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따뜻한 가족 - 김후란 (1934~)
하루해가 저무는 시간
고요함의 진정성에 기대어
오늘의 닻을 내려놓는다
땀에 젖은 옷을 벗을 때
밤하늘의 별들이 내 곁으로 다가와
벗이 되고 가족이 된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실한 인연
마음 놓고 속내를 나눌 사람
그 소박한 손을 끌어안는다
별들의 속삭임이 나를 사로잡을 때
어둠을 이겨낸 세상은 다시 열려
나는 외롭지 않다
언젠가는 만날 날이 있을 것으로 믿었던
그대들 모두 은하銀河로 모여들어
이 밤은 우리 따뜻한 가족이다


시선집 《노트북 연서》 (시인생각) 中

한 해를 다 쓴 섣달그믐이 다가오는 때 문득 아침밥을 먹는 가족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은 번갈아 가며 오고, 그때마다 함께했던 이는 가장 따뜻하고 굵은 줄로 이어진 가족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떠돌이별처럼 흩어진 가족들을 만날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북극성 같은 고향에 모여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고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는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