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들 입소문 났다"…이 회사가 매출 10배 늘린 비결 [긱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①시장성 확인→②이용자 확보·시장 선점→③이용자 숫자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 구축→④새로운 시장으로 확장. 많은 스타트업들이 추진하는 성장 공식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이용자를 모으는 데엔 마케팅비가 필요하고, 어렵게 이용자를 모았다 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과 연계시키지 못하는 곳도 많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창업 후 6년 간 200만명의 소상공인 이용자를 확보해 656억원의 매출(2022년 기준)을 내고 유니콘에 등극한 한국신용데이터의 김동호 대표가 말하는 회사 성장기를 공유합니다."매출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동네 가게 사장님들이 우리 서비스를 쓰게 하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시장을 선점했다고 판단했을 때 비즈니스모델을 붙였습니다. 그게 작년부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죠."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회사 매출이 2021년 68억원에서 지난해 656억원으로 10배 가량 늘어나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률은 363%에서 57%로 줄어든 배경을 설명하면서다. 잠정 집계한 올해 1분기 매출은 330억원. 이를 발판삼아 김 대표는 올해 18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어떻게 단기간에 매출을 늘릴 수 있었을까.
200만 사장님이 쓰는 서비스가 되기까지…
김 대표는 캐시노트가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울 수 있던 이유에 대해 "사장님들이 쓰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기업용 ERP서비스는 보통 사장님이 아니라 회사의 회계 혹은 재무팀 담당자가 쓴다. 하지만 캐시노트는 사장님이 직접 쓴다. 그래서 저희가 대시보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마켓이나 금융 커뮤니티로 확장할 때 상대적으로 훨씬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그 영향력이 전이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가게 매출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 캐시노트를 중심으로 포스(출납기), 식자재 공급, 사장님 커뮤니티 등 소상공인 대상 서비스를 한다. 현재 캐시노트를 쓰는 사업장은 130만 곳, 다른 서비스까지 합치면 전국 200만 사업장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던 2017년 후 2년은 제품(캐시노트)이 시장에 통하는지 아닌지를 가늠했던 시기(시장성 확인)라고 했다. 캐시노트가 동네 가게 10곳 중 1곳이 쓰는 서비스로 자리잡은 게 2019년 여름 정도다. 이 시기 캐시노트를 썼던 가게들은 20만곳 가량. 문제는 그 이후였다. "100만곳이 넘는 가게가 과연 우리 서비스를 쓸 수 있을 거냐는 것에 대해 처음엔 저희조차도 조금 회의적이었어요. 이전까지 사장님 대상 서비스들, 배달 중개 서비스라든지 검색 광고라든지 이런 서비스들의 사업장 고객은 많아야 10만~20만곳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캐시노트가 전체 소상공인의 과반이 쓰는 서비스가 된 모습을 상상하고 거기에 베팅했다. "처음 서비스를 출시하고 3달여 만에 1000개 정도의 고객사를 확보했을 때 이른바 '그린라이트'를 받은 것 같아요. 사장님들이 생각보다 우리 서비스를 좋아하시는구나, 우리가 조금 더 가볼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소상공인 중 절반이 쓰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한 게(이용자 확보, 시장선점) 2021년 가을까지였다.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야겠다고 결정을 하고 여러가지 형태의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던 시기입니다." 투자금을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늘렸다. 소상공인 단톡방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이 빠르게 증가했다. 2021년 가을엔 사업장 고객이 100만명을 넘겼다. 목표로 했던 '대한민국 소상공인 과반이 쓰는 서비스'가 된 것이다.
