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맡은 연극배우 주인영 씨 "'별무리'는 출산 선물…감각 굳기 전에 돌아왔죠"
“하나님이 ‘아이 낳느라 수고했다’며 던져준 선물 같아요.”

연극배우 주인영(36·사진)에게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별무리’(닉 페인 작, 류주연 연출)는 이렇게도 특별하고 고마운 작품이다. ‘연극계 스타의 산실’로 꼽히는 극단 ‘골목길’의 간판 배우로 활동하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떠나 있던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끌어줬고, 제작·출연진의 ‘배려’ 덕에 즐겁게 작업하고 공연할 수 있어서다. 이번 공연은 2012년 연극 ‘본다’ 이후 2년여 만의 복귀 무대다.

“연출께서 ‘더 지나면 굳어 버린다’며 출연을 제의하셨어요. 하고는 싶은데 갓 돌 지난 아이가 마음에 걸렸고, 무대와 끈을 놓은 지 오래돼 겁도 났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계속 미뤄질 것 같아 ‘일단 해보자’고 결심했죠.”

별을 연구하는 마리안(주인영 분)과 벌을 키우는 롤랜드(최광일 분)의 사랑 이야기인 2인극 ‘별무리’의 형식은 독특하다.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만큼 서로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평행우주 이론’의 시각으로 만남과 첫 데이트, 외도, 헤어짐, 다시 만남, 죽음을 앞둔 이별 등 연애, 나아가 삶의 과정에서 각각의 단계별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보여준다.

주인영은 서로 다른 마리안을 각각의 경우에 맞춰 냉기가 풀풀 풍기는 ‘얼음덩어리’부터 닭살 돋는 ‘애교 덩어리’까지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으로 소화해 낸다. ‘역시 주인영’이란 감탄이 나올 만큼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얻고 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감을 잃어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원래 혼자 풀어가고 해답을 내놓는 스타일인데 이번만큼은 연출과 조연출(현은영), 특히 파트너인 광일 선배께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받았어요. 무대엔 혼자 서지만 여러 명이 함께 ‘마리안’을 연기하는 셈이죠.”

주인영은 내달 1일까지 공연되는 ‘별무리’에 이어 오는 9월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올려질 연극 ‘반신’(가칭)에도 출연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쉽진 않지만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요. 이번 공연 때는 엄마가 아이를 돌봐주셨지만 ‘반신’ 때는 남편(연극배우 김종태)이 봐준다네요. 하하.”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