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이 국내 패치형 인슐린 펌프 전문기업 이오플로우를 공개매수를 통해 인수한다.

'인슐린 펌프' 이오플로우, 美 기업이 1조원에 인수
메드트로닉은 25일 한국 인슐린 펌프 제조업체 이오플로우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김재진 대표와 루이스 말레이브 미국지사 사장이 가진 지분 전량을 주당 3만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들은 이 회사 지분 19.71%를 보유하고 있다. 말레이브 사장 지분율은 5%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메드트로닉은 또 주당 2만4259원에 신주를 취득해 회사 운영 및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도 투입하기로 했다.

메드트로닉은 이어 공개매수를 통해 시장에 유통되는 나머지 지분도 전액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공개매수 가격은 대주주 경영권 지분 인수가격인 주당 3만원으로 책정했다. 이 회사의 25일 종가 2만5050원보다 19.7% 높은 수준이다. 최소 지분율 목표는 50%다. 메드트로닉은 “공개매수를 통해 100% 지분을 확보하는 데 약 971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인수는 2023년 하반기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 인수에 나선 이유는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인슐린 펌프’ 기술 및 시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오플로우는 2011년 설립된 의료기기 전문업체다. 미국 기업 인슐렛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슐린 펌프(이오 패치) 상용화에 성공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직접 패치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유럽과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에도 활발히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메드트로닉도 인슐린 펌프와 연속 혈당 모니터링(CGM)을 아우르는 당뇨 기술 시장에 진출해 있다. 다만 주력 제품인 관상동맥질환용 카테터 등에 비해 판매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이번 인수로 당뇨 기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드트로닉 측은 “공개매수가 끝나는 대로 이오패치 장치를 우리 제품과 신속하게 통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번 인수에 대해 “메드트로닉은 이오플로우의 이상적인 전략적 파트너”라며 “앞으로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글로벌 입지를 확보하고, 신속하게 제조를 확장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 더 많은 당뇨병 환자가 이오패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을 해외 기업 및 사모펀드(PEF)가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소화기내과 금속 스텐트 전문기업 태웅메디칼은 지난 2월 일본 의료기기 업체 올림푸스에 인수됐다.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도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에 인수됐다. 미용기기 전문업체 클래시스의 경우 미국계 PEF인 베인캐피탈이 최대주주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