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 연구팀 "퀘이사 관측데이터 분석…빅뱅 10억년 후 은하서 시간지연 포착"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중력이 지구보다 훨씬 큰 '밀러 행성'에서 몇시간을 보내고 우주선으로 돌아온 우주인들은 그사이 지구 시간으로 23년 이상이 흘렀음을 알게 된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과학적 검증을 받은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연구진이 준항성 천체인 퀘이사(Quasar) 190개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 빅뱅 후 10억년이 흐른 뒤 우주에서 시간이 현재보다 5배 느리게 흐르는 '시간 지연(time dilation)' 현상을 확인했다.
준항성체 '퀘이사' 상상도. Adobe Stock 이미지. 시드니대 제공.
준항성체 '퀘이사' 상상도. Adobe Stock 이미지. 시드니대 제공.
호주 시드니대 제라인트 루이스 교수와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브렌던 브루어 교수팀은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서 이는 빅뱅(Big Bang) 후 극도로 느리게 움직이는 초기 우주를 처음으로 관측한 것이며 아인슈타인 '팽창 우주'의 수수께끼 중 하나를 푼 것이라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의 운동 상태나 중력의 크기에 따라 시간은 상대적으로 다르게 흐르게 되는데 이를 '시간 지연'이라고 한다.

이는 시공간의 구조 변화에 따른 것으로 운동 속도가 빠를수록, 중력이 클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르게 된다.

루이스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먼 우주, 즉 초기 우주는 현재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이는 것으로 관측돼야 한다며 "이는 빅뱅 10억년 후의 우주를 관측하면 현재보다 시간이 5배 더 느리게 흐르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먼 과거의 우주를 관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빅뱅 후 10억년 정도가 흐른 시점의 초기 은하 중심부에 있는 활동성 강한 초거대 질량 블랙홀인 퀘이사 190개의 관측 데이터를 사용해 시간 지연을 분석했다.

이전까지 천문학자들은 시간 지연 연구에 거대한 별이 최후에 폭발하는 현상인 초신성을 '표준 시계'로 활용했으나 초신성은 매우 밝지만 초기 우주를 들여다보는 데 필요한 먼 거리에서는 관측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루이스 교수는 "아인슈타인 덕분에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 얽혀 있고, 빅뱅이 시작된 특이점으로부터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이런 공간 팽창은 우리가 초기 우주를 관측하면 현재보다 시간이 훨씬 느리게 흐르는 것으로 보일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퀘이사 관측 데이터를 통해 시간의 지평선을 우주 나이의 10분의 1 시점으로 되돌리고 이를 통해 우주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간 흐름도 빨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관측된 190개의 퀘이사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고, 녹색광과 적색광, 적외선 등 다양한 파장에서 관측 자료를 결합, 각 퀘이사의 점멸 현상을 표준화하는 방법으로 퀘이사를 초기 우주의 표준 시계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루이스 교수는 "여러분이 이 초기 우주에 있다면 1초가 1초처럼 느껴지겠지만, 120억 년이 지난 미래의 우리 입장에서는 그 초기 시간이 길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석 결과 우주 초기 은하에 있는 퀘이사들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예측한 대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시간지연 현상을 그대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연구를 통해 우주 팽창이 시간에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