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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교수의 공연리뷰)연출가 이채경 창작뮤지컬 ‘서시’로 돌아왔다.

음악으로 시인 ‘윤동주’를 품은 창작뮤지컬의 실험성
창작뮤지컬 ‘서시’ 공연 장면
창작뮤지컬 ‘서시’ 공연 장면
○이채경 연출의 창작뮤지컬과 실험성

연출가 이채경이 한 인간의 영혼을 품고 창작 뮤지컬 ‘서시’(11월20-12월7일. 게릴라극장)로 돌아왔다. 그가 무대를 통해 품은 것은 시인 윤동주다. 윤동주의 대표적인 시들을 쪼개고 다듬어서 창작뮤지컬로 손질했다. 작품제목도 윤동주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 ‘서시’다.

그동안 이채경 연출은 실험적인 창작뮤지컬을 선보여 왔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을 모티브로한 창작뮤지컬 ‘샘’은 변기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 밑바닥의 삶과 부조리적인 현상을 연출의 관점으로 파격적으로 창작뮤지컬화한 대표작품이다. 뒤샹의 작품들도 모방과 재현의 고전주의적인 전통적 예술의 특징을 부수고, 해체한다. 독특한 관점으로 삶, 사회현상, 인간을 드려다 본다.

투영된 그의 시선은 현상으로 보여 지는 실제의 진실성이 아닌, 갈라진 틈으로 비쳐지는 현상의 진실성이다. 아방가르드 예술의 파격과 실험적인 작품의 특징들처럼 젊은 연출가답게 이채경만의 시선으로 무대에 옮겨 놓았다는 평가다.

‘챗온러브’, ‘미스쥴리’, ‘산채로 말린’, ‘한 여름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 등에서도 연출은 이야기 텍스트를 붙잡고는 그대로 배열을 하지 않는다. 그동안 이채경 연출이 무대를 통해 선보여온 작품들은 현상 그대로 바라봐서는 재미가 없다. 공간의 간결함과 상징성, 텍스트의 해체와 뒤집기, 언어표현의 비 일상성, 움직임의 극대화, 음악 등은 그가 자주 골라 쓰는 재료들이다. 이러한 재료들은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에 의해 압축시켜진다. 압축성은 그가 무대공간을 통해 색을 내고 다듬고, 사용하는 음악의 선율에 따라 뮤지컬로 표현을 증가시킨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는 이 채경 특유의 시선으로 현실과 마주한 작품이다. 그가 무대를 통해 현실과 마주하는 시선은 차갑다. 사회 현상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과 혼 돈, 인간부재의 현실, 부조리로 얽혀진 혼란한 삶의 구조와 현상을 그만의 시선으로 마주하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현실을 치유해 줄 구원의 인간을 기다려 온 듯하다. 그동안 그의 작품에는 냉혹함, 무질서와 과격, 부조리, 현실세계, 비약과 축약, 상징과 실험, 비논리적 설정 등은 그가 자주 만지작거리는 무대언어다.

인간에게 따스하게 비쳐지는 직접적인 언어와 표현에는 일정한 거리감을 둔다. 이번에 게릴라 소극장에서 선보인 윤동주의 ‘서시’는 시인의 삶과 시의 연대성을 묶고 어루만지면서 스토리를 입히고, 윤동주 시인이 살아간 시대성들을 뮤지컬을 융합해 그만의 독특한 연출스타일로 묶었다. 인간의 삶을 다루려는 그의 태도는 큰 변화다.

○ 윤동주의 시가 음악으로 만났다.“ 인간 영혼의 정화”

이채경 연출은 ‘서시(序詩)를 비롯해 윤동주( 尹東柱 1917.12.30.-1945.2.16.)의 대표적인 시 14개를 선택해 그의 삶을 시적 연대성으로 묶어냈다. 시의 연대성은 그의 생애와는 관계없이 연출적 관점으로 윤동주의 삶의 흔적으로 연결되고 맞물린다. 시인의 ‘서시’는 원래 제목이 붙어있지 않다. 그러나 동생 윤일주가 육필원고에는 제목으로 쓰여 있다고 증언 한 후에 그대로 붙여졌다.

윤동주 시인은 1945년 2월16일 후쿠오카 감옥 에서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해방을 불과 반년을 남겨두고 스물일곱 생애를 마쳤다. 시대적 암울함 속에서 요절한 젊은 시인은 죽는 그 순간까지 시를 가슴에 품었다. 동주에게 있어 정체성은 ‘혼돈’이다.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어로 교육을 받은 한국인. 한국 땅을 밟아서는 주인을 잃은 나라였을 뿐이다. 1943년 독립운동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혐의로 2년형을 선고 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 중 사망했다.

