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르누아르 '시골의 무도회'
“1883년쯤 내 작품에는 일종의 단절이 일어났습니다. 나는 그동안 인상주의 화풍에 매달렸지만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데생을 어떻게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프랑스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가 1881~1882년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와 한 말이다. ‘행복한 인상주의자’로 유명한 그가 여행 중 라파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티치아노 등 피렌체 거장들의 그림을 보고 인상주의에 깊은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1883년에 완성한 이 작품은 인상주의에서 사실주의 필치의 고전주의 화풍으로 전환을 시도한 대표작이다. 친구 폴 로트와 춤을 추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델 알린 샤리고를 화려한 색조와 산뜻한 구도로 그려냈다. 윤곽선과 소묘가 훨씬 명확해지고 빛의 표현도 본래의 형상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만 활용했다. 훗날 그의 아내가 된 샤리고는 화려한 드레스보다 더 눈부신 미소로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