제어장치를 포함하는 장치입니다. 로봇 움직임의 속도나 가감속, 위치 등을 제어합니다.
감속기는 현재 로봇의 가장 핵심부품입니다. 모터의 부속장치로 로봇 구동부의 회전력(Torque)을 높이기 위해 사용됩니다. 소형로봇에는 하모닉 드라이브라는 감속기가, 중대형 산업용 로봇에는 사이클로이드라는 감속기가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로봇 부품 중에서는 가장 원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장치입니다. 일본산 제품이 주를 이뤘는데 국내에서도 에스비비테크와 에스피지가 각각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의 경쟁이 감속기 기술 진보를 가져왔고, 현재 많은 산업용 로봇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로봇 기술 중 가장 발전이 느렸던 부분은 ‘두뇌’입니다. 인지·판단·동작의 부분에서 아직도 인지와 판단은 사람이 하고 동작을 로봇이 대신 수행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AI나 머신비전이 적용되는 로봇도 알고리즘에 의해 반복적인 일을 수행할 뿐 판단까지 대신해주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근 챗GPT의 등장은 이런 로봇의 두뇌가 상당히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AI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습득해서 연산, 처리하고, 때로는 창의적인 일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코딩과 같은 부분도 스스로 학습하고 인간에게 해결책을 제공합니다. 챗GPT의 놀라움은 빅데이터, 딥러닝, 자연어처리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와 그래픽카드(GPU)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기술 진보가 결합한 결과입니다.
GPT의 성공적인 안착은 많은 빅테크 기업들을 자극하며 더욱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AI의 인프라가 되는 AI 반도체에 대한 경쟁도 가열되고 있습니다. 구글은 AI 반도체인 TPU(텐서프로세싱유닛) 4000개 이상으로 AI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 역시 이전 세대보다 4배 이상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AI 반도체 H100을 공개했죠. 더 빠르고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AI의 효율은 점점 극대화될 것입니다. 여기에 클라우드 기술과 통신 기술이 결합하면, 로봇의 두뇌는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실시간 처리할 수 있도록 바뀌겠죠. 마치 사람과 유사한 모습입니다.
로보틱스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기업들의 니즈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구 구조적인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이슈입니다. 국제연합(UN)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4년 65%를 정점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2050년 동안 인구가 최소 1% 감소하는 국가도 61개국에 달합니다.
멀리 볼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만 해도 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가 60대에 접어들면서 고령층 인구 비중이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출산 추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죠.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노동력 감소’와 ‘인건비 상승’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래도 몇 년 전만 해도 값싼 노동력이 있는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에서의 생산이 점점 기업들에는 위협이 되고 있고, 중국 내의 인건비도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제조업귀환(Reshoring) 정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수출기업이 해외에 물건을 내다 팔기 위해서는 이제는 공장을 미국과 유럽에 건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인건비는 매우 비쌉니다. 결과적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는 제조기업들은 ‘로봇’에 눈을 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많은 해외 증설 공장에 자동화 라인을 구축해야 하고 이런 효율을 담보하기 위해 로보틱스의 발전이 매우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당장 해외에 스마트 공장 증설이 필요한데다, AI 기술의 진보로 로보틱스 기술은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죠.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협동 로봇 등을 개발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삼성 로봇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 분야에 진심입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M&A나 투자가 예상됩니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웨어러블 로봇 기업인 엔젤로보틱스, 자율주행 로봇 기업 로보티즈 등 약 5개의 로봇 관련회사에 투자하며 로봇 관련 밸류체인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현대차도 21년 4족 보행 로봇 등을 개발한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국내 중소중견 및 스타트업의 혁신도 지속 중입니다. 최근 들어 식당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로봇이 ‘서빙 로봇’입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베어로보틱스는 미국에 설립된 서빙 로봇 회사로 미국 40개 주에 약 1만대의 서빙 로봇을 판매했습니다. 현재 기업가치가 6000억원을 넘어서며 차세대 유니콘 기업을 넘보고 있습니다. 브이디컴퍼니의 서빙 로봇도 판매 속도가 빠릅니다. 4년 만에 3000대 이상이 팔렸습니다. 헬퍼로보틱스도 무인화 서빙 로봇 전문업체로 지난해 투자유치에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입니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 치킨을 튀기는 치킨 로봇같이 인간을 대신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조리 로봇들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로보아르테는 조리 자동화 로봇을 도입한 치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XYZ는 핸드드립 커피 로봇 ‘바리스’로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스타트업을 인수해 딜리버리 영역으로도 로봇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뉴로메카는 협동 로봇 제조 생산에 특화된 기업으로, 국내 많은 기업의 로봇 상용화를 도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런 서비스 로봇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올해 533억달러(약 70조원)에서 2026년 1,033억달러로 약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산업용 로봇의 주축을 이루는 협동 로봇 역시 2025년 50억달러(약 7조원) 시장으로 연평균 43.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료용 로봇, 물류 로봇 역시 향후 해당 산업을 바꾸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 기술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증시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코스닥 시가총액이 줄었지만, 로봇 관련 산업 시가총액 합계는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태호 |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관찰하고, 이를 주도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 마중물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매일 스타트업을 만나 혁신적인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겁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여러 경험에서 쌓은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름만 없었을 뿐이지 자동화된 기계에 대한 개념은 꽤 옛날부터 존재했습니다. 중세시대에는 ‘오토마타(automata)’라 부르는 자동기계가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그리스 신화에도 청동거인 ‘탈로스’가 등장하죠. 장영실이 만든 자동물시계 ‘자격루’도 어떻게 보면 로봇의 일종입니다.
