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아트바젤 홍콩’에 출품될 백남준의 1994년작 비디오아트 ‘인터넷 드웰러(Internet Dweller)’.
오는 27일 ‘아트바젤 홍콩’에 출품될 백남준의 1994년작 비디오아트 ‘인터넷 드웰러(Internet Dweller)’.
홍콩의 한 해 미술품 거래액은 2조~3조원으로 추산된다. 홍콩 미술시장이 이런 규모로 급성장한 데는 비과세 정책이 주효했다. 홍콩에서는 미술품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고 비거주자가 그림을 팔 경우에만 0.5%의 거래세를 낸다. 때문에 세계 미술계는 이런 혜택을 누리며 아시아시장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홍콩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크리스티·소더비·서울옥션 등 경매회사는 물론 가고시안·리먼머핀(미국), 화이트큐브·벤브라운(영국), 페로탱갤러리(프랑스) 등 세계적인 화랑들이 홍콩 지점을 운영한다. 홍콩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이어 3대 글로벌 아트마켓으로 부상한 까닭이다.

국내 미술계가 이번주 ‘아시아 아트마켓의 허브’인 홍콩에 집결한다.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홍콩’(오는 27~31일)을 비롯해 ‘아트센트럴’(27일~4월1일), ‘하버아트페어’(26일까지) 등 대규모 미술장터가 잇달아 열리기 때문. 서울옥션(29일)과 소더비(31일~4월1일)도 차례로 봄철 경매 ‘빅 매치’를 벌인다.

미술품 1조원 '큰 장'… 국내 미술계 이번주 홍콩 '출격'
◆국내 화랑 60여 곳 출사표

아시아 슈퍼리치들이 이들 행사에서 쓰는 돈만 약 1조원, 한국 그림에 ‘베팅’하는 돈은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국내 화랑 60여 곳은 아시아 컬렉터들이 흥분할 단색화는 물론 단색 계열의 추상화, 민중미술까지 작품 영역을 넓히며 홍콩 판촉전에 뛰어든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화랑업계는 비교적 활기를 띠는 홍콩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국제갤러리를 비롯해 학고재갤러리, 리안갤러리, 조현화랑 등 11개 화랑은 오는 28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하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해 세계 유수 화랑들과 치열한 판매전을 벌인다. 올해 6회째를 맞는 아트바젤 홍콩은 한국 등 32개국, 248개 갤러리가 참가해 미술품 3000여 점을 전시·판매한다.

국내 화랑들은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작가들로 ‘진용’을 짰다. 국제갤러리는 단색화가 이우환·박서보·하종현·정상화·권영우·김용익과 설치작가 양혜규·정연두의 작품을 내건다. 학고재갤러리는 백남준과 윤석남, 단색화가 오세열, 민중화가 신학철·손장섭·강요배의 작품을 내보인다. PKM갤러리(윤형근·전광영·코디 최·김홍식), 리안갤러리(이건용·남춘모·박종규), 조현화랑(이배), 313아트프로젝트(제여란) 등도 국내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갤러리 현대와 박영덕화랑 등 9곳은 홍콩 하버프런트에 마련된 3만3000㎡ 규모의 대형천막 아트페어 ‘아트센트럴’에 참가해 각양각색의 한국 미술품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동산방화랑과 금산갤러리, 청작아트 등 중견·군소 화랑 43곳은 하버아트페어(마르코폴로호텔)에 참가해 ‘미술한류’에 불을 지핀다. 한국 미술 홍보행사도 열린다. 한국화랑협회는 아트페어와 경매행사에 애호가 10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보고, 26일 오후 5시 홍콩 중심가 센트럴에 있는 연회장 ‘울라’에서 ‘한국 미술의 밤’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서울옥션, 고가 미술품 69점 경매

서울옥션은 아시아 슈퍼리치 잡기에 나선다. 서울옥션은 29일 홍콩 센트럴에 있는 상설 전시장 ‘에스에이플러스(SA+)’에서 올해 첫 현지 경매를 열고 국내외 미술품 69점(130억원)을 경매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김환기의 1954년 구상 작품 ‘항아리와 시’(경매 시작가 30억원)를 비롯해 이우환의 추상화,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 민중화가 황재형의 리얼리즘 작품을 출품해 한국 구상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홍콩 진출의 지평을 넓힐 계획이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매년 3월에 열리는 홍콩 아트마켓의 결과는 아시아 미술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린다”며 “지난해부터 뉴욕, 런던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만큼 이번주 홍콩시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