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빨래'중에서

'제2의 지하철 1호선'이라 불리는 창작 뮤지컬 '빨래'가 소극장을 벗어나 더 넓은 무대에 오른다. 배우 겸 가수 임창정과 '지킬 앤 하이드' 등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더블캐스팅됐다.

뮤지컬 '빨래'는 연출가 추민주씨가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다닐 때 졸업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던 작품.이 뮤지컬은 이듬해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후 대학로 소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4년간 5만5000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뮤지컬 '빨래'는 강원도에서 갓 상경한 스물일곱의 꿈 많은 서점 직원 서나영과 이웃에 사는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솔롱고의 힘든 서울살이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뒤늦게 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해 학비를 벌며 힘겨운 서울살이를 했던 추민주씨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추씨는 지난 주말 기자와 만나 "사연이 참 많은 작품이죠.한예종 졸업생 4명이 극단을 결성해 5만원,10만원 적금 붓듯 한푼 두푼 모아 만들었고 때론 주인집 아주머니가 보증금을 빼서 도와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공감하기 쉬울 것"이라며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는 지금같은 힘든 시기에 희망을 노래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 역시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투자회사가 망하면서 작품을 더이상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던 것.당초 대학로에서 최고 수준의 개런티를 받기로 했던 임창정이 노개런티로 출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임창정씨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자는 작품 내용처럼 저희도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냈다"며 "배우도 스태프들도 함께 출연료를 삭감했다"고 말했다.

임창정씨는 가수로 데뷔하기 전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며 뮤지컬 '동숭동 연가' '에비타' '마의 태자' 등에서 주역을 맡았다.

가수와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 뮤지컬과 멀어졌던 그가 16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유는 당시 동고동락했던 '빨래'의 제작감독 김희원씨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하루 공연에 1만원씩 벌며 힘들게 지내던 시절,술잔을 기울이며 "나중에 성공하면 제작자와 연기자로 만나 같이 작품을 해보자"고 약속했고 16년 만에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임창정씨는 "이 작품을 세 번 봤는데 작품을 보고 나올 때마다 '이렇게 사람들과 살을 맞대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1초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정을 여러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간 바쁜 스케줄 때문에 혹여 작품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망설였는데 앞으로는 좋은 뮤지컬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은 그동안 소극장에서 공연됐지만 이번에는 중극장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로 옮겨 공연한다. 초연 당시 7명이었던 출연진도 12명으로 늘었고 삽입되는 음악도 16곡으로 종전보다 2곡이 추가됐다.

연출자 추민주씨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담은 골목의 풍경을 좀 더 넓어진 무대에서 잘 되살려내겠다"고 말했다.

28일부터 6월14일까지.(02)744-1361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