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머 한국식으로 각색하는 데만 한 달 이상 공들였죠"
"지겹지 않냐고요? '다이하드'와 '터미네이터'는 1,2,3편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기다리잖아요? 폭소과 감동이 넘치는 가족 뮤지컬 '넌센스'가 바로 그런 시리즈예요. "

벌써 한국에서만 20년째다. 1991년 초연된 '넌센스'를 시작으로 '넌센스2''넌센스 잼버리''넌센스 크래커''넌센스 아멘' 등이 8000회 이상 공연됐다. 1985년 말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된 지 25년이다.

최신작 '넌센세이션'은 새내기 제작자가 만들었다. '넌센스'초연부터 발레하는 레오 수녀 역을 맡았던 뮤지컬 배우 김미혜씨(40 · 사진)가 지난해 샘컴퍼니라는 뮤지컬 · 영화 제작사를 차린 후 도전한 첫 작품.그는 영화배우 황정민의 부인이다.

터무니없는 말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난센스(Nonsense)'에 'Non'대신 수녀를 뜻하는 'Nun'을 사용했던 원제가 이번에는 '감각(sensation)'이라는 단어와 만났다. 5명의 수녀가 아프리카에 우물을 기증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 자선 공연에 나섰다가 잭팟이 터져 거액의 돈을 따게 되는 좌충우돌 모험담을 그렸다.

"지금까지 '넌센스' 4개 버전에 출연한 양희경 선배를 비롯해 영원한 '명성황후'인 이태원,'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이었던 이혜경,뮤지컬과 TV에서 인기몰이 중인 홍지민,개우그먼 김현숙까지 10명의 배우 중 9명이 대본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물론 저와의 인간적인 친분도 작용했지만 프로 배우들은 아무 작품이나 하지 않거든요.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는 거죠."

김씨가 '넌센세이션'을 제작하기로 선택한 것도 작품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작년 7월 말 '넌센스'의 국내 제작자인 조민 뮤지컬컴퍼니대중 대표가 갑자기 별세하면서 그 뒤를 잇겠다고 마음 먹었다.

"배우들이 터져나오는 애드리브 때문에 웃느라 연습을 못할 지경이다가도 마지막에는 다들 감정이 복받쳐 울면서 연습을 끝내요. 관객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바로 이 작품의 강력한 힘이죠.배우들도 공연을 하면서 힘을 얻습니다. "

외국식 유머를 한국 정서로 전환하기 위해 각색에만 한 달 이상 공을 들였다. '수녀님 얘기는 너무 우울(blue)해서 스머프 같아' 등은 도저히 국내 관객에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표현이기 때문.배우들의 아이디어가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한국식 코미디로 재탄생했다.

"어린 자녀부터 30~40대 이상 성인들까지 함께 볼 만한 뮤지컬이 많지 않아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이 초연부터 쭉 이어져 오지만 매번 에피소드와 웃음이 달라집니다. 사랑을 나누는 시기인 연말에 틈새시장을 노리기 딱 좋은 작품인 셈이죠."

성균관대에서 발레를 전공하다 우연히 뮤지컬 배우의 길로 들어선 그는 1999년 '캣츠'에서 남편을 만나 2004년에 결혼했다. 다섯 살 된 아들 황세현군을 두고 있다.

"10억여원의 제작비 중 일부는 남편이 보탰어요. 격려도 많이 해줬고요. 그런데 영화홍보하랴 새 영화 촬영하랴 너무 바빠서 최근 한 달 동안 집에서 두 세 번 마주쳤을 정도예요. 나중엔 제가 만드는 뮤지컬에 꼭 출연시키고 싶은데 개런티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웃음)."

18일부터 내년 1월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4만~8만원.(02)6925-5600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