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이 지난달 공개한 공간형 컴퓨터 ‘비전 프로’의 첫해 생산 목표를 당초보다 절반 이하로 줄였다.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복잡한 설계에 따른 생산의 어려움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비전 프로의 목표 생산량을 당초 100만 대에서 대폭 줄인 40만 대 미만으로 조정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비전 프로 조립 회사인 중국 기업 럭스셰어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FT는 비전 프로에 대한 애플의 자신감 부족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아이폰은 2007년 출시 첫해에 140만 대가 팔렸다.

비전 프로는 2014년 애플워치 이후 애플이 9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10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7년 동안 개발했다. 애플은 이 기기를 ‘착용형 공간 컴퓨터’라고 설명하며 “아이폰 이후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의 시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플이 제시한 비전 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로 고가라는 평가가 나왔다. FT에 따르면 기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만족할 만한 수율로 제조하는 데에 난관에 부딪혔다. 기기 착용자가 외부도 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내부에 고해상도를 유지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전 프로의 저렴한 버전 출시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