어떻게 비즈니스모델 붙였나
캐시노트는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다. 소상공인을 위한 일간 재무 리포트, 상권 리포트 등은 무료 가입 후 자동 적용된다. 이용자를 확보했으니 다음은 비즈니스모델을 찾고 서비스를 확장할 차례였다.소상공인들이 맞닥뜨리는 사업의 순간, 해결하는 데 돈을 쓰는 문제들을 정리해보니 16가지가 확인됐다. 식자재를 구매할 때(마켓) 운영자금을 조달할 때(뱅킹) 사장님들끼리 소통하고 교류할때(커뮤니티) 접객하고 결제를 받을 때(포스·결제망) 등이었다. 식자재 공급사에 연 200~250만원(연 5000만원 매입 기준) 대출 중개회사에 20~30만원(연 2000~3000만원 조달 기준), 포스회사에 연 20~30만원 등 연간 수수료 등으로 400만원을 쓴다고 분석됐다.
사장님들이 쓰는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해보자고 했다. 조립식 보험이나 빠른정산패키지 등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같은 가격이라고 하면 더 많은 시너지와 더 많은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 품질의 제품들을 제공하고, 같은 품질이라고 한다면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 사장님들이 비용을 절감하도록 했습니다."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은 물론 물론 대기업 등과 협업했다. "배달 매출이 보통 일반적인 카드 매출보다 늦게 들어옵니다. 사장님들이 자금이 모자랄 때 저희가 채권을 매입해드리는 서비스를 국민은행이랑 같이 하고 있고요. 곧 출시되는 것으로는 유플러스와 함께 저희가 가게 통신 상품들을 리뉴얼해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독자적으로 하기에는 굉장히 큰 영역들에서 주요한 기업들과 협업해 사장님들에게 비용을 조금 더 절감할 수 있는 옵션들을 드리는 겁니다." 200만 곳의 가게가 연간 400만원씩 쓴다고 단순 계산하면 연간 8조원 시장이다. 2021년 캐시노트 고객은 1년에 평균 5700원 정도를 서비스에 지불했지만 작년엔 평균 3만3000원을 썼다. "이미 사장님들이 쓰고 계시던 400만원 중에 일부가 대체되고 있다고 봅니다. 사장님들이 겪는 16가지 순간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확실하게 해결해나가면 400만원 중 캐시노트 이용액을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확대하고, 또 20만원, 30만원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상공인 특화은행은 우리가 잘할 수 있다"
이미 소상공인 중 상당수는 캐시노트 이용자. 더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 영역은 없을까. 김 대표는 새로운 시장으로 창업 준비자들을 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1년에 50만개의 새 가게가 생긴다는 데 착안했다. "신규 사장님들이 4~5개월 정도 걸려서 평균적으로 1억 정도를 써서 새 가게를 열고 계십니다. 계산해 보면 가게를 여는 데만 1년에 50조가 쓰이는 거거든요. 거기엔 물론 인테리어비도 들어가고 보증금도 들어가고 설비 구입비도 다 들어갑니다. 목돈이 들어갈 때 사장님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을 여러가지 세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CCTV, 카드결제단말기 등 사업장 운영에 꼭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한번에 신청받아 제공하는 서비스를 최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김 대표는 소상공인 특화 챌린저 뱅크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챌린저 뱅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대출, 환전, 송금 등 특화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은행을 말한다. 그는 "물밑에서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소상공인 전문 챌린저 뱅크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저희가 잘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소상공인 데이터가 곧 신용평가 모델이 된다는 것이다. "캐시노트를 통해 단골이 몇 퍼센트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재무 실적이 비슷한 두 가게가 있다고 했을 때 한 가게는 단골이 30%였는데 40%로 늘었고, 다른 가게는 50%에서 30%로 줄었을 때 어느 사업장에 대출을 많이 하는 게 좋을까요. 저희는 그 어떤 금융회사보다 광범위한 사업장 운영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 10월 약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이 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이미 시장이 많이 조정을 받은 상황에서도 1조1000억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그 이후에도 분기 기준 매출이 3배 정도 늘었다"며 "올해 매출이 2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하고 내년 매출이 한번 더 점프하면 이 실적으로 토대로 2025년엔 기업공개(IPO) 여건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