로봇 기술을 뜻하는 ‘로보틱스’의 최종목적지는 첨단지능을 가진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죠. 인간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 로봇을 말합니다. 이 로봇이 극도로 발전하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이 순간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도 합니다. 최근 챗GPT의 등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줬습니다. 자연스럽게 로보틱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계에 불과했던 로봇이 이제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로봇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로봇을 구성하는 기술들
완전 자율로봇은 인간의 기능을 대다수 수행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 인간과 유사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신체와 같은 하드웨어가 필요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듯이 로봇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도 공급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요소마다 첨단기술들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이 기술들이 모여 로보틱스의 거대한 밸류체인을 형성합니다.
우선 신체 부분을 살펴보죠. 우리는 인지·판단·제어·동작의 단계로 움직입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물을 스스로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해서 신체를 제어하고 최종 동작에 이르러야 합니다. 로봇의 감각을 담당하는 인지기술은 센서를 통해 구현됩니다. 특히 시각이 중요합니다. 카메라를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입체적 정보를 담기 위해 레이더와 라이다 센서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판단에서 제어로 넘어가는 과정은 인간의 ‘두뇌’에 해당합니다. 인간의 뇌처럼 가장 복잡한 영역입니다. AI나 빅데이터는 물론이고 빠르게 연산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고도의 반도체 기술도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제어부터 동작의 단계는 주로 하드웨어 기술이 적용됩니다. 인간의 관절이나 근육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액추에이터(Actuator)라 불리는 구동기 기술이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손과 같이 최종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말단효과 장치(End effector)도 부드럽게 연동돼야 합니다.
로봇의 커뮤니케이션에도 필요한 기술들이 많습니다. 신체가 완벽하게 구현된다 하더라도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통신 기술’이 적용돼야 합니다. 사물인터넷(IoT)이나 5세대 이동통신(5G)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로보틱스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입니다. 로봇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배터리 기술도 중요합니다. 배터리가 오래가고 안전해야만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최대약점 ‘두뇌’의 진화
로봇이 특이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모든 밸류체인의 기술들이 한꺼번에 고도화 돼야 합니다. 어느 한 분야라도 부족하면 완전 자율 로봇은 구현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사이 이 요소기술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산업들이 진보하면서 자연스럽게 로봇에 필요한 기술들이 채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산업입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면서 배터리 기술과 로봇의 시각을 담당하는 머신비전 기술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가 완전자율주행 단계에 이르면 그것이 바로 로봇입니다. 여기에 활용되는 배터리나 라이다 센서, 반도체 기술이 로봇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며, 상당 부분의 로보틱스 진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테슬라봇을 선보이는 등 로보틱스 기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연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의 신체의 핵심인 구동 부분 역시 기술이 상당 수준 올라왔습니다. 관절과 근육의 역할을 하는 이 부분은 주로 서보(Servo)모터, 감속기, 제어장치 등으로 구성됩니다. 서보모터는 모터와 제어장치를 포함하는 장치입니다. 로봇 움직임의 속도나 가감속, 위치 등을 제어합니다.
