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 한가운데를 지나 유럽까지 국내 화물을 배송하는 전세화물열차(블록트레인)가 이달 첫 운행을 시작한다. 러시아나 몽골, 만주가 아니라 중국 중앙을 가로질러 전세화물열차를 유럽까지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중국, 카자흐스탄 정부는 최근 이 같은 새 중국횡단열차(TCR) 운행에 합의하고 이달 말 첫 운행을 개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상운임이 비싸지면서 정부와 업계는 대체수단 확보에 속도를 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류 수송의 99%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해상 항로를 대체할 새로운 육상 수단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가로질러 유럽까지…한국 화물 운송열차 달린다
현대상선 총괄 … 중국 물류회사가 운송 실무

새로 도입하는 TCR 블록트레인은 인천 또는 부산항에서 출발한 화물을 중국 칭다오에서 1차로 모은다. 이후 청두까지 옮긴 뒤 블록(전세 구간)을 편성해 운송하는 구조다. 대형 물류기지가 있는 중국 접경지역인 카자흐스탄 도스틱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TSR) 노선으로 환적한 뒤 폴란드까지 무정차로 운행한다.

현대상선이 총괄하고 중국 현지 물류대행업체 서중물류가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폴란드 등 유라시아대륙 철도역 관련 운송실무를 맡는다. 이달 말 시범운행 이후 주 3회 운행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글로비스 등이 화주로 나서 전자·자동차 부품, 냉장고 에어컨 TV 등 가전제품을 위주로 선적을 준비 중이다. 진동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제품들이다.

TCR 블록트레인이 신설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현재보다 육로 물류수송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서중물류에 따르면 국내 항구에서 폴란드까지 총 수송 비용은 2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 2개)당 6500달러가량이다. 목표로 잡고 있는 수송 기간은 18~23일이다. 시베리아횡단열차 블록트레인은 최소 30일 이상이 걸렸다. 서중물류 관계자는 “블록 편성이 순조롭지 않은 시베리아횡단열차 블록트레인 등은 수송기간이 10~20일 지연되는 경우가 생겨 발주업체들의 클레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라시아 표준운송장’ 도입 추진

문제는 해상운송 대비 경쟁력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항구에서 폴란드 로츠와 근접한 독일 함부르크까지 해상운송 비용은 지난달 기준으로 2TEU당 3800달러다. 운송 기간은 35~40일이다. 블록트레인과 비교할 때 시간은 두 배 정도 걸리는 대신 가격은 42% 싸다. 블록트레인의 온전한 구성요건인 41량을 맞춰 화물을 매번 꾸릴 수 있느냐도 과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TCR 블록트레인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은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경우 추가 지원 의사가 있다고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육·해상 인프라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 중이어서 협상 여지가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TCR 블록트레인 조기 안착 방안 마련에 나섰다. 공(空)컨테이너 처리 문제가 대표적이다. 폴란드까지 블록트레인을 보냈다 돌아오는 컨테이너에 물량이 없으면 비용이 급증해 사업 구조가 악화된다. 현대상선은 공컨테이너를 서중물류가 저비용으로 재량껏 취급할 수 있게 선하증권(through-bill)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컨테이너의 현지 수출 또는 매각 등을 포함해서다.

국토부는 TCR 블록트레인의 환적 지연 등을 막기 위해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와 함께 유라시아 지역 표준운송장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경을 건널 때마다 서로 다른 운송장 서식·언어 등을 맞추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다. 화물 정보와 세관·검역시스템을 일부 연계한 ‘유라시아 철도화물 통합정보시스템’ 구축도 최근 제안했다. 국토부는 오는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유엔 ESCAP 후속 회의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등과 함께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