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8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구치소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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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부, 서명 하나가 사회를 바꿀 수 있어요."
30일 오후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카페 안젤로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기원하는 이야기 콘서트 '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에 인기 작가 공지영 씨가 참석했다.
공지영 씨는 사형수 문제를 다룬 2004년 발간한 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낸 뒤 크고 작은 사형제 폐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당시 소설은 큰 인기를 얻어 95만부 이상이 판매됐고, 이나영 강동원 주연의 영화로 탄생해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시 소설과 영화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공 작가는 '사형제'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평을 얻었다.
공 작가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계획된 독일 수도원 피정 계획을 하루 연기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공 작가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실행하려고 할 때 가장 힘이 빠지는 말은 '너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 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세상에 선한 것과 악한 것, 두 가지가 저울질된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티슈 한장의 무게 만큼이라도 선한 쪽에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가급적이면 사형제 폐지 행사에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나 하나의 목소리가 선한 쪽에 보태졌을 때, 그것을 안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공지영 작가가 1997년 기획해 7년간 자료수집을 한 뒤 2004년 책으로 발간한 작품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 중 공 작가는 "1997년 12월 31일 택시를 타고 집에 가다 라디오에서 사형 집행 뉴스를 듣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며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자마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2004년 소설 발간 때까지 6개월간 가톨릭 종교를 가진 사형수 12명과 일주일에 한 번 만남을 가졌다. 소설 발간 이후에도 8년째 한 달에 한 번씩 구치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공 작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지식인이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그녀의 소설 '도가니'도 곧 영화로 소개된다. 소설 '도가니'를 영화로 만드는 것도 공 작가 먼저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그녀는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이지만 잔인하다" 며 "사회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많이 배운 부자집에 사는 사람이 그 집에서 일하는 할머니를 학대하는 것을 봤을 때 외면하는 것과 같다. 말로만 품위가 있는 척 할 뿐이지, 우리 사회는 점점 멍들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사회 문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그녀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작은 공간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며 "사형제도가 처음 부활했을 때, SNS가 더 빨리 생겼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신앙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강한이가 약자를 괴롭힐 때 그 가운데 끼어들어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하나님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며 "내가 그 가운데로 직접 끼어들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둡고 슬프고 배려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한번이라도 더 참여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형제도폐지 기원 생명ㆍ이야기 콘서트 '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는 사형제 폐지와 최근 급증하는 자살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형식으로 올 12월까지 매달 30일 열릴 예정이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사진 = 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