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없이 사표 던진 20년차 기자…퇴사하고 뭐하나 봤더니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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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은 1년만 해도 관성이 생깁니다. 익숙함은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점차 새로운 도전을 어렵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병희 윈드폴리 대표는 한 직장에서 40대 중반까지 일했고, 경력이 절정에 달하던 시기 창업이란 도전을 택했습니다. 그는 또, 오랜 시간 ‘기자’로 살았습니다. 기자 출신 창업가는 사례가 없진 않지만, 언론계든 스타트업 업계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닙니다. ‘긱(괴짜)’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한경 긱스(Geeks)가 이 대표의 창업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20년은 관찰자의 삶이었어요. 두 번째 인생은 경기장 속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기자 일에 청춘을 다 바쳤다. 삼성 차명 부동산, 군 병원 불법 의료 실태를 파헤칠 땐 ‘천생 기자’ 소리도 들었다. 인생의 반환점이 다가왔을 때 오랜 꿈이었던 창업을 떠올렸다. 지난날 숨 가쁘게 누볐던 현장, 만나왔던 무수한 사람들이 사업 아이템의 밑바탕이 됐다. 베테랑 기자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이병희 윈드폴리 대표(49·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인은 특정 사안을 잘 아는 사람을 구하는 데 익숙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진학·취업·육아 등 삶의 전반에서 답을 원하는 이들과 ‘멘토’를 이어주는 플랫폼을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퇴사 후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첫 아이템은 실패했다. 아빠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는 플랫폼이었는데 코로나19 확산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환경 탓도 있었지만 아이템 자체의 성장성이 부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절치부심해 지난해 9월 ‘오디바이스’ 서비스를 내놨다. 당시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 중인 딸이 정보 부족으로 고민하던 장면을 목격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사람을 검증하고 섭외하는 것은 매번 하던 일”이라며 “언론사에서 하던 ‘좋은 연결’이 확장되면 ‘스케일업(성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디바이스는 음성(audio)과 조언(advice)의 합성어다. 비대면 음성 대화로 30분간, 멘토에게 궁금증을 해소하는 플랫폼이다. 기자 시절 전문가를 찾아내 ‘팩트체크’를 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지리적·금전적 이유로 멘토 조언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돕는 플랫폼을 구상했다. 초기 고객층은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으로 삼았다. 대학 커뮤니티 등에서 지원받아 400명의 멘토단을 선별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은 서비스를 확장하는 주요 방식이다. 전남 순천시, 화순군, 경북 포항시 등 7곳이 파트너다. 이 대표는 “지방과 수도권은 입시 정보 격차가 심하고 100만원대 고액 입시 컨설팅이 성행하기도 한다”며 “고가 비용과 장소 제한 없이 수험생 궁금증을 해소시킬 것”이라고 했다.
2018년 독일 베를린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코치허브의 움직임도 주목하고 있다. 코치허브가 집중하는 분야는 비즈니스 멘토링이다. 상담을 통해 직원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이직을 줄이는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 역시 70개국에서 서비스를 전개하며 지난해 6월 시리즈C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유치한 금액은 2억달러(약 2600억원) 상당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하는 요소는 데이터다. 회원의 상담 이력이 쌓이면 생애주기별로 어떤 문제 해결을 원하고, 어떤 전문가를 찾는지 경향성이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이 대표는 “대학 입시가 끝난다고 인생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어떤 시기든 먼저 앞서간 선배의 도움을 받는 수요는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간 동안 생겨나는 평균 수익 추정치인 ‘고객 생애가치(LTV)’를 중학생이 부모가 될 때까지로 설정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후 데이터를 쌓아 맞춤형 고민 해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플랫폼 수명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윈드폴리는 연내 ‘커리어 멘토단’을 통해 취업·이직 멘토링까지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취업 멘토링 커뮤니티 ‘CP 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25년 매출액 100억원이 목표”라며 “사람의 생애 전반을 컨설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각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지난 20년은 관찰자의 삶이었어요. 두 번째 인생은 경기장 속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기자 일에 청춘을 다 바쳤다. 삼성 차명 부동산, 군 병원 불법 의료 실태를 파헤칠 땐 ‘천생 기자’ 소리도 들었다. 인생의 반환점이 다가왔을 때 오랜 꿈이었던 창업을 떠올렸다. 지난날 숨 가쁘게 누볐던 현장, 만나왔던 무수한 사람들이 사업 아이템의 밑바탕이 됐다. 베테랑 기자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이병희 윈드폴리 대표(49·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인은 특정 사안을 잘 아는 사람을 구하는 데 익숙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진학·취업·육아 등 삶의 전반에서 답을 원하는 이들과 ‘멘토’를 이어주는 플랫폼을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연결'이 필요한 이들에게 집중
