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어렵다. 재즈는 지루하다. 재즈 음반은 잘 안 팔린다.’ 이 세 가지 편견을 깨고 싶었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재즈, 어디에서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 잘 팔리는 재즈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 드러머 서덕원 씨(41)는 그래서 8년 전 재즈 트리오 ‘젠틀 레인’을 만들었다. 젠틀 레인이라는 이름은 보사노바의 거장 루이스 본파의 곡에서 따왔다.

정통 재즈가 아닌 ‘젠틀 레인’의 음악에 대해 평단은 혹평했지만 대중은 열광했다. 1집 ‘인투 더 젠틀 레인’에 이어 2집 ‘세컨드 레인’, 3집 ‘드림스’까지 최고 인기를 누리며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 트리오로 자리잡았다. 최근 4집 ‘위시’를 내놓은 이들은 오는 3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무학홀, 내달 1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를 연다.

리더 서씨와 8년째 한솥밥을 먹어온 피아니스트 송지훈 씨(35), 4집 앨범에 합류한 베이시스트 김호철 씨(38)를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장르 구분에 별 관심이 없어요. 음악산업 종사자들이나 구분 짓길 좋아하죠. 대중이 그냥 들어서 좋으면 ‘좋은 음악’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10곡이 담긴 이번 앨범에선 세 명이 두 곡씩을 작곡했다. 서씨는 자신의 일상과 휴식에서 받은 편안한 분위기의 곡, 송씨는 발랄한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 김씨는 베이스 특유의 차분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드러내는 곡을 선보였다.

송씨는 최근 두 돌이 된 둘째 아들이 짝짝짝 박수를 치는 것을 보고 ‘클랩 클랩 클랩’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귀여운 멜로디와 빠른 템포가 어우러져 경쾌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김씨도 올봄에 태어난 딸에게 주는 노래 ‘호야’를 만들었다. 아기의 옹알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도입과 후반부에 담은 이 곡에 대해 김씨는 “‘호야’는 딸의 태명이고 앞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듯한 음악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 또한 젠틀 레인의 장점. 이번 앨범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영국 민요 ‘어메이징 그레이스’, 올드팝 ‘레인 드롭스 폴린 온 마이 헤드’, 벤 E 킹의 ‘스탠드 바이 미’ 등을 편곡해 실었다.

서씨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100선과 팝송 100선 중에서 골랐다”며 멋쩍어했지만 그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깊은 고민과 섬세한 편곡에 놀란다. 송씨는 “누구나 아는 곡, 그만큼 뛰어난 곡들을 우리 색깔을 입혀 새롭게 만드는 게 작곡보다 훨씬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재즈 보컬리스트 유봉인 씨가 참여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시원한 보컬로 도입부를 시작하다가 드럼과 베이스의 레게 리듬을 합쳤다.

듣기 편하고 달콤한 사운드를 선사하는 이들의 공연장에는 커플 관객이 유독 많다. 서씨는 “2005년 공연 때 막 시작하는 연인이었다가 부부가 된 팬들도 많다”고 했다. 이들은 “음반에서 들을 수 없었던 재치 있는 연주와 멤버들의 개인기를 라이브에서 시원하게 풀어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