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된다"…록히드마틴·NASA '양자 기술' 개발 속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양자 기술'은
최소 물리 단위 양자…2030년 시장 규모 101조 달할 듯
기술 상용화 땐 GPS 없이도 위치 파악·통신 도청도 불가
록히드마틴 개발팀은 '베일 속'…하버드·MIT 등도 몰두
최소 물리 단위 양자…2030년 시장 규모 101조 달할 듯
기술 상용화 땐 GPS 없이도 위치 파악·통신 도청도 불가
록히드마틴 개발팀은 '베일 속'…하버드·MIT 등도 몰두
유사시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한국 군 최대 전략자산 F-35 전투기. 이 전투기를 개발, 생산하는 미국의 세계 1위 방위산업 기업 록히드마틴은 GPS(위성항법장치)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양자 기술 ‘다크 아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전쟁 중 GPS 위성이 마비되는 상황을 가정해서다.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것은 다이아몬드에서 탄소 원자 하나를 뺀 구멍에 질소를 결합해 큐비트를 만드는 ‘다이아몬드 NV(질소 공극)센터’ 기술이다.
GPS가 없는 상태에서 위치 파악이라니, 선뜻 머릿속에 원리가 그려지지 않는다. 자동차나 휴대폰 내비게이션이 위치를 인식하려면 세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가속도, 회전, 자기장을 측정하는 센서 정보다. 이런 정보를 GPS IMU(관성측정장치)를 통해 얻는다. 이 가운데 자기장 측정이 가장 어렵다. 다이아몬드 NV센터는 자기장 측정 정밀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다이아몬드 NV센터와 같은 양자 기술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미래 첨단 기술로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 글로벌 행사 퀀텀코리아 2023에 참석해 “양자 기술에 미래 산업이 달렸다”며 연구자들을 독려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퀀텀코리아를 계기로 한국에 방문한 작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존 프랜시스 클라우저 박사가 같은 날 고려대에서 한 특별강연을 토대로 양자 기술 원리를 들여다봤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 물리 단위다. 빛을 구성하는 광자, 원자핵 주변 궤도를 도는 전자 등이 양자다. 양자는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원리는 ‘중첩과 얽힘’이다. 일반 컴퓨터는 ‘0 또는 1’로 규정되는 비트가 기본 단위다. 양자컴퓨터는 ‘0이면서 동시에 1’일 가능성이 있는 큐비트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30%의 0’과 ‘70%의 1’이라는 식이다. 이것이 양자 중첩이다. 얽힘은 30%의 확률과 70%의 확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중첩과 얽힘이 잘 이뤄지게 제어하는 것을 결맞음이라고 한다. 중첩과 얽힘, 결맞음이 모두 잘 이뤄져야 큐비트가 작동한다.
중첩과 얽힘이 실재하느냐를 두고 고전 물리학자들과 양자 물리학자들은 100년 전부터 논쟁해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고전 물리학을 토대로 상대성 이론을 전개했다. 반면 닐스 보어나 에르빈 슈뢰딩거, 막스 보른 등은 확률론에 따른 양자 물리학을 발전시켰다. 모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이다.
클라우저 박사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양자 얽힘이 칼슘 원자에서 실제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1969년 이후 여러 차례 실험에서 증명한 업적으로 작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 고려대 특강에서 “아인슈타인의 세계는 파괴됐다”고 발언했다. 50여 년 전 그의 실험은 현재 양자컴퓨터 논리회로 설계의 출발점이 됐다.