2001년 SBS 공채로 기자 일을 시작했다. 사회부, 정치부 등을 거쳤고, 보도국 탐사보도팀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사내외에서 받은 상만 30개가 넘었다. 그러나 마음 한쪽엔 갈증이 있었다. 이 대표는 “입사 직후 인사팀 교육을 받을 때도 정년 채울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며 “나만의 사업과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놓은 적은 없다”고 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후회 최소화의 법칙’도 그를 흔들었다. 제프 베이조스는 1995년 아마존 창업 전까지 금융권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고 있었다. 주변인들은 창업을 만류했지만, 그는 지금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80세에 후회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대표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40대 중반에 접어들자, 더는 결단을 미룰 수 없었다.2020년 퇴사 후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첫 아이템은 실패했다. 아빠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는 플랫폼이었는데 코로나19 확산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환경 탓도 있었지만 아이템 자체의 성장성이 부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절치부심해 지난해 9월 ‘오디바이스’ 서비스를 내놨다. 당시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 중인 딸이 정보 부족으로 고민하던 장면을 목격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사람을 검증하고 섭외하는 것은 매번 하던 일”이라며 “언론사에서 하던 ‘좋은 연결’이 확장되면 ‘스케일업(성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디바이스는 음성(audio)과 조언(advice)의 합성어다. 비대면 음성 대화로 30분간, 멘토에게 궁금증을 해소하는 플랫폼이다. 기자 시절 전문가를 찾아내 ‘팩트체크’를 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지리적·금전적 이유로 멘토 조언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돕는 플랫폼을 구상했다. 초기 고객층은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으로 삼았다. 대학 커뮤니티 등에서 지원받아 400명의 멘토단을 선별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은 서비스를 확장하는 주요 방식이다. 전남 순천시, 화순군, 경북 포항시 등 7곳이 파트너다. 이 대표는 “지방과 수도권은 입시 정보 격차가 심하고 100만원대 고액 입시 컨설팅이 성행하기도 한다”며 “고가 비용과 장소 제한 없이 수험생 궁금증을 해소시킬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로 생애주기별 ‘멘토’ 추천하겠다"
멘토링 서비스는 해외서도 도약 중인 시장이다. 이 대표가 사업 지향점으로 벤치마킹하는 회사는 93개국에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베터업’이다. 이 회사는 정신건강, 육아, 리더십 등 분야에서 1대1 멘토링을 제공하는데 2021년 시리즈E에서 3억달러(약 4000억원) 자금을 모으며 주목을 받았다. 에어비앤비, 구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380개 기업과 기관의 직원을 상담해 주는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성공시키기도 했다.2018년 독일 베를린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코치허브의 움직임도 주목하고 있다. 코치허브가 집중하는 분야는 비즈니스 멘토링이다. 상담을 통해 직원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이직을 줄이는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 역시 70개국에서 서비스를 전개하며 지난해 6월 시리즈C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유치한 금액은 2억달러(약 2600억원) 상당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하는 요소는 데이터다. 회원의 상담 이력이 쌓이면 생애주기별로 어떤 문제 해결을 원하고, 어떤 전문가를 찾는지 경향성이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이 대표는 “대학 입시가 끝난다고 인생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어떤 시기든 먼저 앞서간 선배의 도움을 받는 수요는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간 동안 생겨나는 평균 수익 추정치인 ‘고객 생애가치(LTV)’를 중학생이 부모가 될 때까지로 설정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후 데이터를 쌓아 맞춤형 고민 해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플랫폼 수명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윈드폴리는 연내 ‘커리어 멘토단’을 통해 취업·이직 멘토링까지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취업 멘토링 커뮤니티 ‘CP 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25년 매출액 100억원이 목표”라며 “사람의 생애 전반을 컨설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각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