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이영빈 씨(31)의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성신여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이씨는 일상의 사소함을 다루는 회화 작업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꿈꾸는 작가.

그에게 그림은 자신을 둘러싼 생활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통로이자 스스로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 그림의 주무대는 목욕탕이다. 세상 사람들이 사회적 신분을 버리고 평등하게 알몸을 드러내는 목욕탕은 작가에게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목욕탕은 일단 지위가 높든 낮든,부유하든 가난하든 모든 사람에게 차별이 없는 곳이지요. 모두가 평범하다는 점에서 개운한 공간이기도 하죠.제게는 내면과 만나는 곳이고요. "

그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에 대해 '무의식'과 '내면'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며 설명했다.

"어릴 때 소박한 경험들과 사람들의 생각,주변 환경의 상관 관계를 저만의 틀로 바라봅니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발가벗고 몸을 씻는 목욕탕에서 비로소 진실한 자아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그는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발견한다.

그에게 드로잉은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처럼 모든 감정의 겉옷을 벗기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그림은 작가의 자화상이기 때문에 작가를 닮을 수밖에 없다"며 "사람과 자연의 본질을 최대한 솔직하게 드러내는 드로잉은 제 삶의 일부"라고 말했다. 생활 속의 단상을 즉흥적으로 옮긴 드로잉을 통해 인생을 비추고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려는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림 10점과 이를 이해하는 데 힌트가 될 만한 드로잉 150여점이 내달 26일까지 전시된다. (02)720-152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