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홍콩 경매시장에서 불씨를 지핀 '미술 한류'가 올 들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본토로 옮겨 붙고 있다.

그동안 홍콩 경매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작가들만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한국 작가들의 전시회가 잇달아 열리고,전시작들의 매진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 작가들의 전시 수익성과 컬렉터들의 취향 때문에 투자를 꺼렸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2005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음화랑을 비롯해 아라리오,표화랑,문갤러리,PKM갤러리,아트사이드,금산갤러리,공화랑,구아트센터,갤러리현대 등 화랑 10여곳이 시장 탐색을 마치고 작품 판매에 나서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아트사이드의 베이징 지점은 지난 3월 30대 작가 윤종석씨의 개인전을 열어 출품작 24점을 모두 팔았다.

화필 대신 아크릴 물감을 넣은 주사기로 옷이나 총을 콜라주하듯 화면을 구성하는 참신한 기법 때문에 전시작이 점당 1000만~2000만원에 매진됐고 추가 주문도 이어지고있다.

한효석씨의 개인전(13일까지)에서도 전시 초반에 100~150호 대작 10점 가운데 3~4점이 예약됐다.

표화랑의 베이징 지점 역시 한국화·설치 작가 박성태씨의 개인전을 열어 '대박'을 잡았다.

박씨의 소품 및 설치 작품 58점을 세트로 구성한 대작을 4억5000만원,11점짜리 세트 작품을 1억1000만원,액자 속에 말을 그려 넣은 '천지창조'를 1억4000만원에 각각 팔아 총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장소에서 오는 9월 개인전을 갖는 이용덕씨의 작품도 구입 문의가 쇄도해 출품작의 30~40%가 예약을 받아 놓은 상태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샘터화랑의 상하이 지점에서는 중견 작가 오세열씨의 작품이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화랑 측은 오씨 작품이 이달 들어 10여점이 판매된 데다 주문까지 이어지자 오는 11월 아예 개인전을 열기로 했다.

이 밖에 PKM갤러리 베이징 지점은 지난 2월 미국 교포작가 코디최의 개인전을 통해 회화·조각·사진 작품 10여점을 판매했고,아라리오 베이징 지점은 지난해 박서보 권오상 김한나 이지현 전준호씨 등의 작품으로 상당한 매출 성과를 올렸다.

국내 작가 10여명이 참여한 베이징 아트시즌스갤러리의 지난달 그룹전에도 매기가 몰렸다.

배준성씨의 '화가의 옷'시리즈 두 점(1억5000만원),최수앙씨의 조각 3점(9000만원) 등 출품작의 70%가 판매됐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베이징아트페어에서도 선컨템포러리가 이길우씨의 작품 8점을 포함해 정지현 임상빈 이우림 강유진 신영미씨 등의 작품 20여점을 판매했다.

학고재는 이이남의 미디어아트 가운데 동양화를 주제로 한 고전 패러디 작품(4점)과 김창열의 '물방울'작품(2점),PKM갤러리는 미니어처 조각가 함진씨의 작품(1점)과 코디최의 작품(1점),표화랑은 김혜란(2점)·안국주(3점),아트사이드는 이재삼(1점),이재효씨(2점)의 작품을 팔았다.

중국 시장에서 국내 작가들의 작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이유는 중국의 유망작가보다 작품성은 뛰어난데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아시아권과 유럽 미주지역 컬렉터들이 베이징과 상하이로 몰려 작품을 사들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