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갖고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체 변이 검사비용을 100달러까지 낮춰 유전체 검사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했다.   임대철 기자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갖고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체 변이 검사비용을 100달러까지 낮춰 유전체 검사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했다. 임대철 기자
개인의 유전체 분석을 스마트폰 앱으로 쉽게 하는 시대가 온다. 마크로젠이 일반인의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유전자를 해독해 선제적으로 암을 예방한 것처럼 국내에도 유전체 분석을 통한 질병 예방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내 개인 DNA 해독

"마크로젠, DNA 분석으로 암·치매·탈모까지 예방"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마크로젠의 유전체 분석 플랫폼 젠톡(GenTok)이 오는 28일 출범한다”며 “자신도 몰랐던 몸의 특성이나 발병 위험도를 사전에 알고 병에 걸리기 전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질병은 통상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유전체는 한 생명체가 지닌 유전자 정보(DNA)의 집합체다. 유전체 분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속 유전자를 훑어보고 고장 난 유전자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병에 걸릴 위험이 큰지를 알아보는 서비스다.

젠톡은 특정 시설이나 건강검진센터에서만 가능하던 유전체 분석을 대중화하는 플랫폼이다. 기존에도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기업에 직접 유전자 검사를 신청하는 소비자직접의뢰(DTC) 검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암 치매 등 질병은 의료기관에서만 할 수 있었다. 젠톡은 이 모든 과정을 한 플랫폼에서 가능하도록 해준다. 탈모 수면 비만 등의 항목부터 정부가 허가한 73종에다 암 골다공증 파킨슨병 등의 질병검사를 모두 모아놨다. 암 등 특정 질병 검사는 마크로젠과 협업하는 수도권 병원 2~3곳에서 진행된다. 검사비용은 선택 항목에 따라 9900원부터 최대 20여만원까지다.

사후 치료보다 예방

그간 유전체 검사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비싼 검사비용 때문이었다.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유전체 분석비용은 9526만달러(약 1245억원)에 달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이 빠르게 낮아졌다. 최근엔 200달러(약 26만원)로 내려갔다. 마크로젠의 목표는 100달러까지 낮추는 것이다.

마크로젠은 세계 유전체 분석장비 1위 기업 미국 일루미나의 유일한 아시아 파트너사다. 일루미나의 최신 장비를 이용해 유전체 분석 비용을 남들보다 더 빠르게 낮추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올해 젠톡을 출시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일루미나가 내놓은 최신 장비 노바식X 덕분”이라며 “노바식X는 대당 연간 8000명 수준이던 전장 유전체 분석 처리량을 연간 2만 명 이상으로 2.5배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국민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키울 것”

지금도 일부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암유전자 5종 검사 등을 할 수 있다. 이런 검사와 젠톡의 차이점을 묻자 서 회장은 “건강검진은 검사 후 ‘정상입니다’라고 하지만, 젠톡은 ‘아직은 정상이지만 이런 생활습관이 위험하니 바꾸십시오’라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며 “건강검진에서는 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정상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체 분석을 대중화해 정밀의료(맞춤형 의료)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는 26년 전 마크로젠 창업 이후 단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게끔 플랫폼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