록히드마틴의 다이아몬드 NV센터 기술 개발팀은 2021년 이후 종적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술을 영업비밀로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최고 대학인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프린스턴대 등도 다이아몬드 NV센터를 이용해 양자 센싱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말 워싱턴 선언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따로 시간을 내 찾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세계 최초로 양자 통신 원천기술인 양자 키 분배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맥킨지에 따르면 양자 기술 시장 규모는 2022년 8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36%씩 성장해 2030년 101조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양자 기술 발전 속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며 “관련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GPS가 없는 상태에서 위치 파악이라니, 선뜻 머릿속에 원리가 그려지지 않는다. 자동차나 휴대폰 내비게이션이 위치를 인식하려면 세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가속도, 회전, 자기장을 측정하는 센서 정보다. 이런 정보를 GPS IMU(관성측정장치)를 통해 얻는다. 이 가운데 자기장 측정이 가장 어렵다. 다이아몬드 NV센터는 자기장 측정 정밀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다이아몬드 NV센터와 같은 양자 기술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미래 첨단 기술로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 글로벌 행사 퀀텀코리아 2023에 참석해 “양자 기술에 미래 산업이 달렸다”며 연구자들을 독려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퀀텀코리아를 계기로 한국에 방문한 작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존 프랜시스 클라우저 박사가 같은 날 고려대에서 한 특별강연을 토대로 양자 기술 원리를 들여다봤다.
○결정론 vs 확률론의 승자는
고전물리학은 특정 장소에 물체가 실재한다고 믿는다. 이를 국소적 실재성(local realism)이라고 한다. 양자물리학은 다르다. 국소적 실재성을 부인하면서 모든 존재를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확률론을 토대로 한다. 다시 말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연산 단위(큐비트)로 구현하는 컴퓨터가 현재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양자컴퓨터다.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 물리 단위다. 빛을 구성하는 광자, 원자핵 주변 궤도를 도는 전자 등이 양자다. 양자는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원리는 ‘중첩과 얽힘’이다. 일반 컴퓨터는 ‘0 또는 1’로 규정되는 비트가 기본 단위다. 양자컴퓨터는 ‘0이면서 동시에 1’일 가능성이 있는 큐비트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30%의 0’과 ‘70%의 1’이라는 식이다. 이것이 양자 중첩이다. 얽힘은 30%의 확률과 70%의 확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중첩과 얽힘이 잘 이뤄지게 제어하는 것을 결맞음이라고 한다. 중첩과 얽힘, 결맞음이 모두 잘 이뤄져야 큐비트가 작동한다.
중첩과 얽힘이 실재하느냐를 두고 고전 물리학자들과 양자 물리학자들은 100년 전부터 논쟁해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고전 물리학을 토대로 상대성 이론을 전개했다. 반면 닐스 보어나 에르빈 슈뢰딩거, 막스 보른 등은 확률론에 따른 양자 물리학을 발전시켰다. 모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이다.
클라우저 박사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양자 얽힘이 칼슘 원자에서 실제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1969년 이후 여러 차례 실험에서 증명한 업적으로 작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 고려대 특강에서 “아인슈타인의 세계는 파괴됐다”고 발언했다. 50여 년 전 그의 실험은 현재 양자컴퓨터 논리회로 설계의 출발점이 됐다.
○NASA 하버드 MIT도 양자 삼매경
큐비트 구현 방식은 초전도, 이온 트랩, 양자점, 다이아몬드 NV센터 등 다양하다. 큐비트를 통신 알고리즘 설계에 이용하면 양자 통신이 되고, 센서 회로 설계에 쓰면 양자 센서가 된다. 양자 통신은 도청이 불가능하다. 양자 센서를 쓰면 군용 레이더나 자율주행차 라이다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주파수 VHF밴드(30~300㎒)에서 Ku밴드(12~18㎓)까지 측정 가능한 양자 전기장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센서를 위성에 넣어 위험 기상 관측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록히드마틴의 다이아몬드 NV센터 기술 개발팀은 2021년 이후 종적을 감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술을 영업비밀로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최고 대학인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프린스턴대 등도 다이아몬드 NV센터를 이용해 양자 센싱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말 워싱턴 선언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따로 시간을 내 찾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세계 최초로 양자 통신 원천기술인 양자 키 분배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맥킨지에 따르면 양자 기술 시장 규모는 2022년 8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36%씩 성장해 2030년 101조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양자 기술 발전 속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며 “관련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