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바다에 칼바람·꽃까지… 탐라의 꿈과 영혼 녹여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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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단의 리얼리스트
강요배 화백 개인전
학고재화랑서 1, 2부로 나눠
7월15일까지 70여점 선봬
제주 역사·전설 등 아우르며
마음에 내재된 감흥 붓질
강요배 화백 개인전
학고재화랑서 1, 2부로 나눠
7월15일까지 70여점 선봬
제주 역사·전설 등 아우르며
마음에 내재된 감흥 붓질
제주에서 나고 자란 화가 강요배(65)에게는 늘 ‘제주 화가’ ‘리얼리스트’라는 두 개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989년에는 누구도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제주 4·3민중항쟁사’를 50점의 연작 ‘동백꽃지다’로 압축해내 화제를 모았다. 땅의 역사와 자연의 형질까지 통찰하는 눈으로 제주의 숨결을 녹여낸 그는 최근 들어 ‘제주 화가, 리얼리스트’의 고정된 틀을 뛰어넘어 회화의 본질을 꿰뚫는 미학세계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강 화백의 이런 미학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회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 마련됐다. 전시회 주제를 ‘상(象)을 찾아서’로 잡은 1부는 오는 17일까지 열리고, 닷새 뒤인 22일부터는 2부 격인 ‘메멘토(me·mento), 동백’이 이어진다. 1부에는 4월 제주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화 ‘동백꽃지다’를 비롯해 제주의 풍경, 꽃, 거친 바다를 잡아낸 30여 점을 걸어 작품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읽게 해준다.
10일 전시장에서 만난 강 화백은 “환갑을 넘어서부터 어떠한 그림이 그림다운 그림인가를 고민해왔다”며 “제주의 풍경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는 삶의 과정을 생각하며 그 속살을 보여 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제주 풍경화는 역사와 인간, 민중사관은 물론 주역까지 아우른 ‘인문화’다. 제주의 땅에 스며든 사람들 이야기가 그의 풍경화에서는 묵직한 색채로 숨 쉬고 있다. 한 폭의 캔버스는 책 수십 권과 탐라 사람들의 삶, 신화, 전설을 품고 있다.
작가는 격랑의 제주 바다를 잡아낸 5m 대작 ‘보라 보라 보라’를 가리키며 “가슴이 답답해서 무엇인가를 그려 뚫어볼까 싶을 때 그렸다”고 소개했다. “제주 북쪽 먼바다로부터 태풍이 불어오면 바다가 일렁이죠. 맵찬 칼바람에 바다가 당당히 버티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황홀합니다.”
석양의 스민 구름을 그린 ‘상강’, 파도가 바위를 치고 세차게 올라가는 모습을 묘사한 ‘치솟음’, 천둥과 비가 퍼붓는 밤을 떠올리며 그린 ‘우레비’도 형태를 약간 누그러뜨려서인지 적잖이 신비롭고, 명상적이다. 요즘 사물의 형상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는 작가는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거대한 파도와 출렁이는 물빛이 살아나더군요. 제 그림의 핵심을 이제 ‘없다’에 두려고요. 구구이 설명하는 그림은 재미없잖아요.” 제주 풍경에 마음속 깊숙이 똬리를 튼 감흥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추상미학으로 승화한다는 얘기다.
작가는 추상화의 뜻을 언급하면서 “진정한 추상은 모호하게 그리는 것, 기하학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끄집어내는 것”이라며 “외부 대상에 단순히 빠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기운이나 느낌, 흐름을 대차게 묘사한다”고 얘기했다.
“육체적 움직임(붓질)을 통해 마음속에 흐르는 것을 잽싸게 낚아채다 보니 그림이 자연스레 추상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강 화백의 이런 미학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회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 마련됐다. 전시회 주제를 ‘상(象)을 찾아서’로 잡은 1부는 오는 17일까지 열리고, 닷새 뒤인 22일부터는 2부 격인 ‘메멘토(me·mento), 동백’이 이어진다. 1부에는 4월 제주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화 ‘동백꽃지다’를 비롯해 제주의 풍경, 꽃, 거친 바다를 잡아낸 30여 점을 걸어 작품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읽게 해준다.
10일 전시장에서 만난 강 화백은 “환갑을 넘어서부터 어떠한 그림이 그림다운 그림인가를 고민해왔다”며 “제주의 풍경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는 삶의 과정을 생각하며 그 속살을 보여 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제주 풍경화는 역사와 인간, 민중사관은 물론 주역까지 아우른 ‘인문화’다. 제주의 땅에 스며든 사람들 이야기가 그의 풍경화에서는 묵직한 색채로 숨 쉬고 있다. 한 폭의 캔버스는 책 수십 권과 탐라 사람들의 삶, 신화, 전설을 품고 있다.
작가는 격랑의 제주 바다를 잡아낸 5m 대작 ‘보라 보라 보라’를 가리키며 “가슴이 답답해서 무엇인가를 그려 뚫어볼까 싶을 때 그렸다”고 소개했다. “제주 북쪽 먼바다로부터 태풍이 불어오면 바다가 일렁이죠. 맵찬 칼바람에 바다가 당당히 버티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황홀합니다.”
석양의 스민 구름을 그린 ‘상강’, 파도가 바위를 치고 세차게 올라가는 모습을 묘사한 ‘치솟음’, 천둥과 비가 퍼붓는 밤을 떠올리며 그린 ‘우레비’도 형태를 약간 누그러뜨려서인지 적잖이 신비롭고, 명상적이다. 요즘 사물의 형상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는 작가는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풍경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거대한 파도와 출렁이는 물빛이 살아나더군요. 제 그림의 핵심을 이제 ‘없다’에 두려고요. 구구이 설명하는 그림은 재미없잖아요.” 제주 풍경에 마음속 깊숙이 똬리를 튼 감흥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추상미학으로 승화한다는 얘기다.
작가는 추상화의 뜻을 언급하면서 “진정한 추상은 모호하게 그리는 것, 기하학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끄집어내는 것”이라며 “외부 대상에 단순히 빠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기운이나 느낌, 흐름을 대차게 묘사한다”고 얘기했다.
“육체적 움직임(붓질)을 통해 마음속에 흐르는 것을 잽싸게 낚아채다 보니 그림이 자연스레 추상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