감속기는 현재 로봇의 가장 핵심부품입니다. 모터의 부속장치로 로봇 구동부의 회전력(Torque)을 높이기 위해 사용됩니다. 소형로봇에는 하모닉 드라이브라는 감속기가, 중대형 산업용 로봇에는 사이클로이드라는 감속기가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로봇 부품 중에서는 가장 원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장치입니다. 일본산 제품이 주를 이뤘는데 국내에서도 에스비비테크와 에스피지가 각각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의 경쟁이 감속기 기술 진보를 가져왔고, 현재 많은 산업용 로봇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로봇 기술 중 가장 발전이 느렸던 부분은 ‘두뇌’입니다. 인지·판단·동작의 부분에서 아직도 인지와 판단은 사람이 하고 동작을 로봇이 대신 수행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AI나 머신비전이 적용되는 로봇도 알고리즘에 의해 반복적인 일을 수행할 뿐 판단까지 대신해주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근 챗GPT의 등장은 이런 로봇의 두뇌가 상당히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AI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습득해서 연산, 처리하고, 때로는 창의적인 일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코딩과 같은 부분도 스스로 학습하고 인간에게 해결책을 제공합니다. 챗GPT의 놀라움은 빅데이터, 딥러닝, 자연어처리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와 그래픽카드(GPU)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기술 진보가 결합한 결과입니다.
GPT의 성공적인 안착은 많은 빅테크 기업들을 자극하며 더욱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AI의 인프라가 되는 AI 반도체에 대한 경쟁도 가열되고 있습니다. 구글은 AI 반도체인 TPU(텐서프로세싱유닛) 4000개 이상으로 AI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 역시 이전 세대보다 4배 이상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AI 반도체 H100을 공개했죠. 더 빠르고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AI의 효율은 점점 극대화될 것입니다. 여기에 클라우드 기술과 통신 기술이 결합하면, 로봇의 두뇌는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실시간 처리할 수 있도록 바뀌겠죠. 마치 사람과 유사한 모습입니다.
인구감소로 늘어나는 로봇 수요
로보틱스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은 기업들의 니즈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구 구조적인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이슈입니다. 국제연합(UN)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4년 65%를 정점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2050년 동안 인구가 최소 1% 감소하는 국가도 61개국에 달합니다.
멀리 볼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만 해도 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가 60대에 접어들면서 고령층 인구 비중이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출산 추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죠.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노동력 감소’와 ‘인건비 상승’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래도 몇 년 전만 해도 값싼 노동력이 있는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에서의 생산이 점점 기업들에는 위협이 되고 있고, 중국 내의 인건비도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제조업귀환(Reshoring) 정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수출기업이 해외에 물건을 내다 팔기 위해서는 이제는 공장을 미국과 유럽에 건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인건비는 매우 비쌉니다. 결과적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는 제조기업들은 ‘로봇’에 눈을 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많은 해외 증설 공장에 자동화 라인을 구축해야 하고 이런 효율을 담보하기 위해 로보틱스의 발전이 매우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분주한 로보틱스 기업들
현재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당장 해외에 스마트 공장 증설이 필요한데다, AI 기술의 진보로 로보틱스 기술은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죠.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협동 로봇 등을 개발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삼성 로봇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 분야에 진심입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M&A나 투자가 예상됩니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웨어러블 로봇 기업인 엔젤로보틱스, 자율주행 로봇 기업 로보티즈 등 약 5개의 로봇 관련회사에 투자하며 로봇 관련 밸류체인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현대차도 21년 4족 보행 로봇 등을 개발한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국내 중소중견 및 스타트업의 혁신도 지속 중입니다. 최근 들어 식당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로봇이 ‘서빙 로봇’입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베어로보틱스는 미국에 설립된 서빙 로봇 회사로 미국 40개 주에 약 1만대의 서빙 로봇을 판매했습니다. 현재 기업가치가 6000억원을 넘어서며 차세대 유니콘 기업을 넘보고 있습니다. 브이디컴퍼니의 서빙 로봇도 판매 속도가 빠릅니다. 4년 만에 3000대 이상이 팔렸습니다. 헬퍼로보틱스도 무인화 서빙 로봇 전문업체로 지난해 투자유치에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입니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 치킨을 튀기는 치킨 로봇같이 인간을 대신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조리 로봇들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로보아르테는 조리 자동화 로봇을 도입한 치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XYZ는 핸드드립 커피 로봇 ‘바리스’로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스타트업을 인수해 딜리버리 영역으로도 로봇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뉴로메카는 협동 로봇 제조 생산에 특화된 기업으로, 국내 많은 기업의 로봇 상용화를 도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런 서비스 로봇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올해 533억달러(약 70조원)에서 2026년 1,033억달러로 약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산업용 로봇의 주축을 이루는 협동 로봇 역시 2025년 50억달러(약 7조원) 시장으로 연평균 43.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료용 로봇, 물류 로봇 역시 향후 해당 산업을 바꾸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 기술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증시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코스닥 시가총액이 줄었지만, 로봇 관련 산업 시가총액 합계는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태호 |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관찰하고, 이를 주도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 마중물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매일 스타트업을 만나 혁신적인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겁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여러 경험에서 쌓은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