그의 죽음에 대한 논란은 80년대 들어서면서 윤동주의 죽음이 ‘생체실험으로 인한 죽음’ 이라고 의혹이 제기 되면서 그의 죽음의 실타래 같은 미스터리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즉, 그의 몸에 반복적인 ‘바닷물’이 투입되는 임상 실험 중에 순국 한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젊은 영혼은 그렇게 시를 가슴에 묻고 요절했다. 이채경 연출은 이 죽음의 모티브를 놓치지 않는다.

윤동주 시인의 기구한 삶과 영혼에 그가 가슴으로 품은 시를 녹여낸다. 극적 모티브는 상상과 스토리적인 허구를 더하면서 그가 동주의 사실적 시를 배합한 것은 역사적 연대기를 통한 민족시인 윤동주와는 거리감 둔다. 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죽은 영혼을 치유하고, 한 인간의 순수한 영혼을 무대로 불러 세운다. 무대는 간소하다. 가변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병실침대가 전부다. 몰아치는 동주의 숨소리, 점점 희석되어가는 영혼, 관객의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은 무대 병실에 누워있는 젊은 윤동주( 극중 인물 사내)다. 관객은 동주와 병실에 나란히 누워있는 습습함을 느끼게 된다. 연출의 시선은 희미해져가는 영혼을 동주의 시로 일으켜 세운다.

동주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은 극중 인물 ‘요코’ 와 시 원고 뭉치가 지키고 있다. 하나 둘씩 음악극으로 낭송되는 동주 시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품어내고 바라보게 한다. 링거 병을 타고 흘러내리는 해수는 동주의 가슴과 영혼을 참혹하게 헤집어 놓는다. 죽음과 절망, 파괴적인 영혼의 추락 속에서도 동주는 오히려 맑고 밝다.

이채경 연출은 이극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시’를 차용하고 음악을 입힌다. ‘요코’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동주의 마음을 간호사를 통해 투영한다. 시인의 맑은 영혼은 이념과 대립의 역사를 함몰시키면서 시를 통한 동주의 따스함만을 품는다. 이러한 투영의 온기들은 동주의 가족들과 연결시키면서 극중 인물 윤동주의 동생 ‘혜원’을 통해 시의 극적 동심을 더욱 극대화 시켜 나간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동주의 내면의 속살들을 따라간다.

이러한 설정의 투영성은 역사적 연대기, 민족 시인으로써 삶, 죽음의 미스터리를 들치기 보다는 윤동주 시가 품고 있는 내면성에 초점을 맞춘다. 연출이 밝히고 있는 ‘순수영혼’의 치유다. 시를 품고 윤동주를 마주한 관객들에게 연출은 동주의 영혼의 온기를 이식하고 정화한다.

○ 윤동주의 ‘서시’ 와 창작뮤지컬 그리고 음악극

이채경 연출은 윤동주의 시를 묶고, 시적 내면성으로 그의 삶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스한 영혼을 무대 온기로 채우려고 시도한다. 공간에 울려대는 시의 노랫말들은 들으면 욕심과 탐욕의 살점들은 툭툭 떨어진다. 시 하나로 그의 삶을 들쳐 내고 음악으로 인생의 쾌적을 그려낸다. 쉽지 않은 일이다. 묶고, 극적 구성으로 연결하려는 의도는 실험적이고 참신하다.

인간영혼의 울림을 시 하나로 모양내고 현대적인 옷을 입혀 감미로운 멜로디로 뱉어지는 것은 음악만으로 자극할 수 는 없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채경 연출이 윤동주의 시와 음악에만 집중됐다는 인상이다. 들려주는 시와 무대를 통해 그려지는 시는 다른 맛이다. 무대공간을 통해 윤동주의 시를 묶고 풀어내는 과정은 철저하게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극적 설정이다. 밑그림을 통해 시와 음악의 묶임이 그려져야 한다.

1장 ‘호기심’의 장에서는 의사와 ‘요코’라는 인물을 통해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처한 ‘생체실험현장’이 그려간다. 인간의 과학호기심으로 인한 인간 몰락과 영혼의 파멸이다. 회복하기 힘든 역사적 잔인성으로 인해 젊은 영혼이 해수 물살의 속도처럼 파멸되어간다. 해수가 몸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도 윤동주는 삶의 의존성 보다는 시를 더욱 강하게 품는다. 동주가 의식하는 것은 죽음이 아닌, 시의 향기다. 향기는 회상 속 역사가 되고, 역사는 시가 되어 품으로 되돌아온다. 존재의 이유다.

의사의 등, 퇴장 뒤 들려오는 철문의 굉음은 폐쇄적인 공간의 상징 음 이다. 소리, 그리고 요코의 시선은 묘한 차이를 설정한다. 이러한 소리의 차이가 단계적으로 분명할수록 여운의 깊이, 공간언어의 상징성을 더욱 구체화 시킬 수 있다. 2장 ‘소녀’ 부터는 동주의 시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조개껍질’, ’봄’ 동주의 시는 동주의 고향이 되는 내면세계다. 동주의 극중 인물 ‘사내’는 “나는. 시인이 되고 싶은 거다. 나는. 시인이 될 거다. 그런데...” 대사를 통해 시인의 꿈을 토해낸다. 요코와 혜원이의 시선이 시로 중첩되면서 동주는 현재 인물이 되고, 요코는 1인칭 시점으로 빠져든다.

