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업체 씨젠 연구원들이 본사 연구소에서 분자진단 시약을 개발하고 있다. /한경DB
진단업체 씨젠 연구원들이 본사 연구소에서 분자진단 시약을 개발하고 있다. /한경DB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를 비롯한 국내 체외진단업체들이 엔데믹 직격탄을 맞은 올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확보한 자금과 세계시장 신뢰도를 바탕으로 ‘K진단’이 다시 한번 글로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데믹 타격에 매출 80% 급감

'진단 투톱' 에스디·씨젠, 재도약 전략 가동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체외진단 양대산맥인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분기 각각 901억원, 1824억원의 매출과 138억원, 12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시장은 300억원, 9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지만 엔데믹으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연구비는 계속 나가고 재고 처리를 위한 일회성 비용도 반영되면서 ‘실적 쇼크’를 냈다.

지난 15일 공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645억원, 씨젠은 4억2000만원이다. 재고 보유 기간이 길어짐과 함께 재고자산의 판매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결과다. 씨젠 관계자는 “재고의 대부분은 분자진단 범용 장비로 지속 판매가 가능하다”며 “나머지 재고는 추이를 보며 유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뿐만 아니라 휴마시스(-155억원) 수젠텍(-64억원) 바이오노트(-7억원) 등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 기업들이 줄줄이 적자를 냈다.

1분기 실적은 타격을 입었지만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진단업체들의 몸집은 배로 커졌다. 씨젠의 2019년 1분기 매출은 274억원이다. 코로나19로 쪼그라든 올 1분기 매출(901억원)의 30% 수준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19년 연간 매출이 730억원이었다. 역시 올 1분기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에스디, 주전공 바꿔 반등 모색

진단업체들은 선례 없는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자금력, 브랜드 인지도,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했다. 업계에선 이런 자산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K진단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면역진단에서 분자진단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면역진단과 달리 분자진단은 세포에서 일어나는 분자 수준의 변화를 분석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신속 유전자증폭(PCR) 진단기기 ‘스탠다드M10’을 출시하고 체외진단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미 진단기기업체 머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다.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는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이미 글로벌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그 틈바구니 속에서 스탠다드M10이 가격 경쟁력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국내와 유럽에서 허가받은 스탠다드M10에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 등 신기능을 지속적으로 얹고, FDA 허가를 추진함과 동시에 추가 인수합병(M&A)으로 반등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씨젠, 한 우물 전략으로 해외 공략

20년 분자진단 ‘한 우물’ 씨젠은 핵산 추출부터 PCR 검사까지 자동화한 ‘AIOS’ 솔루션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또 호흡기, 소화기, 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원인균을 한 번에 검진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창사 후 첫 M&A도 검토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진단 대표주자들의 실적이 빠지고 있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이라며 “앞으로는 확장성 기반 플랫폼 및 동반진단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전략으로 시장에서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