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의 ‘지하철 알렉산더 광장 2’.
서용선의 ‘지하철 알렉산더 광장 2’.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3번 출구 앞.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휴대폰을 들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간다. 입을 굳게 다문 표정과 경직된 자세가 긴장감을 준다. 뒤편에 누군가 있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인지 멀찍이 떨어져 있다. 차도는 자동차로 가득하다. ‘역사를 그리는 화가’로 잘 알려진 서용선이 포착한 서울의 풍경이다. 이 시대 전형적인 도시인의 삶을 보여준다.

서용선의 초대전 ‘서용선의 도시 그리기:유토피즘과 그 현실 사이’가 17일부터 5월17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과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신화나 역사적 주요 사건을 그려온 서용선은 시대상을 반영한 도시화 연작을 선보인다. 서울, 베이징, 뉴욕, 베를린, 멜버른 등 5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모두 그가 직접 살아본 곳들이다.

역삼역 인근 테헤란로는 1970년대 이후 급격히 도시화된 서울의 전형적인 풍경을 대표한다. 베를린 시리즈는 청록색을 주로 이용해 공원과 운하가 많은 도시의 특징을 살렸다. 뉴욕 버스와 지하철역을 그린 그림에는 피부색이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서로 조금씩 떨어진 채 서성이는 인물들의 모습이 이민자의 삶과 대도시에서의 소외 문제를 보여준다.

시대 상황을 표현한 작품도 있다. 중국 베이징 시리즈에선 전광판과 휴대폰, 광고 간판이 눈에 띈다. 자본주의와 디지털 문화가 확산된 요즈음 베이징의 모습이다. 금호미술관 전시장 1층에 걸린 폭 5.8m짜리 나무 판각화는 세월호 참사 등 지난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뤘다.

이번 초대전은 금호미술관과 학고재갤러리의 합동전시다. 금호미술관에서는 도시 풍경과 시대적 사건 등 거시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 약 80점을 볼 수 있다. 학고재갤러리 본관에는 베를린 미테 다리 근처에서 노래하는 사람, 뉴욕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 등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그림 18점이 걸린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