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지인의 옷은 잊혀진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열쇠다. 그 옷을 더듬는 과정을 통해 그와 나눈 아픈 기억은 사라지고 과거는 추억이라는 아름다운 옷을 입게 된다.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KSD) 갤러리에서 오늘부터 11월9일까지 열리는 한국화가 이명숙씨 초대전 ‘기억과의 재회II’는 작가의 지인들이 남긴 옷을 통해 그와의 옛 추억을 더듬어보는 이색적인 전시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오래된 옷을 부착하고 그 위에 아름다운 추억의 이미지를 그려 넣음으로써 과거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리움의 대상으로 변하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미화돼나간다는 점을 일깨운다. 작가의 개인적 체험에 바탕을 둔 작품들이지만 보는 이에게는 저마다의 추억 속의 인물과의 대화를 유도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는 분채와 석채, 염색 등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한 ‘휴식’ ‘가을 볕’ 등 모두 30여 점의 작품이 선뵌다. (02)3774-3021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