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심판대에 서지 않은 전범' 히로히토 일왕
일본 현대사에서 히로히토 일왕은 매우 특별한 존재다. 독일, 이탈리아와 더불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3대 주축국 중 한 나라의 군주이면서도 전범 재판에 오르지 않았다. “나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란 ‘인간선언’으로 전 일본 국민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 이른바 ‘쇼와(昭和·히로히토의 연호) 시대’로 전후 통치 기간은 일본 재건이 한창인 시기였다. 여러모로 복잡한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히로히토는 1901년 4월29일 요시히토 일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16년 태자가 됐고, 1921년 요시히토 일왕을 대신해 섭정했으며, 1926년 12월 왕위에 올랐다. 도조 히데키 총리를 비롯한 군부 세력의 전횡을 묵인하면서 중일전쟁과 2차 세계대전 등 일본의 군국주의에 가담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하고 미 군정 치하에 있을 때 연합군 최고사령부 인사들과 유착했고, 그 대가로 전범 기소와 왕위 박탈을 면한 대신 정치적 실권은 잃었다. 만년엔 해양생물학을 연구하며 지내다 1989년 1월7일 눈을 감았다. 일본에선 그의 생일인 4월29일을 ‘쇼와의 날’이라 칭하고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