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술 거장, 가을 화단 물들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스트루스·굽타 등 줄줄이 방한
그림 앞에서 뒷걸음질치기도 하고 좌우로 움직이기도 한다. 관람객이 자리를 옮길 때마다 그림도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보드로 만든 구조물의 튀어나온 부분에는 원경,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에는 근경을 그려 착시현상을 느끼게 한다. 영국 유명 화가 패트릭 휴즈(69)가 내달 2~27일 박여숙화랑에서 선보일 역(逆)원근법의 '움직이는 그림'이다.
휴즈를 비롯해 독일 사진예술의 거장 토마스 스트루스,미디어 아티스트 새라 모리스,로니 혼(미국),수보드 굽타(인도),가브리엘 오로스코(멕시코) 등 쟁쟁한 현대 미술 작가들이 올 가을 줄줄이 한국을 찾는다. 내달부터 시작되는 가을 전시에 이들의 입체회화와 사진,드로잉,미디어 아트,설치조각 등이 서울 도심 전시장을 수놓을 예정이다. 미국,영국,인도,멕시코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 미술의 흐름과 최근 경향을 탐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국의 여성 작가 로니 혼(55)은 오는 31일부터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한다. 뉴욕 토박이인 로니 혼은 뉴욕 휘트니미술관(2000년)과 뉴욕 DIA아트센터(2002년),파리 퐁피두센터(2003년),영국 테이트모던(2009년)에 잇달아 초대돼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업은 '사람들의 경험과 지각 활동이 시 ·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남성인지 여성인지,어른인지 아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인물을 다룬 사진 연작들은 '같음과 다름'을 주제로 인간의 체험과 인지 활동을 묘사한 것.작가는 이번 전시에 프랑스 영화배우 이사벨 위페르의 표정을 2,3초 간격으로 찍은 사진 연작을 비롯해 조각,드로잉 등 15점을 내놓는다.
인도 현대미술의 '슈퍼 스타' 수보드 굽타(47)는 내달 1일부터 한 달간 서울과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관람객들과 만난다. 그는 힌두교의 숭배 대상인 소를 비롯해 소의 배설물,주방용품을 작품 소재로 활용하는 작가다. 인도 계급사회와 현대인의 물질적인 욕망을 주방용품이란 특이한 소재를 통해 은유적으로 형상화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그의 작품은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수억원대에 거래된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50여점.서울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대리석으로 제작한 대형 우유통과 주전자 등의 신작,천안 전시장에서는 기존의 놋쇠로 재현한 설치 작품을 보여준다.
독일 사진 작가 토마스 스트루스(56)는 오는 11월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작품전을 갖는다. 스트루스는 다양한 도시의 특이한 역사적 분위기를 렌즈로 잡아낸 '거리' 시리즈와 1989년부터 예술을 관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박물관' 시리즈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서울에서 여는 첫 번째 개인전.한국을 주제로 한 작품도 대거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멕시코 아티스트 가브리엘 오로스코(46)는 10월23일께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에서 신작을 내보인다. 오로스코는 드로잉,사진,조각과 설치 작품,회화의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개념미술 작가.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공간과 움직임의 관계를 표현한 신작 100여점을 걸 예정이다.
내달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에 참가하는 미국 미디어아티스트 새라 모리스는 내달 초 갤러리 현대 사간동 전시장에서 개인전을 연다.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중국 작가들의 작품전이 열린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해외 중량급 작가들의 전시회에 대해 "화랑들이 검증받은 작가들을 불러들여 위축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강남권 부유층을 대상으로 '해외 미술품 VIP마케팅'까지 펼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