5장전까지 이채경 연출은 ‘병아리’, ‘조개껍질’, ‘봄’,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 동주의 시를 섞고 음악극으로 묶음으로써 한 인간 영혼의 성장, 절망과 열등감 , 정체성의 혼란, 가족사 와 그리움으로 관통되는 동주의 삶과 내면을 시적 배치를 통해 나열하고 있으며 아이러니 하게도 요코라는 일본 간호사가 동주를 바라보는 대비감에 가상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극적 리듬감을 유지해 동주 내면을 객관화 시킨다. 연출은 극중 인물을 도입부에서 ‘사내’로 설정하고 후반부부터는 ‘동주’라는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실제와 연극적 가상성에 명확한 선 긋기를 한다.

5장부터는 동주의 죽음과 연결된다. 해수의 과다 주입량으로 인해 환각상태가 되는 동주, 죽음의 경계에서 혜원이의 애착이 강하게 들어난다. 동주에게 혜원은 ‘시’ 자체다. 혜원을 기억에서 품는 것은 시에 대한 강한 애착이고 미련이다. 11장 ‘ 바다로’는 동주 죽음에 대한 은유다. 이채경 연출은 그의 몸속으로 퍼진 해수를 ‘바다’로 설정함으로써 시인의 맑은 영혼에 연출의 시선으로 강하게 끌어안는다. 죽음이 바다 속으로 희석되어 가는 데도 동주의 태도는 죽음에 미련이 없다. 몸속으로 들어간 바닷물은 그에게 짜디짠 물이고 시적언어로 되돌아온다.

동주의 대사 “아버지는 소리치시죠. 맹탕 바닷물이이나 되어서, 바보 같은 고등어와 오징어 떼들을 친구처럼 안고 왔다고. 그렇게 난 묽어졌나봐요.” 죽음에 대한 고통과 괴로움의 흔적은 없다. 오히려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외침“ 네 피를 지켜라. 네 뼈와 네 살을 지켜라! 내가 다 가지러 가마. 그러니, 네 몸 속의 바닷물 따위 다 뱉어버려라! 모두! 지금 당장!” 이 절규에 가깝다. 연출은 윤동주의 시 ‘산골물’을 극적 구성과 대비시키고, 몸속으로 스며드는 해수의 환각상태를 바다로 연결시킴으로써 그가 의도한 ‘순수 영혼’의 아름다운 시적세계의 내면성을 강하게 드려내려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 임에도 불구하고 11장의 ‘바다로’ 극적 구성을 주제와 관통시키기 위해서는 합창, 무대 바닥으로 옮겨지는 입체적인 윤동주의 시, 인물의 대사, 스크린으로 희미하게 비쳐지는 공간언어로는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이장에서는 윤동주의 시는 입체감으로 폭넓게 움직여야 한다. 공간의 바닥은 그의 시적 놀이터가 되고, 옮겨지는 구절들은 관객 살점으로 강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공간은 인물들의 다양한 놀이로 윤동주의 영혼을 따라 보이지 않는 시의 내면성들로 극대화 되어야 한다. 바다의 은유적 표현으로 뭉쳐 무대표면으로 강하게 들어나야 한다.


이 장에서의 연극적인 장치들이 강하게 표현되지 못해 아쉽다. 12장에서 들려지는 동주의 시 ‘참회록’은 배치가 기발하다. 일본인 요코의 마음으로 설정함으로써 참혹한 시대적 역사성을 녹여낸다. 이 대비적 설정의 내면은 13장 요코를 통해 윤동주의 대표적인 ‘서시’를 읊게 함으로써 바다로 사라져간 윤동주 시인의 영혼을 치유한다. 시를 통한 내면의 ‘씻김’이다.

‘요코’ 역을 맡은 배우 박인화는 절제된 감정으로 차분하게 시인의 내면을 따라간다. 배우에게 연기는 특수함이다. 주어진 역할에 내면과 외형으로 표현되어지는 감정의 폭이 절제와 균형이 없으면 관객의 시선을 깨진다. 연극 ‘안데르센’에서 주인공을 맡은 봐 있는 배우 박인화는 감성이 발달된 배우다. 감정의 몰입과 집중의 경계에서 균형감만 유지하면 앞으로 기대되는 배우다. 다음 작품에서는 다양한 연극적 놀이성을 연출에게 기대한다.
○김건표 교수(대경대학 연극영화과)는 연극과 공연예술분야 평론 및 인터뷰 전문가다. 연극·뮤지컬·공연 예술문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 방송과 다양한 매체의 신문을 통해 공연예술가들의 인터뷰와 작품리뷰를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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