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식인' 추사, 조각 거장 김종영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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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화랑, 11일부터 '불계공졸(不計工拙)과 불각의 시공'전
추사 글씨와 우성 현대조각·그림 등 50여점 선봬
추사 글씨와 우성 현대조각·그림 등 50여점 선봬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부장(앞)이 추사 김정희의 8폭 병풍과 우성 김종영의 모란 그림을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509/AA.10472753.1.jpg)
![우성 김종영 자화상](https://img.hankyung.com/photo/201509/AA.10472691.1.jpg)
평생 먹과 붓, 끌과 정으로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운 두 거장이 마침내 한자리에서 만났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화랑이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펼치는 ‘추사 김정희, 우성 김종영-불계공졸(不計工拙)과 불각(不刻)의 시공’전에서다. 학고재화랑이 2010년에 연 ‘춘추’전에 이어 두 번째 기획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추사의 글씨, 그림 20여점과 우성의 조각, 드로잉 등 35점을 내놓았다.
전시장은 ‘자아’ ‘절대추상과 구축미’ ‘불균형과 조화’ ‘서화일체’ 등 4개의 주제로 나눠 두 거장의 명작과 대표작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150년의 시간을 초월해 두 거장의 작품들은 서로의 미적 향기를 뿜어내며 관람객들을 반길 예정이다.
![추사 김정희 자화상](https://img.hankyung.com/photo/201509/AA.10472701.1.jpg)
추사가 제주 유배 시절 철선 스님에게 보낸 족자 ‘자신불(自身佛)’은 서체의 입체적이고 중후한 구조력으로 우성의 돌 조각에 조곤조곤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우성이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보고 그린 북한산 그림은 추사가 말년에 행서로 쓴 8폭 병풍 글씨와 어우러진다. 특히 추사의 병풍 글씨는 행서 중에서도 음양 대비가 극단적 조화를 이룬다. 칼로 새긴 것처럼 금석의 기운이 가득하다. 또 추사체의 진면목을 보여준 ‘우향각(芋香閣)’, 다산 정약용에게 선물한 현판 ‘노규황량사(露葵黃粱社)’ 같은 작품들은 우성의 절대추상 조각 ‘78-31’ ‘76-19’ ‘78-4’와 각각 마주하며 큐비즘을 연상케 하는 구축미와 구조미를 한껏 발산한다. 이 밖에 우성의 작품 가운데 곡선미가 두드러진 ‘77-1’ ‘71-6’은 추사의 ‘합병신천지(合丙申天地)’ ‘천기청묘 매화동심(天機淸妙 梅花同心)’ ‘서증만랑(書贈曼郞)’과 나란히 걸려 다름과 같음의 미학을 연출한다.
전시를 기획한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추사와 우성은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인데도 이들의 예술이 왜 그토록 높이 평가되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두 거장의 명작과 대표작을 통해 참모습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02)720-152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