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한다면,나는 세종대왕을 조선의 가장 뛰어난 남자로 꼽는다. 정조대왕이 쌍벽을 이루지만 '문자 창조'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으니 세종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위대한 인간 중 하나일 것이다. '한글 창제'라는 위업 때문에 오히려 세종의 탁월한 리더십이 그리 주목받는 편이 아니라서 항상 아쉬워했었는데 드디어 이 책이 나왔다. '세종의 코드를 읽어라'(전경일 지음,한국경제신문,1만1천원)는 세종의 리더십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이 시대의 리더십 코드로 호환하는 작업이다. 영국의 르네상스를 연 'CEO로서의 엘리자베스 1세'처럼 조선의 르네상스를 연 'CEO로서의 세종'을 조명한다. 세종과 그 시대에 대한 궁금증들은 정말 많다. 세종의 시대에는 어떻게 그렇게 뛰어난 인재들이 많았을까? 학문 법제 기술 예술 경제 행정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어떻게 그리 많은 발명을 해냈을까? 반 세력과 친 세력을 어떻게 융합시켰을까? 책 많이 읽고 공부 열심히 하는 이른바 지식인 리더와 스태프들과의 갈등은 없었을까? 집현전이 배출한 학자들 사이에 어떻게 권력 다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세종은 '한글 프로젝트'의 성공을 확신하고 시작했을까? 3자인 충녕으로서 세종은 자신의 군왕 즉위에 어떤 고민을 했을까? 세종은 문민 리더십을 기대하던 태종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면서 조선이라는 나라의 비전을 만들었을까? 책에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해답과 해석이 들어있다. 세종은 실용적이고 전방위적이다. 세종은 시스템적이면서도 또 전략적이다. 세종은 포용적이면서 혁신적이다. 세종은 자신뿐 아니라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줄 안다. 무엇보다도 세종의 실용주의 노선의 실천은 감탄스럽다. 민생 안정을 위한 경제산업 정책,국기 안정을 위한 안보외교 정책,성장 원동력을 키우는 기술개발 정책,백년대계를 위한 출판 정보화 교육 정책,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언론과 국정기록 정책,국민을 즐겁게 하는 문화예술 정책,어느 한 가지 모자람이 없다. 한글 창제라는 위업을 빼더라도 세종은 위대한 CEO다. 저자의 흥미로운 표현들이 등장한다. '고려의 IMF 외환위기,조선의 신경제,오픈 아키텍처로서의 한글,한글 O/S의 수출,국가 프로젝트,싱크 탱크 집현전,R&D 농정과 병기 개발,일벌레·공부벌레·북피디,멀티플레이어' 등.이 시대의 코드로 바꾸어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다만 주의할 점 한 가지.세종은 32년 재위했다. 아무리 그 때와 지금의 시간 개념이 다르다 할지라도 5년 동안만 국정을 리드하는 대통령,단기 실적을 고민해야 하는 기업 CEO들은 세종의 지혜와 실천 전략을 이 시대의 시간 개념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세종이 실패한 것도 있다. 차기 CEO를 길러내지 못한 뼈아픈 실패다. 본인이 거슬렀던 '적장자 우선 원칙'을 만회하려는 일종의 콤플렉스였던지 혹은 탁월한 CEO로서 너무 일을 오래 차고 있었던 건지. 이 책은 이러한 실패로부터 배워야 함을 잊지 않고 지적한다. 이 책을 통해 '르네상스 인간'뿐 아니라 '위대한 CEO'로서 세종의 창의력과 상상력,결단력과 실천력,실사구시적 비전이 이 시대 한국인의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내기를 바란다. 세종이 있어 나는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고 대한민국의 힘을 믿는다. 김진애 건축가·서울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